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방 문을 활짝 열어 젖히는 것이 트렌드!
가방을 잠그지 마세요! 가방을 열고 다니는 일명 ‘소매치기’ 백이 트렌드가 될 거란 소식입니다.

물론 한국인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깨를 두드리며 “가방이 열렸는데요”라고 친절하게 말해주거나 심지어 지퍼를 채워주는 사람도 있는 CCTV 왕국에서는 그렇죠. 프랑스 <보그>는 이건 친절하게 훔쳐가도 된다는 사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호들갑을 떨었죠. 영국은 사정이 조금 나았는지, 다니엘 로저스가 어떤 노부인이 버클이 고장 나 열려 있는 가방을 못마땅하게 가리킨 일화를 떠올렸죠. 아마도 누군가 손을 넣어 뭔가(전자 담배든, 과자 봉지든,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망할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든) 꺼낼까 봐 걱정했던 것 같다면서요. 그래서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크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 적었죠.
저도 늘 가방을 열고 다닙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닫히질 않아요. 이건 보부상이라서가 아닙니다. 그저 가방 사이즈에 맞춰 터질 만큼 짐을 넣고 싶은 저의 조급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것은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예를 들어 에르메스 백은 늘 버클을 풀어둔 채 다니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이죠. 저 같은 경우 많이 벌어질수록 손을 넣기 쉬우니까 그렇지만, 부자나 셀럽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빅토리아 베컴은 버킨 백 버클을 잠그지 않은 채 사진 찍힐 때 “나는 소지품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아요. 이건 내게 비닐봉지예요! XOXO!”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녀가 지난 30년간 대중교통을 단 한 번도 이용했을 것 같진 않지만요. 신경 쓰지 않는 ‘여유’가 바로 핵심입니다. 그 메시지는 2026 봄/여름 시즌 내내 반복되었고, 고가의 핸드백이 열린 채 모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저는 딜라라 핀디코글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이 트렌드를 처음 발견했어요. 란제리 조각을 몸에 걸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을 때 노심초사하며 그녀들의 숄더백을 보고 있었습니다. 담배와 성냥, 천 조각, 체리 중 하나는 떨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했거든요. 핀디코글루가 찬양하는 벼랑 끝 여성들의 내면을 가방에서 엿볼 수 있었죠.

마티유 블라지가 선보인 새로운 2.55 백은 와이어로 구조를 보강해 영구적으로 입이 벌어지도록 만들어놨죠. 핀디코글루와 맥락은 같습니다. 감춰진 인간의 속내를 엿보는 것. “시간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었어요.” 블라지는 <보그>와의 긴 인터뷰에서 말했죠. 낡은 가방을 보면서 오래 그 가방을 아끼며 들었던 이유, 함께한 추억, 사람들, 물건 이상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죠. 이는 구찌의 재키 백이 낡아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거칠게 만든 뎀나의 의도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로에베도 비슷한 미학을 탐구했죠. 이들의 로에베 데뷔 컬렉션에는 주름진 형태를 만들기 위해 와이어를 넣은 가죽 폴로 셔츠, 타월 드레스, 젤리 슈즈와 반쯤 열어둔 싱글 핸들의 아마조나 백이 있었습니다. 튀어나오거나 모난 것 없이도 자유와 즉흥성, 은근한 자신감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죠. 열린 틈으로 보이는 메탈릭 로고는 ‘이거 로에베!’라는 자신감까지 내포되어 있었을까요?
이런 종류의 과시욕이 충분히 드러난 곳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의 마지막 컬렉션이었습니다. 싱글 스트랩의 피카부 백은 넓게 펼쳐진 화려한 시퀸과 입체적인 물방울무늬 안감을 드러냈죠. 점잖게 입고 그 가방을 열면 틀림없이 비둘기 한 마리쯤은 나와야 하는 마술사 가방처럼 보였죠. 그 가방 속에 있는 것이 욕망인지 위트인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시각적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보다 내면의 깊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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