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더 젊은, 더 완벽한’ 그렇지만 애쓴 티가 나지 않는 외모를 갖추세요!

2025.07.14

‘더 젊은, 더 완벽한’ 그렇지만 애쓴 티가 나지 않는 외모를 갖추세요!

ChatGPT로 생성한 아트워크, ‘보그 비즈니스’. 20년 뒤, 우리는 어떤 얼굴을 마주하게 될까요? 이 기사는 ‘미래의 외모(The Future of Appearance)’를 탐구하는 ‘보그 비즈니스’의 프로젝트성 시리즈로 작성되었습니다.

‘젊어지는 약’이 있다면, 당신은 맞겠습니까?

영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2024) 감독 코랄리 파르자(Coralie Fargeat)는 자신의 영화 속 ‘젊어지는 약’이 있다면 맞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주인공이 약물에 중독돼 끔찍한 부작용을 겪는 보디 호러물임에도 말이죠. 그만큼 ‘더 나은, 더 젊은, 더 완벽한’ 외모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뷰티 산업이 끊임없이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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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이를 극단적으로 표현했다면, 현실은 더 은밀하고 집요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뷰티 루틴은 ‘타고난 미모’처럼 보이기 위한 노동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그 노동이 고강도라는 걸 감추죠. 일명 ‘애쓴 듯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루틴(High maintenance to be low maintenance)’입니다. 반영구 눈썹, 입술 색소 문신, 속눈썹 틴팅, LED 적외선 마스크, 미세 전류 마사지. 한 번쯤 경험했거나 들어봤을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보그 비즈니스> 에디터 제시카 데피노(Jessica DeFino)는 이 루틴들이 점점 더 세분되고, 사람들의 시간을 잡아먹고, 결국 뷰티 번아웃을 유발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현상을 단순한 개인 취향이나 한철 유행으로 일축할 수 없다고 강조했죠. 정치와 경제라는 외부 요인이 이 피로감과 맞물려 있다는 겁니다. 세상이 불안정하고, 내 힘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합니다. 제시카는 그 집착의 대상이 ‘자기 얼굴’이라고 봤죠. 그렇게 셀프 케어라는 명목의 뷰티 루틴은 번아웃을 유발하고, 그 번아웃은 다시 뷰티 산업의 마케팅 소재가 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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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배경으로 쓴 글이지만, 지금 우리의 일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시카가 짚어낸 뷰티 번아웃의 징후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거울 앞 고민과도 이어져 있으니까요.

더 일찍, 더 자주, 더 치밀하게

요즘 뷰티 루틴으로 ‘아침 분리수거(Morning Shed)’ 콘텐츠가 인기입니다. 밤사이 온몸에 붙여둔 뷰티 제품들을 떼어내는 과정이죠. 리프팅 테이프, 시트 마스크, 떼어내는 립 틴트, LED 마스크 등 공유된 제품 정보만 10개입니다. 자는 시간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여기는 거죠.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코멘트는 이렇습니다. ‘당신은 안전해요. 자신을 돌보고 있죠. 우리는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어요(You’re safe. You’re cared for. We’re not spiraling today).’

초등학생이 저속 노화 루틴을 시작하고, 할머니는 ‘섹시한 할머니(Glamma)’ 메이크오버를 받습니다. 그 중간, 38세의 누군가는 ‘예방’ 차원에서 2억원 가까운 리프팅 시술을 하고요. ISAPS(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가 이 현상에 대해 통계를 냈는데요. 보톡스와 필러 시술은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약 58% 증가했습니다. 지금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요. 게다가 시술은 보통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에 유지 관리를 위한 예약이 일 년에도 몇 번씩 필요합니다. 만화처럼 과장된 외모를 원하든, 시술 티가 나지 않는 외모를 선호하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콜라겐, GLP-1, 마차 보충제로 유명한 웰니스 브랜드 레미(Lemme). 밤색 테디베어 브론드 헤어 컬러.

