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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공방 컬렉션에 대한 두 가지 시선

2025.12.19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공방 컬렉션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이제 하나의 여성이 아니라 다양한 여성입니다!” 새 시대를 맞은 샤넬 하우스의 선언을 구현하기에 ‘멜팅 포트’ 뉴욕만 한 도시가 또 있을까? 마티유 블라지의 첫 공방 컬렉션을 향한 <보그> 저널리스트들의 두 가지 시선과 해석.

BY NICOLE PHELPS

뉴욕이 당신을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비가 쏟아지고, 교통 체증으로 도시가 꽉 막혀 있으며, 지하철이 전부 연착되는 날. 그러다 갑자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당신은 이 도시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2026 샤넬 공방 쇼는 그런 마법이었다.

블라지의 두 번째 샤넬 쇼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몇 달 전 파리에서 선보인 그의 첫 번째 쇼는 지난해 최고의 데뷔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해에 데뷔한 디자이너가 12명이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는, 단순히 ‘정말 놀라운 컬렉션’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샤넬이 이 도시에서 첫 번째 쇼를 선보인 것은 2006년 5월이었다. 칼 라거펠트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그레이트 홀 위층의 메자닌(1층과 2층 사이에 위치한 중간층)에 런웨이를 마련했고, 이는 이후 거의 20년 동안 하우스가 반복하게 될 템플릿을 구축했다. 그의 마지막 공방 쇼 역시 2018년 1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 덴두르 신전(Temple of Dendur)에서 진행됐다. 이번 쇼는 J·Z 노선의 폐역인 바워리(Bowery)역에서 펼쳐졌는데, 이 공간을 열차 소리를 흘려보내는 스피커, 오래된 공중전화, 하나의 선로 위에 지어진 세 줄의 벤치로 꾸몄다. 다른 말을 더 붙일 필요도 없이 샤넬을 입고 온 대부분의 게스트는 지하철을 타고 오지 않았다.

꽤 긴 대기 시간이 지나자 조명이 어두워지고, 실제 MTA 열차 한 대가 역으로 들어왔다. 진정한 ‘와우!’의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자 80명 남짓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왔고, 어딘가를 향하듯 분주한 모습으로 플랫폼을 가로질렀다. 디자이너가 “즐거운 혼란”이라 표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뉴욕 지하철에 흥미를 느낀 이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캘빈클라인에서 일하며 뉴욕에서 몇 년을 보낸 블라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그곳은 위계가 없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각 모델은 뉴욕의 전형적인 인물을 표현하고 있었다. 샤넬의 19M 허브를 구성하는 장인 공방 르사주(Lesage)가 개발한 기법으로 만든 실크로, 데님이 아니라 ‘데님처럼 보이는’ 팬츠를 입은 학생 모델이 빠르게 지나가고, 다른 방향에서는 풍성한 블랙 오페라 케이프를 두른 사교계 인사가 등장했다. 그는 ‘1970년대 기자’와 ‘세계를 정복하려는 1980년대 비즈니스우먼’을 묘사했다고도 설명했다. 잠재적인 ‘코코’가 연상되는 프린지 장식의 플래퍼 드레스가 등장했고, 택시의 노란색으로 완성한 레오파드 스커트 수트는 그녀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그 외에도 그녀가 의상을 맡았던 영화 <오늘 밤(Tonight or Never)>에 대한 오마주가 코트의 트위드에 직조되어 있었고, 오버사이즈 플란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플란넬이 아닌 부클레 소재 셔츠도 등장했다. 그리고 은은하게 반짝이는 이브닝 수트의 리트리버 무늬는? “뉴욕엔 필수 액세서리가 두 가지 있죠. 개와 커피잔입니다.” 그가 답했다.

이 컬렉션의 생동감 넘치는 활력은 실제 삶에서 영감을 받은 다채로운 군상과 르사주의 비즈, 르마리에(Lemarié)의 깃털 등 장인 기술을 더한 풍부한 수작업에서 비롯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 그는 예전의 익숙한 ‘더블 C 로고를 잔뜩 올린’ 장식 대신 여전히 샤넬다우면서도 욕망을 자극하는, 덜 획일적인 것으로 대체했다. ‘모두를 위한 샤넬!’ 어쩐지 근사하게 들리고, 누구나 꿈꿔볼 수 있다. 아마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일종의 ‘들뜬 기분’을 안고 쇼장을 나섰을 것이다. 한편 멈출 줄 모르는 블라지는 하우스를 위한 그의 다음 컬렉션인 오뜨 꾸뛰르를 선보인다.

BY LAURE GUILBAULT

12월 2일 화요일, 마티유 블라지의 지휘 아래 완성된 첫 샤넬 공방 컬렉션이 뉴욕 맨해튼의 바워리역에서 공개됐다. 샤넬은 지난 2018년 12월에도 뉴욕에서 공방 컬렉션을 선보인 적 있는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에서 열린 당시 쇼(칼 라거펠트의 마지막 공방 컬렉션)와 비교하면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뉴욕은 어떤 면에서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는 쇼 시작 몇 시간 전 <보그 비즈니스>에 이같이 부연했다. “뉴욕에서 쇼를 여는 것은 블라지의 창의적 비전이 반영된 새로운 챕터를 펼치는 것과 같죠. 칼이 자신의 여정을 마무리한 도시도 뉴욕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의 시선으로 뉴욕과 다시 이어져 이전과 다른 에너지로 미래를 바라보려 합니다. 과거엔 부유층이 거주하는 업타운에서 쇼를 열었지만, 지금 우리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있어요. 뉴욕이 얼마나 다채로운 경험과 기회, 에너지를 제공하는 도시인지 보여주죠.”

