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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나 아르마니와 레오 델오르코가 말하는 아르마니

2026.03.06

실바나 아르마니와 레오 델오르코가 말하는 아르마니

패션계는 변화가 불가피할 때까지 반복하면서, 이를 ‘진화’라고 한다. 하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 하우스에서 유산을 반복하는 건 다른 의미다. 유산 자체가 현재를 관통하는 중심 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조르지오 아르마니 별세 후, 그가 지목한 후계자 실바나 아르마니(Silvana Armani)와 레오 델오르코(Leo Dell’Orco)를 만났다. 이들은 모든 유서 깊은 브랜드가 직면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창립자가 부재한 시대, 그 권위를 미래로 어떻게 옮겨갈 것인가?’

Courtesy of Giorg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1970년대에 ‘진정한 힘에는 과장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설립했다. 딱딱한 재단 스타일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라인을 만들었고, 여성에게 남성복을 코스튬처럼 흉내 내거나 특별한 옷이 아닌 타당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조르지오 리더십 아래 하우스는 확고하고 독립적인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이제 하우스는 창립자 없이 그 스타일을 이어가야 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실바나와 레오가 엠포리오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두 브랜드를 이끌게 된 지금, 어떤 규칙을 신성 불가침하게 지키고 어떤 부분을 시대에 맞게 다듬을 것인지가 과제다.

레오 델오르코와 실바나 아르마니. Getty Images

실바나는 아르마니 조카로,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해 전화교환원을 거쳐 디자인실에 합류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현재 여성 컬렉션을 총괄하고 있다. 레오 델오르코는 1970년대 우연히 조르지오의 강아지를 찾아준 인연으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은 평생 파트너십을 이어갔고, 레오는 아르마니 모든 라인의 남성복 디자인 크리에이티브와 경영을 책임져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그의 어린 조카 실바나. Courtesy of Giorgio Armani
젊은 시절의 레오 델오르코가 조르지오 아르마니 런웨이에서 모델로 선 모습. Courtesy of Giorgio Armani

각자 맡은 새 역할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새로운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요?

실바나 아르마니(이하 SA) 사실 처음에는 두려웠어요. ‘맙소사, 이제 나 혼자서 해야 하네!’라는 부담감에 머뭇거렸죠. 하지만 이탈리아 속담처럼 일단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하러 나서야 하죠. 믿음직스럽고 역량 있는 팀과 일하게 되어 감사해요. 엄청난 서포트를 해주거든요. 저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고 믿어요.

레오 델오르코(LDO) ‘그래, 조르지오가 더 이상 곁에 없어. 결단력을 갖춰야 해.’ 다소 단호한 결심으로 시작했어요. 물론 조르지오를 늘 생각했지만요. 저희는 아주 간단명료한 방식으로 작업해요. 제가 맡은 일에 정확성을 기했고, 조르지오가 어떻게 했을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실바나, 아르마니 프리베(Armani Privé)가 첫 단독 컬렉션이었죠. 어떤 평을 받았나요?

SA 감사하게도 긍정적인 평이 많았어요. 패션쇼 피날레 무대로 나와 인사했을 때 그 분위기를 느꼈죠. 컬렉션이 괜찮았구나 확신하며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런 반응을 얻으니 기분 좋더라고요.

아르마니 프리베 2026 봄 꾸뛰르 쇼 피날레에 선 실바나 아르마니. GoRunway

여성으로서 여성 컬렉션 디자인을 한다는 점이 어떤 차별점을 부여하나요?

SA 남성이 주도하는 디자인계에서 공감에 기반한,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싶어요. 환상이나 이상화가 아닌 실제 경험에서 출발하죠. 제 생각에 삼촌을 비롯한 남자 디자이너는 과장된 장식을 더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마도 ‘여성스러워’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는 거겠죠. 하지만 남성 정장이라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여성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죠. 편안함, 움직임, 관능미 모두 중요한 요소예요. 남성복 디자인보다 더 복잡하죠. 하지만 여성은 자신의 몸을 잘 알아요. 직접 옷을 입어보고, 재킷 길이가 맞는지 확인하고 수정해요. 저를 기준 삼아 작품을 만드는 셈이죠.