서구권에서는 치아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시술, ‘베니어(Veneers)’가 유행입니다. 선호하는 헤어 컬러도 복잡해졌습니다. ‘밤색 테디베어 브론드(Chestnut Teddy Bronde)’, 여러 컬러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염색하는 겁니다. 머릿결이 윤기 나고 풍부해 보이기 위해서죠. 틱톡의 모든 사람이 영양제와 보충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체중 감량 약물은 한국에서도 이미 유행하고 있죠. 아! 치아 립글로스라고 들어보셨나요? 치아를 광나게 하는 제품입니다. 홀 세럼(Hole Serum)은요? 항문의 피부를 ‘가꿔주는’ 세럼입니다. 더 가꿀 곳도, 더 나올 신제품도 없는 것 같은데 뷰티 산업은 계속 내놓고 사람들은 계속 가꿉니다. 돈이 된다는 의미일까요? 뷰티와 관련 없어 보이는 이들도 뷰티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과자 브랜드 도리토스(Doritos)는 매니큐어를 만들고, 트럼프 대통령은 향수를 판매합니다.

뷰티 번아웃

뉴스레터 <얼굴의 가치(Face Value)>를 발행하는 저널리스트 제이납 모하메드(Zeynab Mohamed)는 뷰티 업계 관계자 사이에 번아웃이 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단 저부터 그래요. 아주 작은 루틴도 놓치면 큰일 나는 기분이죠. 뷰티 루틴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있어요.” 전 뷰티 인플루언서 리 틸그만(Lee Tilghman)은 책 <네가 이게 마음에 안 든다면 죽고 싶을 거야(If You Don’t Like This, I Will Die)>에서 회고합니다. “수입의 30~40%, 제 정신 공간의 100%를 웰니스와 뷰티에 쏟아부었어요.”

@leefromamerica

이 굴레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사람은 드뭅니다. 뷰티 산업의 실태를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모하메드는 루틴이 버겁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매일 실행합니다. 틸그만은 금발 하이라이트 염색을 자랑하며 미용사를 태그한 게시물을 올렸죠. 스킨케어 브랜드 에스테티카(Aesthetica) 론칭 파티에서는 ‘주사 치료제(Dysport)’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다 같이 주름을 치료하자고요!

번아웃보다 무서운 소외감

지난 10년간 주사, 수술, 그리고 극단적인 스킨케어 루틴이 일반화되면서 모든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꾸밈 인플레이션(Aesthetic Inflation)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지만, 그럼에도 루틴을 놓지 못합니다. 포기하는 순간 더 큰 불안이 밀려오기 때문이죠. 피로보다 소외가 더 무서운 겁니다.

사람들은 외모를 통해 기회를 얻거나, 자신을 지키려고 합니다. 적어도 자기가 속한 곳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하죠. “저는 장애와 자폐증이 있어요. 제게 화장은 스스로 보호하는 가면이에요.” 설문 ‘뷰티 루틴과 삶의 질의 관계’에 대해 익명으로 응답한 내용입니다. “제가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병색이 완연하고, 피곤한 맨얼굴 그대로 출근한다면 저의 장애는 더 눈에 띌 것이고, 제 일자리는 위험해질 수도 있겠죠.”

사람들은 뷰티 케어 루틴, 일명 ‘꾸밈 노동’의 사이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대격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요. 이 사이클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적 대가를 감수해야 하며, 그 대가는 소외 계층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정치가 불안정할수록 두꺼워지는 화장

제시카 데피노는 평균 꾸밈 척도가 정치적 격변과 정비례한다고 봅니다. 일명 ‘꾸밈 경제 지표(Aesthetic Index)’죠. 2007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 위기에 리얼리티 시리즈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의 인기와 맞물려 사람들의 화장은 더 두꺼워졌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5분 메이크업’보다 훨씬 정교해졌죠. 파운데이션, 컨실러, 파우더, 하이라이터, 컨투어링, 브론저, 블러셔. 일명 ‘카다시안 베이스’입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당선과 팬데믹 당시 사회는 스킨케어를 셀프 케어, 즉, ’자기 돌봄’으로 리브랜딩했습니다. 인권 운동가 故 오드리 로드(Audre Lorde)의 말을 빌리면 “정치적 전술” 행위입니다. 이듬해 스킨케어 부문은 45%의 성장을 견인하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트럼프의 첫 임기 중반에 10단계 스킨케어(클렌저, 토너, 에센스, 각질 제거제, 오일, 세럼, 스폿 트리트먼트, 자외선 차단제, 보습제, 마스크!)에 대한 검색이 급증했고, 임기 말기엔 ‘메타 페이스(Meta Face)’, 메타버스 아바타처럼 완벽히 매끈한 얼굴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조사 결과 이런 섬뜩한 미적 감각은 인스타그램 필터와 편집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1인당 연간 2,300만원 상당의 비수술적 시술로 이어졌습니다.

