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의 공방, 현재진행형의 전통

2021.12.10

by 권민지

    샤넬의 공방, 현재진행형의 전통

    샤넬의 2021/22 공방 컬렉션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다.

    “어제와 내일의 중간 지점, 우리는 그 사이에 있어요. 그리고 패션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올드 월드에서 뉴 월드로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죠.” -칼 라거펠트

    지난 12월 7일 오후 5시(우리 시간으로는 8일 오전 1시) 파리에서 열린 샤넬의 2021/22 공방(Métiers d’Art) 컬렉션 쇼는 칼 라거펠트의 이 말을 떠오르게 했다. 샤넬은 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컬렉션을 선보여왔지만 2021/22 공방 컬렉션은 특히 그랬다. 2002년부터 매년 탁월한 기술력을 지닌 패션 장인들의 솜씨를 보여주는 공방 컬렉션이라는 샤넬의 전통과 공방 그 자체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했을 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장 우아한 방법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컬렉션이 열린 장소는 Le19M. 파트너 공방을 위해 샤넬이 구상하고 건축가 루디 리치오티가 설계가 Le19M은 샤넬 공방의 새로운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파리 제19구와 가브리엘 샤넬의 상징적인 숫자 19에서 이름을 따온 이 공간에는 자수 공방 ‘르사주’와 ‘몽퇴’, 슈즈 공방 ‘마사로’, 모자 공방 ‘메종 미셸’ 등을 비롯해 총 11개 공방이 집결했다.

    하얀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마치 실타래나 거미줄처럼 7층 건물을 정교하게 감싸고, 주변 도심의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한 복도가 장인들의 공간과 조화롭게 이어진다. ‘공방’이라는 단어에서 자연히 연상되는, 멋들어지게 낡고 바랜 과거의 무엇이 아니라, 몹시 젊고 신선하며 현대적인 분위기다. 대량생산으로 소외되어버린 공방의 기술을 배울 새로운 세대를 모으고 지원하는 것이 미래의 패션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하우스의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컬렉션 역시 Le19M과 문맥을 같이했다. 쇼의 시작을 알린 롱 코트, 연이어 등장한 재킷의 트위드 포켓 자수부터 Le19M의 외관을 꼭 닮았고, 그 밖에도 다양한 디테일이 건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련되면서도 도시적이다. 버지니 비아르 특유의 어딘지 모르게 느긋한 태도를 보여주는, 우연히 탄생한 듯한 무척 아름다운 룩이 이어졌다. 스웨트셔츠 슬리브를 적용한 트위드 재킷, ‘르사주’ 공방의 컬러 비드로 수놓인 그래피티 스타일의 자수에서 지금의 파리 거리를 느낄 수 있었다. 보라색 니트 크롭트 톱과 함께 선보인 큐롯은 농구 팬츠를 연상시켰고, 때로는 플로럴 디테일과 함께, 때로는 크리스털 소재로 컬러풀하게 변주한 로고 플레이는 일종의 태깅(Tagging) 문화처럼 보였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생 드니 인근에서 자란 프렌치 래퍼 MC 솔라르(MC Solaar)에게 짧은 글을 받기도 했다. MC 솔라르는 Le19M의 여덟 공방을 직접 체험한 뒤 글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공예법이 하나가 될 때, 특별한 작품이 탄생한다!”

    샤넬의 독보적인 우아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공방의 기술력, 그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지금 샤넬은 공방의 전통을 동시대적 문맥에 둔 채 Le19M을 통해 미래와의 조우를 그린다. 밴드 ‘에테르’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하우스의 뮤즈 수주가 2021/22 샤넬 공방 컬렉션에서 열창한 노래, ‘햇님’의 가사처럼 말이다. “하얀 물결 위에 빨갛게 비추는 햇님의 나라로 우리 가고 있네.” 가상 세계만이 미래의 답은 아닐 것이다. ‘햇님의 나라’는 찬란한 어제와 오늘,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에디터
      권민지
      이미지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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