Armani Privé 2026 Spring Couture
Armani Privé 2026 Spring Couture

새로운 비전으로 더한 특징은요?

LDO 남성복에 다양한 색을 더했는데 조르지오는 다르게 해석했을 수도 있어요. 제가 좀 더 단호하게 밀고 나갔죠. 조르지오는 원단부터 스타일링까지 모든 걸 재검토했고, 훨씬 빠르게 진행했어요.

SA 삼촌은 항상 “절대 안주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스스로도 끊임없이 검토하고 또 검토했어요.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었죠. 레오와 저는 컬렉션을 보자마자 ‘우리가 정말 빨리 만들었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삼촌도 분명 오케이했을 거라 믿어요. 저희만의 방식으로, 본연에 충실하면서도, 색다른 전개를 통해 엠포리오 컬렉션을 완성했죠.

Emporio Armani 2026 S/S RTW

색다른 전개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SA 특정 스타일링 기법이요. 이를테면 발목까지 올려 신은 양말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삼촌이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스타일이에요. 런웨이에서 선보일 다른 소소한 디테일도 마찬가지고요. 삼촌은 극도로 꼼꼼했어요. 거의 강박적인 수준이었죠.

LDO 조르지오는 “꼭 협업하세요!”라고 가장 먼저 말했죠. 동시에 그렇게 하지 않은 첫 인물이고요.

SA 저는 레오와 일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다른 행사에서도 몇 번 같이 일한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남성복과 여성복 모두 함께해서 뜻깊었죠. 정말 재밌고, 즐거웠어요.

다음 엠포리오 쇼는 두 분이 공동 디자인한 첫 번째 남녀 공용 컬렉션이죠.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다면요?

LDO 사실 조르지오 뜻이었어요. 매장에서 남성복과 여성복 라인에 통일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였죠. 이번 컬렉션은 가상의 음악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젊은 음악가를 지휘자로 육성하는 곳이죠.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건 없지만, 그 속에서 규율과 개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탐구해요. 모든 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시그니처 아이템을 선보이면서도, 컬렉션에 상큼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담고 싶었어요. 모두를 위한 작품을 제안하면서, 브랜드 유산도 지켜가게끔요.

실바나 아르마니와 레오 델오르코는 쇼가 열리기 불과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난 아르마니를 기리는 2026 봄/여름 컬렉션을 기획했다. Courtesy of Giorgio Armani

그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 건가요? 시간이 흐르면서 창립자의 정체성을 오롯이 유지하기 쉽지 않죠. 많은 패션 하우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가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SA 아르마니의 핵심 가치와 삼촌의 사고방식을 지키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일단 해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볼 거예요. 소셜 미디어에 휘둘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착실히 지켜보려고 해요. 우선 목표는 최선을 다해 아르마니를 발전시키는 거고요.

LDO 저와 실바나만 있는 건 아니죠. 저희는 아르마니 일원이고, 이 브랜드는 굉장히 탄탄합니다.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요. 팀이 갖춘 전문성과 경험이 저희에게 계속 자신감을 심어주죠.

패션은 진화하고 있어요. 그리고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유산은 새로운 세상에서 계속 평가가 바뀔 거고요. 조르지오는 새로움을 거부하는 축이었지만, 어쩌면 두 분에게는 활력이 될 수도 있겠네요.

LDO 물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상에 벌어지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요. 하지만 앞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도 살펴봐야 하죠. 거리 위 스타일을 관찰하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입는지 궁금하거든요.

아르마니 스타일이 어떻게 지속될 것 같나요? 그리고 어떤 부분이 재해석되어야 할까요?

LDO 조르지오가 재킷을 만들던 방식도 중요한 요소예요. 그가 고수한 방식이 아르마니 스타일의 근간으로 남아 있죠. 그 방식을 재해석하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남성복 컬렉션에서 시도하고 있어요. 이번 여성복 컬렉션도 그 변화를 보여줄 거예요.