‘감지할 수 없는(Undetectable)’ 미적 트렌드를 선도하는 유명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린제이 로한. Getty Images

팟캐스트 ‘네이키드 뷰티(The Naked Beauty)’ 진행자 브룩 데바르드(Brooke Devard)는 2020년 팬데믹 시기에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극도로 집착했다고 봅니다. “팬데믹 기간 청취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영상 통화를 하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기 시작했고, 보톡스 붐을 일으킨 겁니다. 성형 수술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며 이후 2년 동안 시술률이 19% 상승했고요.

2022년, 미국 대법원이 1973년에 내린 낙태 무죄 판결(Roe v. Wade)을 무효로 했죠. 그해의 트렌드는 ‘글레이즈드 도넛 스킨’이었습니다. 네, 도넛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 표현입니다. 이후에도 정치 상황이 불안정할 때마다 오젬픽 주사, 핑크 립글로스, 리본 핀이 마치 자율권의 상징처럼 떠올랐습니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뷰티를 통해 자기 통제감을 되찾으려 했죠. 트럼프가 2024년에 다시 당선되자, 한 여성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와의 인터뷰에서 세포라 세일에서 거액을 썼다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그냥 이 상황을 버티기 위해서”였습니다.

대피 시대, 뷰티 루틴의 미래

트렌드 예측 기관 WGSN은 2026년을 ‘대피(Great Exhaustion)의 해’로 전망했습니다. 기후 변화, 경제 불안, 정치적 분열, 치솟는 의료비,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감 등 끝없는 위기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으니까요. 2025년을 특징짓는 방대한 뷰티 루틴은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혼란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혼란 속에서 뷰티 소비는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해집니다. 강한 햇빛은 자외선 차단제를, 대기 오염은 항염 스킨케어를 유도하죠. 특히 붕괴한 의료 시스템은 외모 관리를 ‘자가 치료’ 영역으로 몰아갑니다. 소득 불평등은 뷰티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고요. 내가 가진 ‘부’를 얼굴에 몰빵하기 시작하죠(그게 사실 후불 결제라 할지라도요!).

앞으로 뷰티 산업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그보다 우리의 일상과 뷰티 루틴은요? 프리미엄 뷰티 제품 가격이 지난해에만 9% 가까이 올랐습니다. 뷰티 애호가들이 루틴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소비 방식은 훨씬 전략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브룩 데바르드는 뷰티 소비가 극강 뷰티 트리트먼트(레이저, 페이스 리프트)와 예약 서비스(네일, 속눈썹)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 손이 많이 가는 관리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그리고 사는 게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기분 좋아지는 것에 집중할 겁니다.”

* 이미지에 관한 참고사항

이번 시리즈의 이미지들은 <보그 비즈니스>의 수석 디자이너인 나이얼 윌슨(Niall Wilson)이 OpenAI GPT-4o의 이미지 생성 도구를 사용하여 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콘데 나스트와 OpenAI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활용하여, 각 기사에서 제시한 전문가의 의견과 예측을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AI 이미지 제작에 윤리적인 논란이 있다는 점, 창작자의 권리와 이미지 주체성에 대한 우려를 저희 또한 인지하고 있으며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다루고 있고, AI는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의 도구이기도 하기에 이러한 방식의 실험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이미지는 외부 사진이나 저작권 있는 자료 없이, 나이얼의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 모든 이미지는 저희 팀의 독창적인 컨셉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제작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이 시리즈만의 상상에서 탄생한 이미지입니다.

#미래의 외모

Jessica DeFino
사진
Vogue Business, IMDb, Instagram, Getty Images
출처
www.voguebusin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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