공방 컬렉션은 샤넬이 매년 발표하는 10개 컬렉션의 하나로, 올해 쇼에 대한 브랜드의 접근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반영된다. 블라지의 합류로 브랜드는 쇼 캘린더에 대해 재고하게 됐고, 그는 기존보다 더 미리 일을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내부 조직을 구성했다.

“우리는 그와 함께 고민했습니다. 정말로 매년 10개나 되는 컬렉션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까? 실현 가능하도록 구조화해야 하는 것은 뭐지? 10개 컬렉션을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두 번의 꾸뛰르 컬렉션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죠. 그리고 8개 컬렉션은 매장 판매를 위한 목적이고요. 각 컬렉션은 명확한 역할이 있고, 그래서 이 방식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파블로브스키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훨씬 위 단계에서 전담 팀이 컬렉션 준비를 위해 리서치를 하고, 샘플을 만드는 방식을 시도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해온 방식과는 좀 다르죠. 지금까지는 한 번에 하나의 컬렉션에만 집중했거든요. 이제 블라지가 디렉팅한 두 번째 컬렉션을 완성했을 뿐이지만,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을 땐 구조화하는 게 중요하죠. 잠도 잘 자고, 침착함을 유지해야 해요. 지난 10월 쇼의 결과를 고려해봤을 때 새로운 방식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뉴욕에서 쇼를 선보인 건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그가 하우스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 지 1년 만에 열린 것이며, 주식 시장의 호조로 미국이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시점과도 맞물린다. 미국은 샤넬의 가장 큰 시장으로, 오뜨 꾸뛰르 컬렉션의 판매 실적도 가장 높다. “미국 시장은 최근 몇 달 동안 반등해왔습니다. 오늘 쇼의 목적도 고객층을 계속 확대하고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거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업 성장으로 이어질 겁니다.” 파블로브스키가 덧붙였다. “매장 경험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해요.” 샤넬은 뉴욕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본점의 부티크 리뉴얼을 막 마쳤으며, 다른 매장 프로젝트도 현재 진행 중이다.

디올, 루이 비통, 구찌 같은 몇몇 럭셔리 브랜드가 샤넬을 따라 미국에서 2027 리조트 쇼를 연다는 소식을 전했다. 샤넬은 다음 크루즈 쇼 장소를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샤넬도 전부터 이어진 전 세계적인 럭셔리 시장 침체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5월, 하우스는 2024년 매출이 4.3% 하락해 18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 후 10월 파블로브스키는 <르 피가로>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올해 매출을 회복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뉴욕에서 쇼가 열린 화요일에는 2025년이 “샤넬의 역사에서 아주 흥미로운 과도기”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2025년 한 해, 우리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점진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이는 그동안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죠.” 그가 말했다. “2024년 이맘때 우리는 항저우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유일한 브랜드였습니다. 우리 팀이 고객과 유의미하게 이어질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하우스에도 방점을 찍는 순간이었죠. 이후 중국 시장은 점점 더 좋아졌고, 건강한 수준으로 활동을 회복했습니다.” 샤넬은 오는 3월부터 블라지의 데뷔 컬렉션을 매장에 출시하고, 2개월 뒤 공방 컬렉션 판매를 시작해 상반기에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방 컬렉션은 라거펠트가 샤넬 공방의 장인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12월 처음 선보였다. 하우스가 보유한 전문 공방과 제조사의 수는 60개에 이른다. 그중 자수 공방 르사주, 깃털과 꽃 장식 공방 르마리에, 금세공 공방 구센, 모자 공방 메종 미셸, 슈즈 공방 마사로를 비롯한 11곳이 파리 외곽에 위치한 샤넬의 허브 19M에 있다.

“공방 컬렉션은 이제 브랜드의 운영 구조에서 단단한 기둥과 같습니다. 모든 컬렉션의 개발에 기여하기 때문이죠. 꾸뛰르뿐 아니라 다른 컬렉션에도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합니다.” 파블로브스키는 계속 설명했다. “하우스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그 장인 정신이 우리 제품과 매장의 구성을 정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토요일, 샤넬이 에이셉 라키를 앰배서더로 임명하면서 남성복 라인을 론칭할 거라는 추측이 점점 더 열기를 더했다.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하는 그는 마가렛 퀄리와 함께 하우스의 단편영화에 출연했으며, 미셸 공드리 감독이 촬영한 이 영상은 쇼에 앞서 공개되었다. 2023년 5월과 2025년 5월 두 차례의 <보그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샤넬 글로벌 CEO인 리나 나이르(Leena Nair)는 남성복 라인 확장 계획을 부인했다. 그리고 파블로브스키는 다시 한번 분명히 말했다. “우리는 남성복 라인을 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컬렉션에서 성별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늘 선보여왔으니까요. 대부분 여성용이지만, 남자들도 충분히 빌려 입을 수 있는 옷이죠. 남성복 사이즈를 따로 제작하지 않습니다. 지난 10월 쇼에서 남성 셔츠 공방 샤르베 협업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게 포인트는 아니었지만요. 우리는 모든 것이 공존하고 경계가 없는 세상을 살고 있어요. 남자들이 컬렉션 의상을 입고 싶다면 얼마든지 입을 수 있어요.”

에이셉 라키의 합류는 샤넬에 흥미롭고 신선한 관점을 제공하지만, 새로운 확장을 예고하는 건 아니라고 그는 덧붙여 언급했다.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블라지도 시도할 수 있는 자유가 충분하다고 느끼고요.” VK

    패션 에디터
    고주연
    포토그래퍼
    HUNTER ABRAMS
    SPONSORED BY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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