Giorgio Armani 2026 F/W Menswear
Giorgio Armani 2026 F/W Menswear

SA 여전히 깔끔하고 세련되면서도, 삼촌이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소소한 디테일이 있어요. 파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는 모든 걸 간소화했어요. 메이크업은 더 가벼워졌고, 액세서리도 줄였죠. 며칠 전 피팅한 것을 봤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더 날렵하고 정교해지고, 간결해졌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습니다. 응축된 아르마니죠. 사람들은 패션쇼가 왜 이렇게 빨리 끝나나 의아할 거예요.

색 조합 방식도 이야기하고 싶네요. 새벽빛처럼 밝고 가벼운 톤이 오묘해요. 삼촌과 원단을 골라둔 것처럼, 색도 미리 정해 두었거든요. 결정을 함께했던 거죠. 반면 실루엣은 저희가 직접 정했어요. 예전 스타일을 다시 살펴보면서 손봤어요. 재킷 길이를 늘이고, 어깨는 부드럽게 살짝 넓혔습니다. 저는 치마를 디자인하지 않기에 바지만 만들었어요.

Giorgio Armani 2026 F/W RTW

그리고 액세서리는 없앴어요. 이브닝 드레스에 귀걸이만 더했죠. 삼촌은 온갖 액세서리를 달아놓고 즐거워했고, 어떤 비판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평이 안 좋은 컬렉션이 끝나고 그 부분을 지적해도 삼촌은 귀담아듣지 않았죠. 가끔 제가 몇 점 빼려고 애썼지만, 결국 “좋아요, 모자는 그대로 두죠”라고 말했어요. 반면 레오는 더 단호했고 강력하게 의견을 표출했죠.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같지만요. 이번 패션쇼에서는 미나(Mina)와 협업했어요. 새로운 요소입니다. 저희를 위해 작곡한 음악을 무대에서 선보이거든요.

LDO 일본에 영향받은 디테일도 있어요. 조르지오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죠. 독특한 실루엣에 우리 원단을 조합하고, 서양에 친숙하게 해석하며 입기 편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실용성이 핵심이에요. ‘예쁜 드레스네!’라는 감상과 ‘근데 어디에 입고 가겠어?’라는 평을 연달아 듣지 않으려면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1978 봄/여름 컬렉션을 위해 모델이자 조카인 실바나의 옷매무새를 잡아주고 있다. Getty Images
조르지오 아르마니 1978 봄/여름 시즌 백스테이지에 있는 실바나. Getty Images

현재 패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른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 그리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요?

LDO 요즘 패션 시장은 정말 거대하고, 젊은 디자이너도 많죠. 모두 눈여겨보고 있지만, 솔직히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로 꼽을 만한 인물은 딱히 없습니다. 제 생각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요. 개인적으로 늘 일본 디자이너를 좋아했습니다.

내가 먼저 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요?

LDO 없어요. 오히려, 많은 사람이 여전히 아르마니를 모방하고, 빈티지 아르마니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면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특별히 마음에 들어 했던 디자이너가 있나요?

SA 장 폴 고티에를 좋아했어요. 클로드 몬타나도 높이 평가했죠. 당연히 발렌티노 가라바니도요.

젊은 디자이너는 어떻게 바라봤나요?

SA 삼촌은 그들이 진정한 크리에이터가 아니라고 말했어요. 이것저것 모아 짜깁기하는 스타일리스트라고 했죠. 삼촌이 보기에 자신과는 달리 그들은 진정한 디자이너가 아니었나 봐요.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레오 델오르코. Courtesy of Giorgio Armani

협업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그리고 언젠가 다른 디자이너가 합류하거나 두 분을 대체할 가능성을 고려해본 적 있나요?

LDO 엠포리오 남성복을 위해 키스, 아워레가시와 협업했고, 여성복은 협업하지 않았습니다.

