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낯설게 하기, 루이 비통의 새로운 노마드 컬렉션

2023.05.27

by 김나랑

    낯설게 하기, 루이 비통의 새로운 노마드 컬렉션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루이 비통이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신작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탑승한 노마드 여정의 도착지는 밀라노, 다음 목적지는 전 세계, 연료는 창의성이다.

    루이 비통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오브제 노마드 신작을 공개했다. 전시장 중앙의 강렬한 빨간색 오브제는 로우 에지스의 빈다 암체어 & 소파, 테이블은 자넬라토/보르토토의 작품.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전시가 열리는 팔라초 세르벨로니. 2층으로 올라가자 캄파냐 형제(Campana Brothers)의 실버 모자이크를 덧입힌 디스코 볼 버전의 코쿤(Cocoon) 체어가 돌아가고 있다. 전시는 아틀리에 오이(Atelier Oï), 로우 에지스(Raw Edges), 아틀리에 비아제티(Atelier Biagetti),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자넬라토/보르토토(Zanellato/Bortotto), 스튜디오 루이 비통(Studio Louis Vuitton)의 오브제 노마드 신작 11점과 캄파냐 형제의 스페셜 에디션 2점을 전작과 함께 선보였다. 전시 첫날 다 함께 출동한 디자이너들은 서로 가벼운 안부를 나누고 관람객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미디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서로 어깨를 주물러주고 경쟁적으로 농담하는 모습이 반상회처럼 정다웠다.

    이 단체 사진은 로우 에지스의 신작 ‘빈다 암체어 & 소파(Binda Armchair & Sofa)’에서 진행됐다. 로우 에지스는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만난 이스라엘 출신의 1976년 동갑내기 야엘 메르(Yael Mer)와 샤이 알칼라이(Shay Alkalay)가 2007년 설립한 스튜디오다. 빈다 암체어 & 소파는 테니스공의 곡선 라인에서 고안한 작품이다. “평소 테니스공, 농구공, 축구공, 야구공처럼 평범한 재료를 구 형태로 만드는 방식을 좋아한다. 신기한 변신이다. 테니스공은 대칭된 두 면이 회전하며 연결된다. 연구하던 곡선으로 종이 모형을 만들어 지금의 빈다 암체어와 소파를 완성했다. 아, 우리는 특별한 목적 없이 여러 종이 모형을 만들다가 디자인으로 발전시킨다.” 빈다 암체어 & 소파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표현력과 입체감이다. “만약 세탁기를 디자인한다면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하겠지. 하지만 의자 같은 조형물에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빈다란 이름은 묶다, 감싸다란 뜻의 ‘Bind’에서 왔다. 테니스공을 감싸는 선에서 떠올린 이름이다. “직관적이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선호한다. 때론 프로젝트 자체보다 이름 짓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웃음). 이미 탄생한 작업물이 많아서 좋은 이름을 찾기 힘들다.” 놀랍게도 둘은 팀 결성 후에 한 번도 어긋난 적 없다. “둘 다 건설적인 논쟁을 좋아한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 서로 설명하고 토론한다. 이 탁구 게임에서 아이디어가 정화되고 발전한다.” 그들에게 시급한 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제품 수명을 늘려야 한다. 페트병은 5초 만에 버려지지만 품격 있는 디자인의 플라스틱 의자는 20년 이상 쓸 수 있다. 그만큼 간직하고 싶은 디자인을 완성해야 한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우아한 공작 같은 마르셀 반더스 옆에서 디자인 학교 학생처럼 수줍게 웃던 듀오가 있다. 자넬라토/보르토토는 스위스의 로잔예술대학(ECAL)에서 만난 조르지아 자넬라토(Giorgia Zanellato)와 다니엘레 보르토토(Daniele Bortotto)가 2013년 이탈리아에 설립한 스튜디오다. 그들은 <보그>와 신나게 한국 여행 ‘썰’부터 풀었다. “우린 장소와 시간의 흐름에 관심이 많다. 우리의 첫 컬렉션 이름도 베니스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일어나는 침수 현상을 뜻하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도 무척 설렜다. 특히 공예에 관심이 많아 관련 박물관을 방문했다. 보자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천을 꿰매 만든 불규칙한 패턴에 매료됐다. 물론 한국 바비큐에도(웃음).” 자넬라토/보르토토는 벌집 패턴의 가죽 짜임새가 돋보이는 신작 바스켓 테이블(Basket Tables)을 선보였다. ‘유르트(Yurt,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 주로 쓰던 둥근 천막)’라 불리는 특수 이동 텐트에서 기인한 작품이다. “유르트 건축에 관심을 두고 그 짜임새를 연구해 몇 가지 패턴을 디자인했다. 2019년 루이 비통에서 선보인 만달라(Mandala)에 이어 바스켓 테이블도 이 직조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바닥과 벽에 여러 그림자가 생성되는 디자인이다. 이런 종류의 마법을 좋아한다.” 이들이 좋아하는 또 하나는 디자인에 숨은 이야기다. “작품에 이야기가 깃든다면 더 특별해지고 오래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지속 가능성, 환경에 대한 의무감을 물었다. “우리는 오래 지속해온 수공예적 기술과 공예품을 존중하고, 정직하고 자연스러운 재료를 선호해왔다. 프로젝트마다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과거를 응시하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다. 이런 태도를 통해 물체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성을 실천한다.”

    인터뷰 후 <보그>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오브제 노마드 전시장을 탐험했다.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시작부터 함께해온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오이는 신작 4점을 선보였다. 전시장 천장에는 새의 날개 같은 모빌 ‘케찰 (Quetzal)’이 설치됐다. 샴페인 컬러, 1.2m 높이의 ‘스파이럴 샹들리에(Spiral Chandelier)’는 총 길이가 145m에 달하는 스트랩 36줄을 꼬아 완성했다. 솔방울에서 영감을 얻은 ‘피바 램프(Piva Lamp)’, 꽃을 연상시키는 ‘오리가미 볼(Origami Bowls)’도 함께했다.

    밀라노 기반의 아틀리에 비아제티의 ‘플라워 타워(Flower Tower)’는 루이 비통 모노그램 패턴의 유리로 이뤄진 램프다. 불을 켜면 꽃이 떠다니는 것처럼 연출된다. ‘카펠린 램프(Capeline Lamp)’는 네덜란드 출신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가 챙 넓은 여성의 모자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그에게 어떻게 모자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는지 물었다. 반더스가 우아한 손짓으로 조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보다는 이것이 내는 빛이 우리를 춤추게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VL

    마르셀 반더스의 작품은 언제나 우아하다. 그가 디자인한 다이아몬드(Diamond) 소파와 암체어, 카펠린 램프.
      사진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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