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막힘을 풀어주는 후각 테라피, 직접 받아봤습니다
감정의 막힘을 풀어주는 심리적, 정서적 치료법, 올팩토테라피(Olfattoterapia)를 경험해봤습니다. 에센셜 오일을 활용해 후각으로 무의식에 접근하는 테라피는 생각보다 깊은 감정의 층을 건드리며 긴장을 풀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또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지 정리해봅니다.

오감 가운데 후각은 기억을 불러오는 힘이 가장 강력한 감각입니다. 향기를 맡는 순간, 잊고 있던 얼굴 또는 장면이 떠오르거나, 기억 깊숙이 묻혀 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이러한 후각 기억은 우리 모두의 잠재의식 속에 저장된 일종의 ‘향의 도서관’에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올팩토테라피는 바로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향의 기억을 바탕으로 작용하는 테라피입니다. 부드럽지만 깊게 작용하는 이 방법은 감정의 명료함과 균형 회복을 도우며, 정서적인 긴장을 한결 가볍게 풀어줍니다.

올팩토테라피란 무엇일까?
“향기를 통해 잠잠했던 감정을 깨우고, 잊혔던 내면의 자원을 다시 발견하는 짧지만 효과적인 테라피입니다.” 니스, 파리,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올팩토테라피스트 카롤린 드 쉬라니(Caroline de Surany)의 설명입니다. “각각의 향에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어떤 향은 긍정적인 힘과 기억을 불러오고, 또 어떤 향은 과거의 상처나 두려움을 떠올리게 하죠. 후각을 통해 이런 감정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 우리를 붙잡고 있던 감정적 매듭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올팩토테라피는 1990년대 에너지 치료사이자 소마톨로지스트(Somatologist, 신체와 감정의 관계를 연구, 치유하는 전문가)인 질 푸르닐(Gilles Fournil)이 고안했습니다. 그는 에센셜 오일이 무의식에 도달할 수 있는 점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숨겨진 감정에 접근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완화해 현재를 보다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로마테라피와는 무엇이 다를까?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올팩토테라피는 아로마테라피와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목적과 작용 지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로마테라피는 오일을 흡입하거나 피부에 바르는 방식으로 신체적 불편을 완화하고 전반적인 컨디션 회복에 초점을 둡니다. 반면 올팩토테라피는 향이 감정과 무의식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활용해, 정신과 감정의 깊은 층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올팩토테라피는 어떻게 작용할까?
향기는 감정을 처리하는 뇌 영역인 변연계(Cervello limbico, 감정, 기억, 본능을 관장하는 뇌의 핵심 부위)로 곧바로 전달됩니다. 이 과정은 이성적 판단이나 분석을 담당하는 영역을 거의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올팩토테라피 세션 중 슬픔이나 두려움, 분노처럼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갑작스럽게 표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많습니다. 이러한 감정이 한 번 표현되고 나면, 그 감정이 만든 신체적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이 시작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적합할까?
올팩토테라피는 사고나 분석이 아니라 신체 감각을 통해 작용하기 때문에 빠르고 깊은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카롤린은 “우울감을 완화하고, 중독의 근원을 발견하고 해결하며, 트라우마의 영향을 줄이고,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자기 이야기를 말하고 싶지 않거나, 왜 힘든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들에게 유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중증 정신과 질환은 올팩토테라피가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며,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임산부와 어린이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직접 올팩토테라피를 경험해보니…
저는 베를린에서 카롤린에게 올팩토테라피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베를린의 대표적인 웰니스 공간으로 꼽히는 스파 휘돈(Wheadon)에서 올팩토테라피 세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션은 간단한 대화로 시작됐습니다. 오늘 특히 집중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저는 늘 유동적이며 불투명하게 느낀 미래의 삶에 대해 명확함을 얻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담요를 덮고,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카롤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시각화하면서 근육을 하나씩 이완시키는 명상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몸이 충분히 이완되자, 그녀는 에센셜 오일을 하나씩 제 코에 가까이 가져와 느낌을 물었습니다. “좋은가요? 싫은가요? 아니면 아무 느낌이 없나요?” 그중 하나는 거의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불쾌했고, 반대로 또 다른 향은 평온함과 함께 숲속을 걷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카롤린은 제가 좋아한 향이 제 안의 힘과 회복력을 상징하며, 반드시 자각하고 키워야 할 정서적 기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숲의 이미지는 자연이 저의 회복을 돕는 중요한 요소라는 신호라고 했죠. 특히 재스민은 ‘직관’을 의미하며, 앞으로 선택을 할 때는 향이 전하는 감각을 믿으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제가 메스꺼움을 느꼈던 향은 과거의 갈등이나 트라우마 혹은 부정적인 인물과 연결된다고 했습니다. 그때 바로 과거 제 물건을 훔쳤던 한 사람이 떠올랐죠. 캐롤라인의 권유에 따라 저는 그 인물을 마음속에서 놓아주었습니다. 슬픔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은 채 눈물이 고이더군요.
세션이 끝났을 때 저는 놀라울 만큼 가볍고 홀가분했습니다. 마치 내면 깊숙이 쌓여 있던 불필요한 감정의 잔여물을 조심스레 정리한 느낌이었어요. 올팩토테라피는 그렇게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순간에 나를 깨운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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