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나는 쉬는 법을 몰랐습니다, 몸이 고장 나기 전까지

2025.12.19

나는 쉬는 법을 몰랐습니다, 몸이 고장 나기 전까지

“맙소사, 너무 힘들어.”

영국 보그 에디터 데이지 존스(Daisy Jones)는 웨스트 할리우드의 한 클럽에서 테킬라 레모네이드를 손에 든 채 파트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파 속에서 춤을 추느라 이미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그녀는 애써 그 신호를 무시한 채 계속 가기로 했죠. 그 순간, 몸 어딘가가 어긋났다는 느낌이 스쳤습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지 12일이 지났지만 시차 적응은 전혀 되지 않았고, 피로는 사라질 기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margauxbtn

런던으로 돌아온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일상적인 업무조차 버거웠고, 코는 욱신거렸으며 매일 밤 식은땀에 젖어 잠에서 여러 번 깼습니다. 독감 증상은 몇 주째 이어졌죠.

5주 차에 접어들 무렵, 그녀의 몸은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습니다. 근육통과 인후통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쉼 없이 고강도 운동을 한 것처럼 피로가 축적돼 있었습니다. 그제야 분명해졌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요.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바이러스 후유증’이었습니다.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아주 많이 쉬는 겁니다.”

그동안 몸의 신호를 무시한 대가로, 이제는 몸이 스스로 멈춤 버튼을 누른 셈이었습니다. 회복까지 얼마나 걸릴지 묻자, 의사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몇 주일 수도, 몇 달일 수도 있어요. 얼마나 잘 쉬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쉬고 있는데도 낫지 않는 이유

병원에 다녀온 후, 존스는 2주 동안 거의 침대 위에서 보냈습니다. 온몸이 쑤셔 뒤척이며 시간을 흘려보냈고,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두통과 안구건조에 시달렸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조차 과장되게 크게 느껴질 만큼 감각은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hannaschonberg

존스는 분명 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죠. 우리는 흔히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거나,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스크롤하는 걸 휴식이라 합니다. 그러나 진짜 휴식은 훨씬 더 느리고, 훨씬 더 조용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무위가 아닙니다. 뇌에 가해지는 모든 요구를 잠시 내려놓는 일입니다. 문제는 바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이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죠.

존스가 ‘제대로 쉬고 있다’고 느낀 거의 유일한 순간은 수면 안대를 착용한 채 완전히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명상 안내에 몸을 맡겼을 때였습니다. 그제야 호흡이 느려지고, 긴장으로 굳었던 근육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휴식은 감각이 아니라 기술이다

존스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휴식은 타고나는 감각이 아니라, 익혀야 하는 기술이라는 사실을요. 회복은 놀라울 만큼 더뎠습니다. 그녀는 하루 단위로 몸 상태를 판단하는 일을 멈추고, 몇 주 단위로 변화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개념이 ‘페이싱(Pacing)’입니다.

@blueeeemint

페이싱이란, 어떤 활동을 한 뒤 반드시 휴식을 취함으로써 자신의 에너지 한계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에너지 총량은 서서히 늘어났지만, 한계를 넘었다고 느껴질 때면 충분한 휴식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작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하루 종일 이어지던 극심한 피로가 점차 오후 늦은 시간으로 밀려났죠. 제대로 된 휴식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만, 그 방법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현대사회는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 시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삶은 성실함의 증거로 여기고, 성공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로 측정하죠. 그러나 이런 리듬이 오래 지속될수록, 몸은 결국 더 큰 대가를 요구합니다.

@maralafontan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공백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제니 오델(Jenny Odell)은 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How To Do Nothing)〉에서 ‘고독과 관찰, 소박한 교류는 목적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말합니다. 또한 〈휴식은 저항이다(Rest Is Resistance)〉의 저자 트리샤 허시(Tricia Hersey)는 ‘휴식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과잉 생산을 요구하는 사회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 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면, 주변의 시선은 종종 따갑습니다. 게으른 사람 취급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는 ‘회복이 직선이 아니라 계단처럼 오르내리는 과정’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좌절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또한 하나의 휴식입니다. 존스는 선의를 가장한 질문들로 인해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가는 일만큼은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숨을 고르는 것의 의미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휴식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다시 고민해야 할 삶의 조건이라는 점이죠.

@hannaschonberg

아이온 갬블(Ione Gamble)은 〈가난하고 아픈 소녀들(Poor Little Sick Girls)〉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현대사회가 강요하는 조급함은 대부분 허구다. 그것은 우리를 바쁘게 만들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믿게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숨 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숨 고르는 일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지금 힘든가요? 그럼 일단 들고 있던 디지털 기기를 모두 내려놓고 쉬어보세요.

Daisy Jones
사진
Instagram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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