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할머니 신발’ 말고 ‘할아버지 신발’!
패션 트렌드도 경쟁이 치열한 시대입니다. 예쁘고 유용한지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눈에 띄지 않으면 자리 잡기 어렵죠.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 최적화된 이름을 달고 등장하는 게 유리합니다. 어떤 건 ‘그게 뭔데’ 싶지만 ‘할머니 신발’처럼 듣자마자 감이 오는 이름도 있죠. 2025년 상반기에 줄기차게 보인 ‘할머니 신발’이란 대체로 편안함이 최우선인 신발, 정형외과에서 권장할 법한 디자인을 말합니다. 그중 딸깍 샌들이 대표 아이템으로 꼽히죠.

하지만 런웨이와 셀럽들의 신발을 살펴보니 이제 슬슬 ‘할아버지 신발’이 인기를 앞지를 것 같군요. ‘할아버지 신발’의 범주는 주관에 따라 다를 테지만요. 설명을 약간 보탠다면 모두 남성화에 뿌리를 둔 신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보트 슈즈, 피셔맨 샌들, 로퍼, 더비 슈즈, 브로그 슈즈, 발볼이 넓은 슬리퍼까지 포함시킬 수 있죠.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컬렉션은 프라다 2026 남성복입니다. ‘할아버지 신발’로 재미있는 시도를 몽땅 다 해본 모양새였죠. 배색 보트 슈즈, 태슬 디테일을 더한 로퍼, 거기다 앞코를 자른 더비 슈즈도 빼놓을 수 없네요. 이들의 올드 스쿨 사랑은 미우미우의 2025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낌새가 보였습니다. 런웨이에 주로 오르는 모델들보다 연령층이 조금 더 있는 모델들을 세웠죠. ‘할아버지 신발’과 함께요!


얼마 전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 맨즈 컬렉션에서 선보인 발볼 넓은 슬리퍼, 피셔맨 샌들, 보트 슈즈, 더비 슈즈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조나단 앤더슨에게 이런 스타일은 낯설지 않습니다. 로에베 디렉터 시절엔 할아버지 삼총사가 주인공인 시트콤 <마지막 여름 와인(Last of the Summer Wine)>(1973)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걸 밝히기도 했죠. JW 앤더슨의 2024 가을/겨울 컬렉션이었고, 그는 모델들에게 뽀글뽀글 백발 가발을 씌운 뒤 두꺼운 니트웨어를 입히고, 할아버지 신발을 신겼죠.

최근 공개된 JW 앤더슨 2026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그 무드가 이어지는 듯 보입니다. 연령층이 다양한 모델들 발끝에서 패치워크 슬립온과 스티치 디테일의 로퍼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신발들은 곧 담요, 가드닝 도구, 웨지우드 식기처럼 푸근한 소품과 함께 매장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조나단이 받은 영감을 엿볼 수 있는 요소죠.
‘할아버지 신발’을 백분 활용하고 싶다면 스타일링에 신경 써보세요. 지난 4월의 해리 스타일스처럼요. 더 로우 로퍼만 놓고 보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같지만, 전체 룩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죠. 워크 재킷, 유선 이어폰, 토트백, 아이스 말차 라테, 밑단을 접은 테일러드 팬츠! 옛 감성을 사랑하는, 뭘 좀 아는 젊은이의 룩이 완성됐죠.

자, 느낌 오신 분들을 위해 ‘할아버지 신발’을 몽땅 모아봤습니다. 아이쇼핑만으로도 즐거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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