SA 삼촌은 외부 영입을 반대했어요. 누구든 외부인은 절대 원하지 않았죠. 삼촌 생각이 옳았다고 봐요. 삼촌은 간섭을 원하지 않았거든요. 가령 빨간색으로만 컬렉션을 만들었을 때 스타일리스트가 와서 “빨간색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왜 초록색으로 만들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요.

훗날 외부 디자이너 영입이 더 현명하다면, 바통 터치를 할 수 있을까요?

SA 저희 나이도 있으니까요(웃음).

단순히 나이 문제가 아니라, 패션은 새로움을 갈망하니까요.

LDO 주요 패션 하우스에서 수장이 끊임없이 바뀌고 있어요. 지난 2년 동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고, 교체한 디자이너가 몇 명인지 파악할 수조차 없죠. 아마도 패션 시장 자체가 아주 크고 변화해야 한다는 압박이 끊임없기 때문일 거예요.

내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더 맞나요?

SA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 팀은 정말 유능합니다. 삼촌과 40년 동안 함께한 이들도 있죠. 그들은 삼촌이 좋아했을 만한 것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미 자기 자리를 잡았고요. 팀은 잘 조율되어 있고, 같은 사고방식을 공유하며, 팀워크를 해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저 또한 그렇죠.

안드레아 카메라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레오 델오르코. Courtesy of Giorgio Armani

레오, 지금 남성복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나요? 남성복이 더 젊고, 실험적이고, 중성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보나요? 개인적인 관점이 있다면요?

LDO 남성복은 매우 인상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흥미로운 선택지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여겨요. 절대 우스꽝스럽게 보여서는 안 되죠. 아르마니 런웨이에서 남자가 치마를 입고 걷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여전히 고전적인 남성복 디자인이 기본 틀입니다. 동시에 다른 디자이너가 어떻게 디자인하고, 혁신하고, 실험하고, 한계를 뛰어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어요. 저도 새로운 길을 탐색하고, 조금은 과감하게 시도하고, 이전에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을 믹스 매치할 수도 있겠죠. 약간 대담해질 수는 있어도, 언제나 우아함과 절제미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아르마니는 전통 재창조와 보존 사이에서 안전한 절충안을 찾는군요?

SA 보호에만 머물지 않고 재창조해야 합니다. 실루엣이나 컬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형태를 새롭게 만들 수 있죠. 비율 조정, 어깨선 변화, 어쩌면 더 큰 더블브레스트 재킷을 디자인할 수도 있고요. 요즘 여성은 모두 남성용 오버사이즈 재킷을 입고 다니죠. 이런 모습을 거리에서 관찰해야 합니다. 물론 트렌드는 순식간에 지나가지만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두 분의 작업을 어떻게 볼까요?

SA 어쩌면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쉴지도 모르죠.

실바나 아르마니가 리허설 중 삼촌과 함께 있는 모습. “삼촌은 절대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주셨어요.”

아직도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여러분에게 무언가 말하는 듯한가요? 분명 그는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LDO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희 아카이브는 온전하죠. 저희에게는 50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자료가 있어요. 심지어 조르지오는 자신이 했던 걸 재사용하는 일이 없었어요. 퇴보하고 싶어 하지 않았죠. “아니, 아니, 아카이브에서 꺼내면 안 돼. 모든 것을 굉장히 진부해 보이게 만들지”라고 말했어요. 그러면 저희는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죠?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당신을 보고 있고, 당신 재킷과 테일러링을 재해석하는데, 당신은 자신의 아카이브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요?”라고 반박했죠. 저희가 이 문제로 몇 번이나 논쟁을 벌였는지 모를 거예요. 조르지오는 끝까지 “안 돼! 내가 그 재킷과 그 스커트로 무엇을 다시 해야 하는 거지?”라고 답했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다르게 보는 방식에 열려 있지만 과거를 다시 들춰보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최근 패션계를 주도한 남성복 테일러링을 보면 상당 부분 조르지오 아르마니 스타일과 겹치죠. 아르마니를 따라 한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러니 저희도 분명히 할 수 있겠죠!

