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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진실과 거짓 사이, 하이재킹된 실화

2025.10.17

‘굿뉴스’ 진실과 거짓 사이, 하이재킹된 실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컷

‘요도호 사건’은 영화가 돼야만 했던 실화다. 1970년 일본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 활동가들이 북한으로 가기 위해 일본항공 351편을 공중 납치한 사건이다. 그들은 결국 북한으로 망명했지만, 직행하진 못했다. 한국 정보 당국이 351편과 북한 사이 통신 주파수를 하이재킹했기 때문이다. 한국 관제사는 북한 관제사인 척 연기하면서 351편을 김포공항으로 유도했다. 지상 요원들은 김포공항을 평양 순안공항으로 바꾸는 작전에 돌입했다. 간판을 바꿨고,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꽂았으며, 수많은 여학생이 북한 사람으로 위장했다. 이후 이 사건은 여러 형태의 ‘썰’로 재현되면서 ‘영화 같은 이야기’로 화제에 올랐다. 하이재킹 당한 여객기를 또 한 번 하이재킹하는 첩보전의 스릴, 1970년대 서울을 평양으로 위장하는 작전의 대담함,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실화가 55년이 지나 드디어 영화가 되었다.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 등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컷

<굿뉴스>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운 자막으로 시작한다.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음. 다만, 모든 등장인물과 상황은 상상에 의한 허구임.” 익숙한 내용의 자막인데 어투는 가볍다. 사건의 실체를 복원하기보다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태도처럼 들린다고 할까. 영화는 실제 사건을 둘러싼 이야깃거리와 상상으로 창조한 캐릭터 사이를 능청스럽게 오간다. 일본 이타즈케 공항에서 자위대가 활주로를 막아서 테러리스트를 자극했던 것이나 조종사들에게 일본 측이 교과서에서 찢은 듯한 지도를 주었다는 것, 테러리스트들이 김포공항에서 흑인 미군 병사를 보고 의심했다는 것 등은 모두 실제 기록을 반영했다. 하지만 <굿뉴스>가 농담 같은 사건을 아기자기하게 보여주는 데 그치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컷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컷

<굿뉴스>가 바라보는 이 사건의 본질은 ‘쇼’다. 테러리스트, 관제사, 군인, 정치인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쇼를 해야 했던 사건인 것이다. 여객기를 납치한 적군파 활동가들은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신념과 현실을 헷갈리기도 하고 종종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철부지’처럼 묘사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은 사건을 회피하려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기회로 여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박수를 치는 정치인도 있고 자기가 현장 책임자인 줄도 모르는 책임자도 있다. 이런 세상에서 변성현 감독은 만화 같은 연출로 블랙코미디의 유머를 끌어낸다. 적군파 활동가의 시점에서 북한이 쏜 지대공 포탄을 환영의 축포로 오해하는 장면이나 남한과 북한 관제사의 주파수 하이재킹 대결을 서부극의 대결 시퀀스로 치환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컷

<굿뉴스>의 주인공 아무개(설경구)는 쇼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이렇게 정의한다. “일어난 사실과 약간의 창의력, 믿으려는 의지.” 이 말은 영화가 바라보는 사건의 본질을 함축한다. 변성현 감독이 연출한 다른 작품이 연상되는 말이기도 하다. <불한당>의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는 서로에 대한 진심을 품고 있지만, 그 진심은 애초에 거짓된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짓에서 시작된 감정이 결국 진심으로 달라지는 과정, 그 모호한 경계야말로 이 관계의 핵심이었다. <굿뉴스> 소재와 겹쳐보면 <불한당>은 서로의 마음을 하이재킹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하이재킹이라는 말에 빗대면 <킹메이커>도 포함될 수 있다. 선거판의 여우로 불리는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유권자의 표심을 하이재킹하기 위해 벌이는 전략이 모두 위의 세 가지를 조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3편의 영화를 놓고 ‘하이재킹 3부작’으로 부를 수도 있을 듯하다. 동시에 변성현 감독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오가며 관객을 설득하는 영화의 힘을 반복해서 탐구해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 감독에게 요도호 사건은 더할 나위 없는 소재였을 것이다. 가장 어울리는 감독과 만나 영화가 되었다는 것. 그것이 진짜 ‘굿뉴스’다.

Good News Hong Kyung as Seo Go-myung in Good News Cr. Song Kyoung-sub/Netflix ©2025
사진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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