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가장 기술적이고 미래적인 음식, 과연 안전할까?

2025.06.07

가장 기술적이고 미래적인 음식, 과연 안전할까?

기술 발달로 마주한 음식의 미래. 그곳은 과연 안전지대일까?

인류가 온 우주를 정복하는 날이 와도 사람들은 여전히 감자를 먹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자 품종을 개량하고, 재배하고, 수확하고, 유통하고, 손질하고 요리하는 방식까지 그대로 머물진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 중이다. 사실 우린 몇십 년 전에 이미 음식의 미래로 접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음식을 둘러싼 세계는 복잡 미묘하며 우리와 음식이 맺은 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부터 위성사진, 레스토랑 예약 앱의 푸시버튼에 걸친 모든 발전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식생활에 전례 없는 통찰을 안겨주었고, AI와 머신 러닝의 일상화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제공했다. 바로 그 땅에, 음식의 미래가 성큼 드리워져 있었다.

초개인화 & 소비자 건강

SET Zuza Slominska / FOOD STYLING Nadine Page / PROP Pawel Wyszynski

다양한 유전적 특성과 습관, 나이로 구별되는 인간이야말로 과학이 모방하고 이해하려고 애써온 가장 복잡한 연구 대상이 아닐까. 만약 음식을 그 혼돈의 도가니 안으로 던져 넣는다면 그로 인해 탄생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은 우리의 이해 범주를 뛰어넘는 수준일 것이다. 음식과 건강의 상호작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식품학자 메간 피스클레멘츠(Megan Fisklements) 박사는 지난 5년은 역사상 최초로 우리가 음식과 인체 사이의 관계에 관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연산 능력을 갖추게 된 시대라고 표현한다. “과거의 컴퓨터는 인간보다 빠르게 수학 연산을 풀어내는 것 정도의 역할을 위해 존재했어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우리도 결국은 해낼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이제 컴퓨터는 인간의 뇌로는 결코 처리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룹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 걸음 수 측정기, 심박수 측정기 같은 데이터 수집 도구는 이미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으며, 대변 속 미생물의 DNA를 분석해 장내 환경을 연구하는 분변 샘플 시퀀싱 같은 대용량 처리 분석 방법은 인간의 이해 능력 범위 밖에 있는, 음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AI와 머신 러닝은 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 모든 실험실의 어떤 총명한 대학원생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작업을 거뜬히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모든 영양 데이터를 인류 평균값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없다. 각 개인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분석하고, 맞춤 조언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젠 음식과 질병의 분자적 연관성뿐 아니라 특정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생활 방식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을 뒷받침하는 생화학적 조건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 음식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명공학

SET Zuza Slominska / FOOD STYLING Nadine Page / PROP Pawel Wyszynski

다른 모든 생명과 마찬가지로 음식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분자의 집합체다. 전통적인 교배법은 두 게놈을 하나로 합쳐버리는 단순하지만 억센 기술로, 원하는 유전자를 얻는 과정에 딸려온 불필요한 유전 요소를 솎아내는 데 수년, 때로는 10년 이상이 걸리곤 한다. 그러므로 수 세기 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식물종을 교배해 수백 종의 자손을 만들어내고, 원하는 특성을 가진 표본을 도출하기까지 몇 달 혹은 몇 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1980~1990년대에 분자 유전체 분석 기술이 등장하면서, 식물의 온전한 생애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어린 식물의 특정 유전체 구간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혁신 기술이었지만 여전히 너무 느렸다. 하지만 이제 과거에 고작 식물표본 수십 개를 분석하는 데 걸린 시간 동안 수백만 개의 표본을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식물 육성가들이 더 맛있고, 영양가 높고, 생산성이 뛰어난 품종을 엄청난 속도로 개발하게 도왔으며, 새로운 품종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소요되던 시간을 수년이나 단축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박테리아로부터 알게 된 DNA 변형 기술인 CRISPR 같은 기술은 우리가 원하는 정확한 위치의 유전자를 놀라운 정확도로 겨냥해, 전통적인 유전자 교배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충돌 현상을 F1 경기장에서 대기 중인 피트 스톱 크루들이 갖춘 신속함과 정밀함으로 대비할 수 있게 해줬다. 물론 유전자 변형을 둘러싼 규제와 사회적 논의는 식품계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영양학적 수요와 취향의 다양화, 그리고 기후변화가 우려할 정도로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지금, 우리는 이미 놀라운 일을 달성했으니 이제 발견한 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영리하게 결정하면 된다.

정밀 농업

SET Zuza Slominska / FOOD STYLING Nadine Page / PROP Pawel Wyszynski

인정한다. 우리는 경작지의 특성을 피부로 느끼며 깨닫던 과거의 농부들 덕분에 규격화된 지식은 물론 농장의 토양구조, 배수, 강수량, 온도 조건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각의 요소는 단일한 경작지를 가꾸는 농부가 계절별로 경작 계획을 구상하는 데는 도움이 됐는지 몰라도, 산발적으로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엮어 우리가 키우는 제각각의 작물이 실시간으로 어떻게 자라는지 큰 그림을 그리게 하진 못했다. 하지만 인공위성 이미지 덕분에 이젠 그 그림을 파악할 수 있다. 여러 국가와 기업이 쏘아 보낸 수많은 저궤도 인공위성은 하루에 최소 한 번은 특정 경작지는 물론 그 지역 전체의 고화질 사진을 제공하며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다.

