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 Lyric
오스카 와일드가 환생해 향수를 만든다면 이런 걸작이 탄생할 거다.

로맨스, 스릴러, 추리 활극… 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르의 시놉시스를 담을 수 있다. 영국 왕실과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 속 인물들을 향으로 표현한 펜할리곤스 ‘포트레이트 컬렉션’이 그 증거다. 이 향수는 재치 그 이상이다.

‘로드 조지 오 드 퍼퓸’, 부제 ‘조지 경의 비극’의 설정을 좀 보라. “전통을 고집하는 조지 경은 언제나 말끔한 외모를 유지하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남이 알아챌 수 없도록 행동한다. 아침 식사로 차려진 훈제 청어를 앞에 두고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안 따라주네’라고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다.” ‘블랑쉬 여사의 복수’ ‘선망의 대상 로즈 공작 부인’ ‘소동을 몰고 다니는 넬슨 공작’ 등 향수 각각이 살아 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그들이 얽히고설키는 가계도까지 첨부되어 있다.

마치 명작 영드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은 이 컬렉션은 펜할리곤스가 영국적 정서에 바치는 헌사다. 명성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향취에 대해선 더 말하지 않겠다. 동물 모양의 화려한 메탈 캡만큼이나 소장욕을 자극하는 건 박스다. 빅토리아 시대의 판화 기법과 독특한 화풍을 결합한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티아나 윌리엄스의 작품으로 숨은그림찾기하듯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앞으로 ‘포트레이트 컬렉션’이 더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챕터 원’이라는 꼬리말이 달려 있었으니까. 다음엔 패션을 사랑하는 귀부인을 등장시켜주길. 이름은 ‘보그 남작 부인의 욕망’쯤으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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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백지수
- 포토그래퍼
- LEE HYUN SEOK,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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