개인적인 관심사도 궁금합니다.

SA 예술, 디자인, 그리고 여성 문학에 매료되어 있어요. 여성은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을 가졌어요. 건축가 오딜 데크(Odile Decq)도 떠오르네요. 사진집도 좋아해요. 거친 사진, 이를테면 낸 골딘 사진에 완전히 사로잡혔죠. 전직 모델 플뢰르 예기(Fleur Jaeggy)의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글 그리고 우아한 태도에서 영감받아요. 그녀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우아함, 표현력 있는 몸짓을 보인다면 감탄하죠. 고전 영화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시리즈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러브 스토리 존 F. 케네디 주니어&캐롤린 베셋(Love Story about Carolyn Bessette and John F. Kennedy Jr.)>에 푹 빠졌어요. 그리고 자연을 정말 사랑해요. 주말이면 휴식을 취할 시골 별장에 가요. 강아지도 사랑해요.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고 있고, 파비아(Pavia) 근처에 큰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했죠. 이제는 짬이 잘 안 나지만, 예전엔 반나절이라도 시간이 나면 곧장 동물 보호소로 달려갔어요. 삼촌은 “이제 항상 개들과 있겠구나!”라고 투덜거리시더라고요. 그만큼 열정을 불태웠죠.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도 꼭 해보고 싶어요.

LDO 뷰티, 향수, 메이크업, 아르마니 카사. 예전에는 저희와 상관없던 모든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워요.

SA 주거 공간을 정말 좋아해요. 건축가 도움 없이 제 집들을 모두 직접 구상하고 꾸몄죠. 그러니 다음 생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제 취향은 삼촌과 달라요. 삼촌은 산뜻하고 정밀한 걸 좋아하셨죠. 저는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걸 좋아하고요. 이를테면 빈티지 벽이나 바닷물에 바랜 나무를 좋아하는데, 삼촌은 그런 것을 정말 싫어했어요. 삼촌이라면 “이런, 바닷물에 바랜 나무라니, 말이 돼?”라고 했을 거예요.

LDO 저는 시계를 좋아해요. 틈틈이 수집해서 보유한 시계만 1500개가 넘습니다. 스포츠 경기 챙겨 보는 것도 좋아해요. 축구 팬이고요. 밀라노 농구팀 올림피아 밀라노(Olimpia Milano) 회장도 맡았죠. 조르지오도 농구를 꽤 좋아했어요. 생전에 올림픽 개막식에서 모델들이 아르마니 정장을 입고 이탈리아 국기 대형으로 워킹하는 헌정 행사를 직접 감독했죠. 연극도 사랑했어요! 얼마 전에는 비엔나 오페라에서 수석 무용수 알레산드라 페리(Alessandra Ferri)가 주연을 맡은 발레 작품 의상을 디자인했어요.

조르지오가 그리운가요?

SA 너무 그리워요. 특히 여기 아르마니 본사 팔라초에 있으면 더 그렇죠. 삼촌을 어디에서나 느껴요. 아직도 옆에서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 같아요. 그는 늘 그럴 거예요. 그리고 새들도 아직 여기 있죠.

실바나 아르마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1998 봄/여름 시즌에 디자인팀 수장이었으며,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자신의 패션쇼에서 다른 디자이너 작품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Getty Images

새요?

SA 검은 새와 페드로라는 앵무새가 있어요. 삼촌 집에서 살았죠.

새들이 말을 하나요? 어떤 말을 하나요?

SA 네, 검은 새는 “조르지오! 조르지오!”라고 말하죠. 사실, 좀 섬뜩해요.

하솔휘

하솔휘

웹 에디터

2025년 4월 <보그>에서 시작했습니다. 패션 감각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글을 씁니다. 많이 듣고, 다니고, 읽고,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글을 재밌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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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ziana Cardini
사진
Courtesy of Giorgio Armani, Getty Images, GoRunway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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