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여름 뉴욕 패션 위크 DAY 4
패션 위크 넷째 날은 저마다 다른 재미로 채워졌습니다. 샌디 리앙의 디테일을 뜯어보는 재미, 울라 존슨이 건넨 이슈를 곱씹는 재미, 코스의 룩을 내 옷장에 대입해보는 현실적인 재미까지 다양했죠. 각자 자신이 제일 잘하는 장기를 펼치되 이전 시즌보다 더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샌디 리앙은 유년의 판타지를 개인의 서사로 끌어올렸고, 울라 존슨은 여성 예술가와 연대했으며, 코스는 미니멀에 시대의 디테일을 섞어냈죠. 많은 시선이 공존하는 도시, 뉴욕다운 넷째 날 풍경을 감상하시죠.

샌디 리앙(@sandyliang)
쇼 하루 전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콘서트에서 샌디 리앙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런웨이를 넘어 거리에까지 퍼진 걸 보니 브랜드가 일정 궤도에 올랐구나 싶었죠. 그래서 이번 시즌, 리앙이 더 사적인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놓은 건 절묘했습니다. <보그 런웨이>도 긍정적으로 평했죠. “샌디 리앙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판타지를 창조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37벌의 룩으로도 하나의 세계를 그려냈습니다.”
물론 ‘유년의 판타지’는 리앙이 이미 여러 번 꺼낸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개인사로 더 구체화했어요.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보낸 어린 시절, 유독 눈에 띈 할머니들의 옷차림을 불러왔죠. 자외선 차단용 모자와 토시, 꽃무늬 원피스와 샌들, 향수 어린 장면은 프린트와 레이어드 스타일로 옮겼습니다.
영감의 또 다른 축은 상속녀 위게트 클라크(Huguette Clark), 인형의 집에 평생 집착한 인물이죠. 리앙은 클라크를 이렇게 소개하더군요. “클라크는 어린 시절에 머문 듯한 인물이었어요. 나이 들어서도 인형의 집과 장난감에 집착했죠. 아이 같은 경이로움을 품었던 사람이에요.” 리앙이 말한 클라크가, 두 살배기 아이를 품에 안고 피날레에 등장한 그녀의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울라 존슨(@ullajohnson)
울라 존슨은 여성 아티스트의 작품을 오마주하는 컬렉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시즌엔 추상회화의 거장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단순히 비주얼 요소만 가져온 게 아니라 그녀의 삶, 고민도 가늠해봤죠. “제 컬렉션에 따라붙는 ‘예쁘다’, ‘여성스럽다’는 평이 종종 ‘연약하다’, ‘가볍다’로 비약되는 건 아닌지 고민했어요. 프랑켄탈러도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고요. 내가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가 전하려던 의미를 뭉개는 건 아닐까? 너무 단순화하는 건 아닐까? 늘 그런 질문에 시달려왔죠.”
존슨은 이런 단어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특성을 전면에 내세웠죠. 공기처럼 가볍고 투명한 시폰, 깃털과 프린지, 프랑켄탈러 회화 같은 알록달록한 색감. ‘예쁘다’는 말이 결코 얕지 않음을 증명한 겁니다. 남이 건네는 단어의 진의를 의심하거나, 자신을 제약하는 요소로 삼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죠. 물론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입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델들이 공기를 가르며 걸어 나오는 장면, 드레스가 회화처럼 흩날리던 순간은 ‘예쁘다’는 감상 이상을 남겼습니다.








코스(@cosstores)
COS가 ‘Collection of Style(스타일의 컬렉션)’의 약자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당장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한데 모아 내놓았죠. 이번 시즌을 이끈 카린 구스타프손(Karin Gustafsson)의 의도가 정확히 적중한 컬렉션이었어요. “옷이 압도적이지 않아서 입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납니다. 성격과 취향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죠.” 2026 봄/여름 패션 위크지만, 코스는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여서 우리의 일상과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브랜드마다 글로벌 캘린더를 다르게 운영해 종종 있는 일이죠.
‘다크 로맨스’라는 제목에 걸맞게 블랙, 네이비, 버건디, 브라운 같은 짙은 컬러가 주를 이뤘습니다. 바스켓 니트와 시어링 코트가 부드러운 질감을 더했고요. 훑어보면 미니멀했지만 곳곳에 시대적 인용이 숨어 있었습니다. 오픈 네크라인과 벨트 웨이스트, 배럴 코트에서는 1950년대 뉴 룩이 보였고, 튜닉과 스키니 팬츠, 후드 드레이프 세트에서는 중세 시대가, 작은 벨트 장식에서는 1990년대 감각이 보였죠. 미니멀 스타일은 범주가 넓어 폄하되거나 얼버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코스는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했죠. 서로 다른 시대의 조각들을 모아 최선의 미니멀리즘을 완성한 겁니다.






#2026 S/S NEW YORK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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