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건배! ‘건강한’ 술자리의 시대
단순히 무알코올을 넘어 건강을 추구하는 ‘술자리’의 시대가 열린다.

“술 한잔하러 갈까?”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면 이런 대화가 오간다. 하지만 리서치 기업 민텔(Mintel) 보고서에 따르면, 18~24세 영국 인구의 약 3분의 1은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의 확산 때문이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의 영향력 역시 커지고 있다. 무알코올 음료 산업은 향후 5년 동안 매년 4% 이상 성장할 것이다.
30대 초반 여성인 나는 가끔 진토닉 한두 잔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 나 또한 약간의 알코올 섭취도 수많은 질병과 호르몬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가슴 한쪽이 뜨끔하다. 영양학자 리안 스티븐슨(Rhian Stephenson)은 “알코올 섭취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려 염증을 유발하고 생식능력과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일주일에 술을 세 번 마시는 여성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15% 더 높다”고 말했다.
술을 끊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고군분투하던 중 알코올이 없을 뿐 아니라 웰빙 성분이 가득한 별미 음료의 세계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누트로픽(인지 건강), 아답토젠(스트레스 감소), 발효액(장 건강)이 들어 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를 ‘기능성 음료’라고 부른다. 업계는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우리는 그저 마시기만 하면 된다.
올리비아 퍼디(Olivia Ferdi)와 그녀의 남편 다니엘 코우리(Daniel Khoury)가 2019년 설립한 트립(Trip)은 영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청량음료 회사로, 특유의 밝은 색상을 보여주는 캔이 1초에 하나씩 판매되고 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는 긴장을 풀기 위해서”라고 퍼디는 설명한다.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음료를 마시면서 여전히 술을 먹을 때처럼 릴랙스하고 싶은가? 트립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건강상 여러 이점을 제공한다.” 트립의 음료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느낄 때 긴장을 완화하는 것으로 밝혀진) CBD의 치료 효과와 함께 생강, 강황, 카밀러, 노루궁뎅이버섯, 아쉬와간다, 마그네슘 같은 유익한 식물 성분을 활용한다. 캔 하나를 마신 뒤 10~20분 이내에 이와 같은 식물 성분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염증을 줄여주고, 노화를 방지한다. 퍼디는 “긴장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처리하지 못한 업무보다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우리의 사명은 일상의 혼돈 속에서 평온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트립은 런던의 소호 하우스와 애나벨스(Annabel’s) 사교 클럽에도 제공된다. 나는 그중에서 복숭아와 생강을 혼합한 음료 한 잔을 저녁에 즐겨 마신다. 이 음료에 일반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설탕이 훨씬 적게 들어 있다는 점(어떤 경우에는 무설탕)도 주목할 만하다.
장 건강을 위해 영양을 보충하고 싶다면 거기에 맞는 음료도 있다. 모모(Momo)의 미가공 콤부차는 펍과 술집에 공급되고 있다. 모두 발효된 것으로, 장내 미생물 군집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생물이 가득하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건강 기능에 필수적인 수천 가지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약국이나 다름없다”고 모모의 공동 창립자 조시 퍼들(Josh Puddle)은 장담한다. “그런 화학물질은 면역 체계에서 매우 중요하며 노화, 암, 감염, 알레르기 예방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우울증과 불안이 본질적으로 장내 미생물의 질과 관련이 있다는 걸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콤부차에는 미생물의 로켓 연료라고 불리는 폴리페놀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할수록 건강에 유익하지만, 시중에서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대부분의 콤부차는 피해야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냉장 보관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에는 미생물이 살아 있을 수 없다. 저온 살균하거나, 멸균 여과하거나, 식초 농축액으로 양조해 모든 미생물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유기농을 고수하는 것이 우리 몸이나 환경에 더 좋다.
이와 같은 기능성 음료는 A급 유명인도 뛰어든 분야다. 켄달 제너와 비욘세가 각각 테킬라와 위스키 등 주류 브랜드에 힘을 쏟는 동안, 벨라 하디드는 젠 배첼러(Jen Batchelor)와 함께 킨 유포릭스(Kin Euphorics)를 창립했다. 킨 유포릭스의 각 캔에는 아답토젠, 누트로픽 같은 식물성 성분이 가득한 토닉이 담겨 있으며, 브랜드 광고 문구에 따르면 “약물이나 알코올 없이도 몸이 편안해진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출시된 블렌드인 루나 모라다(Luna Morada)에는 밀크시슬, 자색 옥수수, 쑥 등의 해독 성분이 들어 있어 간과 소화기관에 도움을 준다. 라이트웨이브(Lightwave) 같은 제품은 영지버섯, L-트립토판, L-테아닌을 활용해 깊고 편안한 수면을 촉진하고 걱정을 덜어준다.
하디드는 다소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음료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으로 소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면서 기능성 음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진짜 자기 기분에 맞춰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첼러는 말한다. “레드 와인 한 잔이 건강의 열쇠라는 믿음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능성 음료가 바로 미래다. 건배!” (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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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글
- Hannah Coates
- 사진
- Irving 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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