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저기도, 안토니 곰리!
지금 한국에서 뜨겁게 호명되는 예술가, 안토니 곰리의 개인전이 세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몸’ 조각가의 세계를 내 몸처럼 구석구석 살펴볼 기회입니다.
<불가분적 관계>의 매듭을 찾아서



안토니 곰리의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는 두 장소에서 열립니다.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에서는 “환경이 인간을 형성한다”라는 그의 선언을 몸소 경험할 수 있는데요. 인체 조각이 벽을 껴안듯 팔을 길게 뻗고 있는 작품 ‘지금’(2024)은 공간의 직각 구조가 우리 감각과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담하게 드러내죠. 도시의 상하수도나 전기회로를 닮은 ‘매듭 작업(Knotsworks)’ 시리즈는 인체를 지도처럼 시각화해 네트워크의 일부임을 상기시킵니다. 또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한 이 선은 경계를 허물어 몸과 환경을 연결하죠. 작품 ‘열린 혼란(Open Daze)’(2024) 앞에 서면 개방된 구조에 조각 이곳저곳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 밖에도 드로잉 등 18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타데우스 로팍의 안토니 곰리 개인전은 11월 8일까지입니다. 장소 타데우스 로팍 예매 무료입장 인스타그램 @thaddaeusropac
<불가분적 관계>에 대한 자각의 촉매제, 조각



지금 서울 도산공원 사거리를 걷는다면 갑작스레 낯선 존재와 마주하게 됩니다. 인도 한복판에 우뚝 선 안토니 곰리의 조각 ‘몸틀기 Ⅳ’(2024)죠. 곰리는 이 작품을 개울 속 바위처럼 인도에 두어 경로를 차단해, 보행자가 신체를 자각하게 만듭니다. 또 미술관 안쪽 높은 건물 사이, 좁은 통로를 점령한 작품 ‘움츠림’(2022)에서는 입처럼 작게 뚫린 구멍으로 어두운 내부를 엿볼 수 있게 해 우리가 눈을 감았을 때처럼 무한한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선사하죠. 이때 관람객은 고요를 느끼며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전시임을 인식하고 갤러리 내부에 들어서면 다시 당황할 수 있어요. 작품이 즉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죠. 강철 막대 조각 ‘대전환 Ⅲ’(2024)를 기둥 뒤에 숨겨 관람객은 공간을 더욱 극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전시 작품은 총 6점으로 적지만 하나하나가 촉발하는 신체와 환경에 대한 사유는 무한에 가깝습니다. 화이트 큐브의 <불가분적 관계> 전시 기간은 조금 더 짧은 10월 18일까지. 장소 화이트 큐브 서울 예매 무료입장 인스타그램 @whitecube
존재의 순간을 강조하는 대지 위 그림 <DRAWING ON SPACE>



몸과 환경에 시간의 축까지 더해 사유의 폭을 확장하고 싶다면 뮤지엄 산의 안토니 곰리전 <DRAWING ON SPACE>를 관람해보세요. 곰리의 가장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로 조각 7점과 드로잉 및 판화 40점, 설치 작품 1점, 상설관 ‘GROUND’에서 ‘블록 작업’ 7점, 총 55점을 선보입니다. 특히 11월 30일까지 열리는 <DRAWING ON SPACE>에서는 서울의 개인전과는 결이 조금 다른 2015년 작품인 ‘경계의 영역(Liminal Field)’ 시리즈를 선보이죠. 작가는 물리적 존재감이 강한 철(연강)로 기포처럼 가벼운 형상의 인체를 묘사해, 곧 터질 듯 위태롭지만 단단히 버티는 인체 조각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몸과 공간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성찰하게 합니다. 또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둥근 돔 ‘GROUND’에서는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자연의 소리가 작품에 스며들어, ‘존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장소 뮤지엄 산 예매 네이버 예약 인스타그램 @museumsan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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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 큐브, 뮤지엄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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