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드러내는 로우 라이즈,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논란을 피할 수 없는 패션이 있습니다. 엉덩이 골을 드러내는 ‘울트라’ 로우 라이즈도 그중 하나죠. 2000년대 패리스 힐튼이 교복처럼 입던 스타일이요. 만약 그 시절 유행이 돌아와 많은 사람이 입게 되더라도, 여전히 한쪽에선 ‘민망하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영국 <보그>에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사가 올라왔더군요. 익명을 요청한 에디터가 울트라 로우 라이즈를 입고 거리로 나간 후기를 담았거든요. 과연 이 아이템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직 드로어즈를 드러내는 새깅조차도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입는 별세계 패션으로 느껴지는데 말이죠. 하지만 누군가는 먼저 입어봐야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누군가 결국 해냈죠. 어떤 패션이 다시 돌아올 때,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누가 먼저 반응하고, 누가 가장 먼저 손사래를 치는지 일단 살펴보시죠. 남들보다 먼저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는 2026 봄/여름 시즌을 위해 아카이브 속 ‘범스터(Bumster)’를 부활시켰습니다. 골반 아래로 아슬하게 내려앉아 뒤태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부분을 드러내는 실루엣이죠. 리 맥퀸이 1993년 첫 컬렉션 당시 리츠 호텔 행어에 걸어 선보였던 그 디자인입니다. 등장한 순간부터 수집가를 열광시키고 영국 타블로이드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정작 맥퀸 본인은 이런 반응을 즐겼던 것처럼 보입니다.
글렌 마르탱 또한 디젤 2025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꼬리뼈 가까이 내려오는 로우 라이즈 청바지를 선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청바지가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제 캐리어 안에 들어 있었죠. 탑승장에서 제로 콜라를 마시며 과연 이 실험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로우 라이즈의 진짜 무대는 로스앤젤레스
1990년대 런던이 범스터의 출발점이었다면, 2000년대 초 로스앤젤레스는 그걸 거리 문화로 확장한 도시였습니다. 패리스 힐튼이 당시 할리우드 클럽 신을 압도하며 로우 라이즈를 거의 교복처럼 입었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그 흐름에 합류했죠. 지금도 <보그> 스타일리스트에게 로우 라이즈 레퍼런스를 물어보면 힐튼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2005년 이탈리아 <보그>의 ‘할리우드 스타일’ 이슈가 따라오죠. 스티븐 마이젤의 파파라치 스타일, 에드워드 에닌풀의 스타일링. 트렌타 사이즈 스타벅스 컵, 비뚤게 쓴 트러커 캡, 품에 안은 치와와, 그리고 거의 바닥까지 내려간 청바지. SNS 이전이라 더 과감하게 존재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공기입니다.


이번 맥퀸의 범스터 귀환 시점은 마침 패리스 힐튼의 다큐멘터리 <인피니트 아이콘(Infinite Icon)> 공개 시기와 겹칩니다. 시대가 이 코드를 다시 호출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제가 실험해볼 주제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지금 이 로우 라이즈, 실생활에서 정말 입을 수 있을까?
테스트 1: 로스앤젤레스 도착 하루 만에 벌어진 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트래시 란제리(Trashy Lingerie)’라는 로컬 부티크에 갔습니다. 할로윈 의상을 고르러 들렀지만, 두 번째 피팅 룸에 들어갈 즈음엔 이미 평소 입을 옷을 고르고 있었죠. 친구가 시스루 네글리제(Negligee, 얇고 비치는 슬립 형태 잠옷)를 흔들며 물었습니다. “너무 과한가?” 저는 바로 “아니, 청바지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라고 답했습니다. 청바지와 뭐든 연결하는 이 ‘본능적 코멘트’, 패션계 사람들의 자동 응답 코멘트죠. 친구는 웃으며 모든 아이템을 구매했습니다.
테스트 2: 디젤 D-Waisty, 일종의 ‘데님 푸시업 브라’
며칠 뒤, 바 이탈리아(Bar Italia) 공연에 가기 전 디젤의 ‘D-Waisty’를 꺼냈습니다. 팬티 빌트인(Panty Built-In) 구조, 지퍼 없이 버튼 하나. 몸을 감싸는 순간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효과가 있어 바지라기보다는 구조물이란 생각이 먼저 듭니다.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돌아보니 조명 탓에 엉덩이가 지나치게 하얗게 보이더군요. 블러셔를 바를지 잠깐 고민했지만,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래쪽이 이미 충분히 과감하니 스타일링은 절제했습니다. 터틀넥, 하이힐, 레더 재킷을 꺼냈죠. 우버가 도착하기 직전 글렌 마르탱에게 DM을 보냈습니다. “입어봤는데… 보텀 클리비지(Bottom Cleavage, 엉덩이 골 연출)가 상당하군요.”

테스트 3: 예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연장에서는 놀랄 만큼 아무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조명의 블루 톤 덕에 엉덩이 부분이 은은히 드러났을 뿐, 사람들은 모두 음악에 집중했습니다. 친구가 킥킥대며 사진 몇 장 찍은 게 전부였죠. 저는 속으로 계속 되뇌었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건 그냥 엉덩이다. 그것도 아주 일부.’ 실버레이크에서 와인 한잔을 걸친 뒤, 다른 클럽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걸 런던에서 다시 입을 수 있을까? 아, 영국 추위엔 무리다. 3월까지 기다리자.
로우 라이즈는 더 이상 ‘극단’이 아니다
클럽 부스에 앉아 패리스 힐튼의 Y2K 클럽 룩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 로우 라이즈는 반항이었고, SNS용 콘텐츠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클럽에서 놀기 위한 옷’이었죠. 지금의 로우 라이즈는 그때처럼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2010년대 말 모델들의 오프듀티 룩, 특히 ‘슬라빅 돌(Slavic Doll)’ 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미 SNS에서 ‘그 시절’ 로우 라이즈가 끊임없이 재소환되기도 하고요. 한철 지나갈 유행이 아니라, 이미 아이코닉한 스타일이라는 거죠.
호텔 복도를 걸으며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여기서 갑자기 패션을 경제지표와 연결하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느낀 로우 라이즈의 귀환은 훨씬 직접적입니다. 옷으로 자신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 몸을 긍정하는 방식, 가벼운 장난기 같은 것들. 그 흐름이 합쳐져 다시 돌아온 거죠. 입을 거냐고요? 네, 다음에는 블러셔도 바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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