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이제 더 이상 브래지어 숨기지 마세요

2025.08.30

이제 더 이상 브래지어 숨기지 마세요

5년 전, 큐레이터이자 작가 숀나 마샬(Shonagh Marshall)은 영국 <보그>에 기고한 을 통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브래지어를 영원히 벗어버릴 때가 온 걸까?” 팬데믹으로 전 세계인이 집 안에 틀어박혀, 여성이 브래지어를 안 입기 시작하던 무렵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당시 마샬은 브래지어의 역사, 사회적 의미, 세월을 따라 변화해온 브래지어에 대한 인식을 추적했죠.

Getty Images

여전히 많은 여성에게 브래지어는 필수품입니다.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가슴을 받쳐주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죠. 유행 때문에 사라질 아이템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더해 지금의 대중문화는 브래지어를 패션의 한 요소 삼아 눈에 띄게 ‘드러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수년간 이어진 ‘누드 드레스’ 트렌드 이후 생긴 변화죠. 2025년, 이제 브래지어를 더 이상 옷 속에 숨기지 않습니다. 가히 ‘브라 패션’의 시대라고 할 만하죠.

독보적인 배우 미카엘라 코엘(Michaela Coel)은 영국 <보그> 9월호와 함께한 화보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브라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사라 버튼이 디자인한 지방시의 크레이프 코쿤 재킷 아래, 런던 기반의 인디 브랜드 프루티 부티(Fruity Booty)와 도라 라슨(Dora Larsen)의 레이어드 란제리를 착용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두 달 전 7월호 커버 모델로 등장한 두아 리파 역시 미우미우의 2025년 가을 컬렉션에서 공개된 새틴 불릿 브라를 입었습니다. 영국 <보그> 패션 디렉터 줄리아 홉스(Julia Hobbs)가 BBC 라디오 <우먼스 아워(Woman’s Hour)>에 출연해 불릿 브라의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실착 테스트한 아이템이었죠.

미우미우의 ‘불릿 브라’를 입은 줄리아 홉스. Courtesy of Zee Waraich

지난 6월 애디슨 레이는 런던의 기이하기로 유명한 공연장 더 박스(The Box)에 란제리 패션으로 나타났습니다. 란제리 브랜드 아장 프로보카퇴르의 노란색 몰리 란제리 세트를 입고 무대에 오른 겁니다. 함께 스타일링한 깃털 보아와 루부탱 스틸레토 힐도 눈에 띄었죠. 같은 달 찰리 XCX는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의 ‘아더 스테이지(Other Stage)’에 맞춤 제작한 맥퀸의 브라 톱을 입고 등장해 몸을 비틀며 공연했습니다. 관객은 찰리 XCX의 드레스 코드에 맞춰 브랫(Brat) 선글라스를 쓴 채 ‘떼창’으로 응답했죠. 이 밖에 타일라, 도이치, 사브리나 카펜터 또한 각자의 무대의상을 통해 브라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글래스턴베리 무대에 오른 도이치. Getty Images
글래스턴베리에서 공연하는 찰리 XCX. Getty Images

이처럼 브래지어는 차트 상위권을 달리는 여가수의 무대의상으로 꽤 자주 활용됐습니다. 줄리아가 <우먼스 아워>에서 지적했듯 “유혹이 아닌 강함을 보여주기 위해 속옷을 사용한 것”이죠. 최근에는 무대 밖에서도 브라 패션을 엿볼 수 있습니다. 관건은 단순히 ‘브래지어’라는 아이템이 인기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브라를 입는지, 그 방식이 중요하죠. 최근 들어 느껴지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IDGAF(I don’t give a f*ck, *도 신경 안 써)’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엠마 스페딩(Emma Spedding)은 글래스턴베리를 찾은 관객들 사이에서 브라 패션이 보편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 패션의 대두는 페스티벌이라는 특정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록적으로 더웠던 올여름, 런던 곳곳의 공원에서는 기꺼이 속옷만 입은 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거든요. 이 새로운 마음가짐은 어떤 배경에서 등장한 걸까요?

“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기 자신에 대해 더 편안하게 느끼게 된 거죠. ‘누가 신경 써? 내 몸이니까 내 맘대로 입을 거야’라는 에너지가 느껴지잖아요. 정말 긍정적인 변화죠.” 아장 프로보카퇴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쇼튼(Sarah Shotton)의 말입니다. “란제리를 통해 여러분은 각각의 코어와 스타일 감각을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alvaclaire

모델 알바 클레어(Alva Claire) 역시 란제리 패션을 즐기는 패션계 인사입니다. “슬립이나 브라 같은 속옷을 드러나게 입는 걸 좋아해요. 에너지를 주고, ‘뭐 어때?’라는 느낌을 주거든요.” 그녀가 영국 <보그>에 전한 말입니다. “꽤 실험적이에요. 브라 톱을 청바지나 꼼데가르송 스커트 같은 외출용 하의와 함께 매치할 때마다 그렇게 느끼죠. 속옷과 겉옷의 조화로 새롭고 아름다운 언어를 창조하는 것 같아요. 제가 즐기는 건 그런 거예요. 늘 놀랍고 근사한 부분을 찾는 거죠.”

하지만 런웨이에서 확인한 브라 패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모델이 ‘스트레이트 사이즈(한국 사이즈 44~55)’를 입기 때문에, 아주 큰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따라 하긴 어렵다는 거죠. “가슴이 큰 여성은 몸을 드러내는 즉시 성적 대상화 되는 경우가 많아요. 시스루 톱을 입을 때마다 느끼는 부분이거든요. 만약 가슴이 크다면, 그렇게 장난기 있는 요소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아요.” 클레어의 말입니다.

“누구나 속옷을 겉옷처럼 활용해서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슴이 큰 여성은 ‘촌스럽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죠. 제가 어린 시절부터 겪은 것처럼요.” 그녀가 이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촌스러운 느낌조차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트렌드를 따르는 걸 좋아하지만, 그 안에서 제 방식대로 즐기고 싶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정말 대담한 옷을 입는 걸 보면 그냥 기분이 좋거든요. 입지 말라는 잔소리를 주야장천 들었던 옷이면 어때요? 꽉 끼는 짧은 반바지나 거대한 벨트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그냥 그런 모습이 좋아요. 사람들이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거든요.”

쇼튼은 시스루 상의를 통해 브라를 드러내거나 브라만 입고 외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건넸습니다. “먼저 완벽한 핏을 찾아보세요. 사이즈가 맞아떨어지면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몸에 맞지 않는 브라만큼 불편한 건 없잖아요? 다음으로 중요한 건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거예요. 모양, 색상, 스타일, 패턴, 소재 등 여러 측면에서 나에게 맞는 브라를 고르는 거죠.” 더 근사한 브라 패션을 위해서는 결국 ‘나다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자신에게 딱 맞다고 느낄수록 더 보여주고 싶어질 거예요.” 지금부터 소개하는 다섯 가지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통해 선보일 근사한 ‘브라 패션’을 확인하세요!

색채 조합

컬러 포인트 주기

올 블랙

콘 실루엣

셔츠 활용

Alice Cary
사진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Instagram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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