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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일상적인 패션 풍경, 홍콩 패션 페스트 2025

2025.12.23

가장 일상적인 패션 풍경, 홍콩 패션 페스트 2025

도시 전체가 패션으로 물든 홍콩에서 생긴 일.

“홍콩은 처음인가요?” 옆자리에 앉은 아시아 PR 담당자가 물었다. 여러 번 방문했다고 답하니 그는 홍콩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했다. 나에게 홍콩은 ‘쇼핑의 도시’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떠난 홍콩은 몹시 더웠다. 빈티지 숍을 찾아 헤매다 더위도 식힐 겸 들어선 하버시티의 호화스러운 쇼윈도에 홀린 듯 우리는 2박 3일 내내 쇼핑에 집중했다.

“캔턴 로드, 코즈웨이 베이, 타임스 스퀘어, 그리고 K11 아트 몰과 카이탁 에어사이드까지. 홍콩에선 언제 어디서든 패션을 쉽게 접할 수 있죠.” 나의 첫 홍콩 여행기를 듣던 담당자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홍콩의 많은 랜드마크에서 우리는 쉽게 패션을 경험했고 그들이 얼마나 패션에 진심인지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그냥 감상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된 사실이다. 홍콩의 패션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6.5% 매출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로 홍콩 정부는 패션 산업 육성과 국제 이벤트를 개최하고 GBA(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디자이너와 교류를 촉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홍콩을 아시아 패션 디자인 허브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의 이벤트가 ‘홍콩 패션 페스트(Hong Kong Fashion Fest)’다. 지난 11월 22일부터 12월 7일까지 열린 제2회 ‘홍콩 패션 페스트’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주최하고 문화창조산업개발청이 후원하며 오뜨 꾸뛰르부터 디지털 패션, 데님 문화, 지속 가능성, 밀라노 패션 위크와 파리 패션 위크의 협업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024년 개최한 첫 번째 ‘홍콩 패션 페스트’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해는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홍콩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차세대 디자이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홍콩 문화체육관광국 로산나 로(Rosanna Law) 장관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번 ‘홍콩 패션 페스트’에서 눈에 띄는 점은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장소다. 빅토리아 하버에서 열린 <꾸뛰르 예술의 장 2025(Virtuose: The Artistry of Couture 2025)> 이벤트를 시작으로 2023년 완공된 6만5,000㎡ 규모의 쇼핑몰인 에어사이드, 하버시티, 익스체인지 스퀘어까지 대규모 쇼핑몰과 랜드마크에서 이름 그대로 패션 축제의 장이 열렸다. 어디서든 편하고 쉽게 패션을 접할 수 있다는 관계자의 말을 증명한 셈이다.

처음 관람한 건 홍콩 디자인 센터(HKDC)가 프랑스 오뜨 꾸뛰르 패션 연맹(FHCM)과 협력해 개최한 <Play, Pose & Pixel> 디지털 패션 전시다.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간 이번 전시는 홍콩의 디지털 패션 브랜드 패브릭스 월드(FabriX World)가 지난 9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호평받은 전시를 새롭게 구성했다. AR 피팅과 3D 몰입형 기술로 나만의 아바타를 디자인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흥미로웠는데, 현장에서 촬영한 이미지가 바로 휴대폰으로 전송됐다. 귀여운 아바타로 변신한 내 모습과 실제로 착용하던 작은 목걸이까지 그대로 구현한 기술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디지털 세계를 경험하고 우리는 데님 페스티벌이 열리는 하버시티로 향했다. ‘홍콩 패션 페스트’에서는 데님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다. 그중 벌써 네 번째를 맞이한 <데님 아티스트리(The 4th Hong Kong Denim Festival-Denim Artistry)>는 인재를 육성하고 데님 디자인 문화와 산업 플랫폼을 구축해온 행사다. 올해는 하버시티의 게이트웨이 아케이드에서 열렸는데 패션 쇼케이스부터 현지 디자이너와 데님 컬렉션의 시너지를 내는 데 주목했다. 오픈된 공간이라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었다. 한 가족이 쇼케이스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며 홍콩이 패션을 대하는 접근 방식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센트럴에 있는 익스체인지 스퀘어에서는 <패션 서밋 홍콩 2025(Fashion Summit Hong Kong 2025)> 전시가 열렸다. 미국, 영국, 중국, 한국까지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각 나라의 아이덴티티와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룩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라인업에 오른 한국 디자이너 김단하는 한복 특유의 디테일을 자연스럽게 반영했다.

빠르게 전시를 둘러보고 우리는 다음 행선지를 위해 강을 건넜다. ‘홍콩 패션 페스트’의 하이라이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 <다시 이어지는 패션: 두 스타일 도시의 이야기(Fashion to Reconnect: A Tale of Two Style Capitals)>는 홍콩 디자이너 9명과 이탈리아 디자이너 16명이 참여한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이야기다. 친환경·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디젤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드레스, 미쏘니의 패치워크 드레스, 페라가모의 상징적인 레인보우 샌들이 시선을 끌었다.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만난 아카이브부터 홍콩 디자이너가 장인 정신을 발휘해 신발 끈으로 제작한 톱, 스타킹으로 만든 구조적인 실루엣의 드레스까지 지금 막 오뜨 꾸뛰르 런웨이에 나온 것 같은 작품 앞은 섬세한 디테일을 눈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시장 한쪽 벽에는 이탈리아 예술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말이 적혀 있었다. “제3의 낙원에서 자연과 인류는 하나의 호흡으로 얽혀 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 전시가 패션이라는 제3의 낙원에서 창의성과 소재 활용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모든 전시를 관람하고 빅토리아 항구 사이로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을 바라봤다. 2023년에는 퍼렐의 루이 비통 쇼가, 2024년에는 샤넬 레플리카 쇼가 왜 홍콩에서 열렸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홍콩은 어디든 도시 전체가 런웨이가 된다. 그 자체로 일상적인 패션의 배경이다. VK

디지털 에디터
가남희
COURTESY OF
HONG KONG FASHION COUNCIL
SPONSORED BY
HONG KONG FASHION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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