이는 곧 농사법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호황 작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산 비료를 땅에 퍼붓는 대신, 농부들은 꼭 필요한 구역에만 비료를 맞춤 살포함으로써 과도한 비옥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영양 혹은 맛 측면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으나 재배할 때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때도 선택에 따른 차이를 단순하고 정량적인 용어로 비교 분석할 수 있기에 더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 가능하다. 그렇게 우린 특정 경작지의 특정 구역 혹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 포진한 수천 개 농장에 관해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전까지 결코 할 수 없던 질문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묻고 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식사 혁명

SET Zuza Slominska / FOOD STYLING Nadine Page / PROP Pawel Wyszynski

과거에 ‘식사 혁명’이라는 것은 식당에 입성하고, 식탁에 앉은 이후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 식사 혁명은 식당을 예약하기 몇 주 전부터 시작된다. 어느새 우린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매일매일 바뀌는 식당 메뉴를 추적하는 일에 익숙하고, 일부 식당은 신메뉴를 출시하기 전 영화 예고편 수준의 광고 영상을 게재한다. 온라인 예약, 음식 취향 프로필, 식당에서 보내오는 각종 푸시 알림 기능 같은 혁신 기술은 이제 흔한 것이 되었지만, 기억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레스토랑에 예약 가능한 자리가 생기면 곧바로 알려주는 레지(Resy), 오픈테이블(OpenTable), 톡(Tock) 같은 플랫폼의 시스템이 일상화되기 전까지 손님과 식당 간 소통 경로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식당과의 디지털 연대가 확장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휴스턴에 자리한 낸시스 허슬(Nancy’s Hustle)의 총괄 매니저 알렉스 포크너(Alex Faulkner)는 수많은 식당이 골머리를 앓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지 프로필을 몇 시간 동안이나 손봤다. 바로 어떻게 하면 피크 시간대에 주방과 서빙 직원을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는 식당의 한 구역이 12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시간대에 2인 테이블 6개를 예약받는 것보다 2인 테이블 하나, 4인 테이블 하나, 6인 테이블 하나를 예약받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2인 단위 손님들은 앉자마자 바로 주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다인원 테이블은 만나서 안부를 주고받고, 애피타이저는 어떤 걸 주문할지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정보가 식당 예약 시스템에 프로그래밍되면 수용할 수 있는 손님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주문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맞닥뜨린 음식의 미래는 예상한 것만큼 번쩍거리는 크롬이나 로봇들의 소음으로 가득 차진 않는다. 다행히 첨단 기술은 이 체계의 진짜 주인공인 맛있는 음식과 그것을 함께 음미하는 사람들을 대체하지 않고, 이들을 중심으로 뒤에서 조용한 혁신을 이루어가는 쪽을 택한 모양이다. 덕분에 우린 더 친근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의 미래를 주시하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의 데이터를 갖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몸과 음식, 농장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테이블을 둘러싼 온갖 변수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을 뿐이다. 점점 더 급속화될 음식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결정은 그 변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우리가 어떤 감정을 갖고 대하는지에 달려 있다.

운송 & 유통

SET Zuza Slominska / FOOD STYLING Nadine Page / PROP Pawel Wyszynski

느리고 비밀스러운 과정을 통해 교배되고 재배된 농작물은 수확 시점 이후부터는 숨 가쁜 질주를 겪게 된다. “과일은 나무에서 딴 순간부터 죽기 시작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수확 후 연구 및 연장 센터 공동 소장 어윈 도니스 곤잘레스(Irwin Donis-González) 박사의 말이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소비자에게 고품질 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유통 과정에서 농산물 품질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당연히 데이터가 쌓일수록 품질 유지는 한층 수월해졌다. 주변 온습도 같은 기준에 대한 더 신뢰할 만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뿐 아니라 농산물 내부 온도와 근적외선 데이터 같은 고급 지표는 아보카도 같은 작물이 경작지에서 시장까지 운송되는 동안의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벌레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이런 세밀한 판단 지표 덕분에 식품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언제 냉장을 해야 하는지, 작물이 시장에 도착하는 시점에 최고의 맛과 품질에 다다르도록 숙성하려면 언제부터 보관 온도를 높여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주의를 기울일수록 확실히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산딸기를 실어 나르는 운송 트럭의 충격 흡수 장치를 개선하면 과육이 물러지거나 색이 바래거나 향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깨달음 같은 것 말이다. (VL)

    피처 에디터
    류가영
    ALI BOUZARI
    사진
    MACIEK MILOCH
    세트
    ZUZA SLOMINSKA
    푸드 스타일링
    NADINE PAGE
    프롭
    PAWEL WYSZY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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