Fashion

RITUAL IDENTITIES

2025.09.22

RITUAL IDENTITIES

프라다 갤러리아를 위한 오마주,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영화적 첫 만남.

프라다 갤러리아 백 캠페인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스칼렛 요한슨.

하이패션 하우스에는 늘 브랜드를 상징하는 백이 있다. 프라다라면 단연 ‘갤러리아 백’이다. 견고하게 떨어지는 사각 실루엣, 최고급 가죽, 전면에 단단히 자리한 ‘프라다 트라이앵글(역삼각형)’ 장식은 프라다의 정수를 응축한다. 2007년 첫 공개 후 프라다의 아이코닉한 백으로 자리 잡은 갤러리아 백. 프라다의 오랜 장인 정신과 동시대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탄생한 갤러리아 백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하우스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이름 또한 특별하다. 갤러리아 백은 밀라노의 역사적인 플래그십 스토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로 그곳에서 1913년 마리오 프라다가 첫 부티크를 열며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프라다는 상징적인 갤러리아 백을 기념하며 매년 영화의 상상력을 입은 캠페인을 선보여왔다. 21세기 거장들의 독창적인 시선을 통해 재해석된 갤러리아 백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깊이 있는 문화 탐구의 장으로 자리해온 것이다. 지난해 프라다는 배우이자 가수, 감독으로 활약하는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과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함께한 단편 필름을 공개했다. 1분 34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요한슨은 기쁨, 슬픔, 분노 등 다채로운 감정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025년, 캠페인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국제적으로 찬사를 받는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연출을 맡으며 요한슨과의 첫 협업이 성사된 것. 세계적인 배우와 감독이 처음 조우한 이번 작업은 그 자체로 영화사의 작은 사건이라 불릴 만하다. 란티모스는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더 랍스터>, <킬링 디어> 그리고 개봉 예정작 <부고니아>까지, 그의 영화는 초현실적인 미장센과 독창적인 플롯으로 세계적으로 열렬한 팬덤을 형성했다.

‘Ritual Identities’, 의식의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이번 프라다 캠페인 역시 그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모션 이미지는 장편영화의 축소판처럼 다가오며, 더 큰 서사의 청사진을 암시한다. 현대적인 삶의 풍경 속에서 요한슨은 기묘한 의식과 행동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다른 자아로 변주된다. 수많은 얼굴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그녀는 끝없이 확장되는 인물로 거듭난다. 그리고 그 여정의 중심에는 늘 갤러리아 백이 있다. 토템이자 부적처럼 자리한 갤러리아는 영상에서 일상적인 행위를 마법적으로 변주하는 매개체다. 시즌마다 새롭게 태어나며 계속 변모하는 갤러리아는 프라다가 지닌 유동적 페르소나의 은유이기도 하다.

매 시즌 재탄생하며 수많은 자아를 품어온 갤러리아.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서사가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콘텐츠 에디터
이재은
사진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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