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엔 ‘바지’부터 갈아입어야 합니다
팬데믹 이후 몇 년 동안 패션은 ‘편안함’이란 이름으로 꽤 느슨해졌습니다. 크록스, 플립플롭을 패션 위크 기간에 당당하게 신고, 럭셔리의 끝판왕 더 로우는 트랙 수트를 선보였죠. (물론 캐시미어로 만든 거지만요.) ‘럭셔리’의 정의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 겁니다. 하지만 “스웨트팬츠는 패배의 신호”라는 칼 라거펠트(혹은 우리 엄마)의 문장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2026년에는 다시 깍듯한 바지들이 돌아옵니다. 조용한 럭셔리의 여파는 여전하지만 핸들은 확실히 꺾였군요.
편안함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2026년에는 가장 입기 쉬우면서 단정한 바지가 등장합니다. 셀린느와 질 샌더가 제안한 승마 팬츠 실루엣이 대표적이죠. 레깅스 입은 듯 편하지만 절대 운동선수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마티유 블라지가 밀고 있는 로우 슬렁 실루엣, 프랑스 여배우가 입을 것만 같은 핀스트라이프, 글렌 마르탱의 와이드 레더 팬츠까지 2026년의 바지는 명확한 ‘캐릭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젠 상황에 따라 바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바지로 오늘의 태도를 선언하는 시즌입니다. 그러니 2026년엔 바지부터 정하세요.
클라우드 댄서
팬톤이 발표한 2026년 컬러 ‘클라우드 댄서’. 밝고 깨끗한 화이트 계열 슬랙스가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느슨한 테일러링과 만나면 힘을 준 듯 안 준 듯한 여유가 생기죠. 관리가 까다로운 인상도 한몫합니다. ‘나는 자가용으로만 움직인다’는 태도를 은근히 드러내죠. 보테가 베네타의 느슨한 슬랙스부터 빅토리아 베컴의 와이드 팬츠까지 화이트 바지가 런웨이를 채웠습니다. 얼룩 제거제도 미리 장만해두시길 추천합니다.
승마 바지의 귀환
승마 바지라 쓰고, 출근용 레깅스라 읽습니다. 셀린느와 질 샌더가 레깅스를 바지로 정식 선언했습니다. 다만 헬스장 갈 때처럼 입는 건 금지입니다. 원단은 두꺼워야 하고, 길이는 복숭아뼈를 덮을 정도가 딱 좋습니다. 그 위에 힘 있는 테일러드 재킷을 입고, 날렵한 부츠를 더하면 말 타러 가는 대신 회의실로 직행할 수 있죠.
로우 라이즈의 진화
이번엔 더 느슨하고 영리하게 돌아왔습니다. 미우미우와 샤넬이 허리선을 한껏 끌어내렸더군요. 맨살을 드러내기보다는 전체 비율을 낮춰 여유를 주는 방식입니다. 뱃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톱은 길게, 벨트는 장식처럼 더했죠. 위는 단정하게, 아래는 느슨하게 연출하는 스타일링의 기세가 심상치 않군요.
프랑스 여배우처럼
회사 일이 걱정되는 날, 일단 줄무늬 바지를 입어보세요. 입는 것만으로도 전문적으로 보이니까요. 스텔라 맥카트니와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1970년대식 스트라이프 팬츠를 선보였습니다. 셔츠와 타이를 더하면 클래식해지고, 니트나 베스트와 매치하면 여유로운 분위기가 살아나죠. 남성복에서 온 실루엣이지만 빌려 입은 느낌은 전혀 아닙니다.
제대로 익힐 가죽 팬츠
케이트와 메종 마르지엘라가 가죽 팬츠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한쪽은 단정한 셔츠에 각 잡힌 펌프스와 매치했고, 다른 한쪽은 앞섶을 풀어 헤친 가죽 로브와 매치했죠. 유광, 무광 상관없습니다. 넉넉한 통으로 유연한 실루엣을 만들어보세요.
침실에서 거리로
속옷보다 얇은데 겉옷보다 당당한 바지들입니다. 페라가모와 스키아파렐리는 실크 팬츠의 물결을 이끕니다. 노출보다 질감으로 관능을 표현하니, 재킷과 매치할수록 오히려 더 단정해 보입니다. 새틴의 묵직한 광택과 깊이 파인 셔츠의 조합은 1930년대 스모킹 재킷이 떠오르죠. 편한 건 맞지만, 절대 침대에 다시 누우면 안 됩니다. 당장 일어나 거리로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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