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우아함, 고윤정의 샤넬
우아함! 가브리엘 샤넬을 정의하는 한 단어죠. 다만 가브리엘이 내린 정의가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그는 불필요한 것을 거절할 수 있는 여유 있는 태도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이 ‘우아함’ 속에 깃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고윤정을 보면 가브리엘이 말한 절제된 우아함을 이해하게 되죠.

고윤정의 이름을 알린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에는 그녀를 ‘절세미인’이라고 칭하는 대사가 있을 만큼 모두가 인정하는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외적인 아름다움이 샤넬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아닙니다. “우아함은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이 공존할 때 드러남”을 가브리엘 시절부터 강조해왔으니까요.
2021년 <보그>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고윤정’이라 그를 표현했습니다. “제 분야에선 늘 A 이상은 받아야 했던 만큼 승리욕이 강하고 열정적인 학생이었어요. 대신 포기할 건 빨리 포기했죠. 가령 수학 같은?”이라며 웃음을 터뜨리던 그녀는 삶의 궤적부터 현재 감정 상태까지 솔직하게 표현한 드문 인터뷰이였거든요.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끼니도 거른 채 종일 7편씩 볼 정도로 영화에 푹 빠졌고, 연기를 잘하고 싶다 고백했죠. 4년이 지나 <무빙>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로 성공을 거둔 현재도 마찬가지더군요. 지난 4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고윤정은 환한 미소로 “지금은 일에 꽂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송 대부분을 연기 이야기와 꾸밈없는 태도로 채웠죠.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겸손한 포부도 내보이면서요.

고윤정의 명료한 시선이 특유의 아우라를 만들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나아가는 것! “진정한 우아함의 핵심은 심플함”이라던 가브리엘 샤넬의 말 그대로였죠. 그녀의 룩 또한 그렇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고윤정의 선택은 늘 ‘트위드’죠. 트위드 수트는 여성이 좀 더 자유롭고 활동하기 편한 의상을 입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것으로, 디자인이 복제되는 걸 암묵적으로 용인하면서까지 여성의 사회 활동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그래서 트위드는 클래식한 샤넬을 보여주는 증표이자, 여성의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사용되어왔죠. 고윤정은 이 의미를 십분 활용합니다. 공식 앰배서더가 되기 전부터요!
2023년 8월 <무빙> 제작 발표회에서는 까멜리아의 붉은색 트위드를 입었습니다. 당시 파란 카펫과 대비를 이룬 투피스가 이슈가 됐죠. 격식을 갖춘 보드라운 울 트위드 수트는 팬들과의 만남 등 움직임이 많은 이날 동선에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리본 포인트의 체인을 허리에 묶어 페미닌한 매력과 함께 비율까지 강조했고요. 블랙의 메리 제인 펌프스를 매치해 다리는 길어 보이되 시선이 옷에 집중되도록 영리하게 스타일링했죠. 재킷 단추가 액세서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해 보일 수 있는 네크리스 대신 CC 로고가 들어간 별 모양의 반짝이 이어링으로 포인트를 준 것도 인상적이었죠.

2023년 12월 진행된 <이재, 곧 죽습니다> 제작 발표회에서도 비슷한 선택을 했습니다. 허리는 잘록하게, A 라인 형태로 퍼지는 미니스커트, 힐 스타일을 기본값으로 고윤정만의 우아한 트위드 스타일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날은 2023 가을/겨울 컬렉션의 트위드 팬츠 셋업을 선택한 뒤 팬츠를 생략하고 재킷을 드레스처럼 활용했죠. 트위드의 격자무늬, 소매 부분의 흰 스티치, 양쪽 포켓에 활짝 핀 까멜리아까지, 모든 것이 액세서리처럼 보였기에 깔끔한 블랙 스틸레토 힐에 머리는 낮게 묶고, 더블 하트의 드롭 이어링을 매치했죠. 보통 스커트 길이가 짧아질수록 하체에 시선이 쏠리는 것과 달리, 전체적으로 조화로우면서도 시선은 상체에 쏠리도록 한 것이 스타일링 포인트였죠.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제작 발표회에서도 샤넬 2025 봄/여름 스커트 수트를 착용했습니다. 새를 모티브로 한 컬렉션 룩은 칼라와 소매의 깃털 장식이 사랑스러웠으며, 아찔한 높이의 스트랩 힐 샌들로 여성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자아냈죠. 낮게 묶은 헤어와 귀에 딱 붙는 샤넬 이어링으로 오로지 고윤정이라는 배우의 얼굴에 주목하게 했고요.


