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조용한 혁명_보그 런웨이
조용한 혁명은 이렇게 우리를 압도한다.

파리 샤넬 매장에서 벌어진 대혼란을 빼놓고 이번 시즌 샤넬(Chanel) 컬렉션을 논할 순 없다. 패션계 인물과 고객 모두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패션 에디터, 경영진, 모델 등이 새로운 샤넬을 손에 넣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모습.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디자인한 가방 하나, 신발 여러 켤레를 구입하는 여성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이 브랜드의 기둥과도 같은 핵심 가방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지만, 암묵적인 제한이 있는 듯했다. 지난 20년 동안 파리 패션쇼를 봐왔지만, 그의 샤넬 데뷔 컬렉션만큼 ‘패션 인사이더’를 열광시킨 것은 없었다.
그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블라지가 이 패션 하우스에서의 두 번째 정규 시즌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10월 데뷔, 12월 뉴욕 메티에 다르 컬렉션, 1월 오뜨 꾸뛰르 쇼에 이은 네 번째 무대였다. 다채로운 원색 조명으로 밝힌 크레인 때문에 패션쇼가 열린 그랑 팔레는 건설 현장을 연상케 했다. 그는 “저는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 어떤 일을 완성해가는 것에 관심을 두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블라지는 샤넬의 방향을 빠르게 재설정해갔다. 그는 노동계급이 입던 옷을 재맥락화하며 럭셔리의 새로운 문법을 정립했던, 코코 샤넬의 방식을 참고하면서도 1910년 그녀가 설립한 샤넬 하우스의 구시대적 면모를 탈피하기로 결단했다. 그는 1920년대 코코 샤넬의 벨트 장식 드롭 웨이스트 디자인을 차용하면서도, 곧바로 수년간 샤넬 런웨이에 등장한 어떤 디자인보다도 현대적인 블루종 재킷을 선보였다.


블라지는 백스테이지에서 1950년대에 샤넬이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에 했던 말을 인용했다. “우리에게는 낮에 입을 실용적인 드레스(Dresses That Crawl)와 밤에 입을 우아한 드레스(Dresses That Fly)가 필요합니다. 나비는 시장에 가지 않고, 애벌레는 무도회에 가지 않으니까요.” 이 말은 샤넬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의 토대가 되었다. 그래서 메리노 울과 실크 혼방 소재의 금단추로 장식된 심플한 블랙 스커트 수트가 이번 쇼의 문을 열었다. 프린트 체인 메일과 트롱프뢰유 트위드로 만든 광택 나는 룩이 쇼의 절정을 이루었다. 기능성과 판타지가 나란히 어우러졌다. 블라지는 쇼 중간중간 벨트 장식 드롭 웨이스트 룩을 탐구하며 1920년대 상류층 여성이 즐겨 입던 ‘플래퍼 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했다.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이 선보이는 ‘간결한’ 바 재킷에 대한 대답처럼 느껴졌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샤넬 공방이 원단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내보이기도 했다. 진주 스팽글 민소매 톱과 스커트 세트, ‘액션 페인팅’ 기법 스티치가 돋보이는 스커트 수트,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한 듯한 모습으로 연출된 자수로 가득한 루렉스 벨벳 슬립 드레스가 돋보였다. 그랑 팔레의 탁 트인 전경이 인상적이었지만, 이 의상과 그 작품의 정교함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재킷 밑단을 뒤집어 안감을 확인하거나, 가까이에서 슬립 드레스의 깃털 같은 가벼움을 감상해야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블라지는 새 직책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책임감을 놀라울 정도로 부담 없이 감당하고 있다. 자수를 놓은 슬립 드레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보였다. 그리고 그는 코코 샤넬에 대한 오마주로 쇼를 마무리했다. 코코 샤넬이 획기적으로 탈바꿈했다고 인정받아온 리틀 블랙 드레스를 마지막 룩으로 선보인 것이다.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저지 소재 드레스는 앞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심플하지만 등 부분은 깊이 파여 있었고, 포인트로 양쪽 어깨뼈 사이에 한 송이 까멜리아가 달려 있었다. 그가 말했다. “저에게 샤넬이란 바로 이런 거예요. 조용히 혁명을 일으키다 어느 순간 ‘펑’ 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거죠!” VK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글
- NICOLE PHELPS
- 사진
-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CHANEL
- SPONSORED BY
-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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