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유 블라지가 과감하게 재해석한 샤넬의 상징, ‘트위드’
2026년 봄/여름 시즌을 앞두고, 많은 이들은 가장 기대하는 쇼로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컬렉션을 꼽았습니다. 그럴 만도 했죠. 샤넬 역사 115년 동안 블라지에 앞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른 건 단 세 사람, 가브리엘 샤넬, 칼 라거펠트, 그리고 버지니 비아르뿐이었으니까요. 그들에 이어 네 번째 주인공이 된 건, 영광스러운 동시에 누구라도 부담을 느낄 만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블라지는 특유의 열정과 섬세함으로 샤넬 코드를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블라지의 데뷔 쇼는 매 시즌 샤넬 패션쇼를 개최했던 공간이자 파리를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인 그랑 팔레에서 열렸죠. 쇼 현장은 거대한 행성들이 떠 있는 초현실적인 우주로 변했습니다. 칼 라거펠트 시절의 놀랄 만큼 웅장하고 화려한 스테이지를 연상시켰죠.
블라지는 샤넬의 바탕이 되는 가치로 ‘자유’를 꼽았습니다. 그는 쇼 노트를 통해 “샤넬은 사랑입니다. 모던 패션은 한 편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유, 가브리엘 샤넬이 구현하고 쟁취한 자유, 그게 제가 생각하는 샤넬의 본질입니다”라고 밝혔죠. 그가 표현한 ‘자유’는 세 가지 장으로 구성된 런웨이에서 점진적으로 펼쳐졌습니다.
가장 먼저, 그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를 표현했습니다. 짧은 블레이저 재킷에 심플한 셔츠와 그레이 팬츠를 매치한 룩으로 쇼를 시작했죠. 가브리엘 샤넬이 연인인 보이 카펠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남성적 실루엣’에 대한 존경을 드러낸 겁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재킷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습니다. 해체적인 방식으로 소재를 재해석한 ‘네오 트위드’를 선보이며, 트위드가 지닌 ‘전통적인 정장’의 이미지를 벗겨낸 것이죠. 긴 세월을 견뎌온 듯 자연스럽게 해진 실, 가장자리를 따라 장식된 갈롱, 정교하게 수놓인 디테일이 어우러져 ‘온고지신’의 우아함을 완성했습니다. 긴 역사와 전통 그리고 앞장서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자세가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블라지는 트위드의 ‘혁신’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상징적인 수트인 트위드 실루엣을 한층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거든요. 그는 트위드 원단의 직조를 니트처럼 가볍고 유연한 질감으로 표현했고, 이렇게 변형한 소재를 시스루 슬립 스커트 등에도 활용했습니다. 재킷의 어깨선은 부드럽게 떨어졌고, 스커트는 미니 길이로 짧아졌죠. 그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블라지는 전통의 해체, 장인 정신의 계승, 양립할 수 없을 듯한 두 가지를 절묘하게 결합해 샤넬이 추구해온 ‘자유’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의 데뷔 쇼는 샤넬이 긴 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향한 헌사이자, 동시에 가브리엘 샤넬이 소중히 여긴 ‘자유’에 대한 경의를 표한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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