액세서리 없이 단출하고 깔끔하게, 고윤정표 우아한 스타일링은 몇 년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뚜렷한 이목구비로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화려해 보이니 가능한 선택지고요. 최근 진행된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 핸드 프린팅 행사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블랙의 샤넬 수트로 멋을 냈죠.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보인 격식 있는 트위드 차림은 보는 사람을 존중하고 그 자리를 귀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남겼고요.

앰배서더 선정 이후 첫 컬렉션에 참석한 모습도 기억납니다. 공항에서는 샤넬의 블랙 미니 드레스에 종아리 길이의 미니멀한 블랙 부츠를 신고 화이트 미니 플랩 백을 어깨에 걸쳐 평소보다 캐주얼하면서도 페미닌한 느낌을 주었죠. 이어링은 없었지만, 머리를 풀어 청순한 느낌이었고요. 2024/25 샤넬 크루즈 컬렉션에서는 마르세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맞게 클래식하면서도 캐주얼 느낌의 룩을 선보였습니다. 샤넬 로고가 도트처럼 표현된 블랙 앤 화이트 셔츠, 블랙과 블루 배색 디테일이 돋보이는 니트 셋업에 블랙의 플랫폼 샌들 힐과 인기 있는 공방 컬렉션의 미니 켈리 백을 매치했습니다. 머리는 자연스러운 하이 번 형태로 사랑스러우면서도 가느다란 목선이 드러나 프로포션이 더 좋아 보였고요.


2025 봄/여름 꾸뛰르 컬렉션에 참석할 때는 좀 더 캐주얼한 룩을 선보였습니다. 빈티지한 블랙 데님에 물 빠진 블랙 컬러 이너 톱 위에 블루와 핑크가 섞인 포근한 라일락 컬러 트위드 재킷을 걸친 뒤 화이트 컬러의 플랩 백을 멨습니다. 로우 번 헤어스타일에는 긴 진주 목걸이를 매치해 포인트를 살렸죠. 컬렉션 당일에는 스커트에 슬릿이 깊이 들어간 블랙과 화이트 트위드 셋업을 선택했죠. 여기서도 고윤정식 우아한 스타일링이 돋보입니다. 2025 봄/여름 런웨이 스타일링과 달리 재킷 단추는 꼭꼭 잠갔고요. 슬릿이 들어간 대신 길어진 스커트에 힐 대신 니하이 부츠를 매치했죠. 룩이 지나치게 섹시해지거나 부츠 때문에 거친 분위기가 될 것을 우려해, 시선을 의도적으로 상체로 집중시키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앞머리를 내리고 포니테일로 묶으니 새침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룩이 완성됐죠.



오직 실의 조합만으로도 액세서리가 필요 없는 샤넬의 매력과 그 무한한 창의성을 우리는 고윤정을 통해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입히고 싶었다. 편한 동시에 여성성이 강조된 수트를!”이라고 말한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칼 라거펠트와 버지니 비아르가 계승했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중이죠. 이제 우리는 마티유 블라지의 트위드를 입은 그녀를 기대하면 됩니다. 그 룩은 분명 여유롭고 단순하지만 매우 우아할 겁니다.
추천기사
-
패션 아이템
편하게만 입던 트레이닝 팬츠, 이제 약속 갈 때 입으세요
2026.01.19by 하솔휘, Lucrezia Malavolta, Laura Tortora
-
패션 뉴스
나이키 패밀리에 합류한 리사
2026.01.21by 오기쁨
-
패션 아이템
요즘 봄버 재킷에 손이 가는 이유
2026.01.21by 하솔휘, Laura Cerón
-
패션 뉴스
디스퀘어드2 패션쇼 오프닝 장식한 허드슨 윌리엄스
2026.01.19by 오기쁨
-
뷰티 트렌드
케라스타즈 새 앰배서더 데미 무어, 긴 생머리에 담긴 비밀
2026.01.14by 황혜원, Morgan Fargo
-
뷰티 트렌드
2026년 가장 깔끔한 네일 트렌드, 유리 손톱!
2026.01.07by 황혜원, Lauren Murdoch-Smith, Morgan Fargo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