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승하든 한국은 이미 위너다, ‘피지컬: 아시아’
10월 28일 <피지컬: 아시아>(넷플릭스) 첫 4화가 공개되었다. <피지컬: 100> 시리즈의 세 번째 시즌이자 글로벌 확장판의 첫 시즌이다. 이번 참가국은 한국, 일본, 태국, 몽골,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다. 한국 콘텐츠 호응도가 높은 국가가 대부분인 만큼 전작 못지않은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제작될 미국판, 유럽판의 흥행을 위해서도 이번 시즌이 중요한 승부처다.

<피지컬: 아시아>는 경이로운 신체, 우직한 몸싸움, 체력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혹독한 게임 방식까지, 전작의 볼거리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게다가 판이 커지면서 스토리와 캐릭터도 풍성해졌다. 시쳇말로 ‘리밋이 해제됐다’고 느낄 만큼 거구의 참가자들이 등장하고, 프로 복싱 여덟 체급 챔피언 매니 파퀴아오, <진격의 거인> 엘런 예거의 신체 모델인 UFC 통산 14승의 주인공 오카미 유신, 2017년 UFC 미들급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 등 전설의 선수들이 시선을 모은다. 몽골과 튀르키예 선수들의 다부진 몸은 그들의 선조가 제국을 세울 때의 광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씨름, 오일 레슬링, 유도, 무에타이 등 각국 전통 무도인을 포함시켜 국가별 개성을 확보했다. 쾌활하고 쇼맨십 넘치는 호주 팀, 하이힐을 신고 시치미를 떼다가 경기에서는 괴력을 발휘하는 태국의 제임스 루사미카에는 이번 시즌 초반의 분위기 메이커다.
<피지컬: 100> 시리즈는 근력과 스태미나를 경주하는 라운드가 많아 여성 참가자가 불리하다. 멋진 여성 캐릭터를 많이 배출했지만 그들에게 우승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피지컬: 아시아>는 포맷을 혼성 국가 대항전으로 변경해 이런 아쉬움을 덜었다. 물론 참가자들의 다양한 장기를 살리는 게임 개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예컨대 매니 파퀴아오는 이번 시즌 간판스타지만 체급과 나이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특유의 민첩성과 노련미를 발휘할 종목도 부족하다. 파쿠르, 서커스 등의 유연성도 아직 제대로 쓰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유불리가 확연한 상황이 오히려 반전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피지컬> 시리즈의 시그니처인 공 뺏기 게임에서 74kg 이하급 삼보 선수가 거구의 럭비 선수를 상대로 무도 기술을 시전하면서 접전을 벌이는 모습은 놀랍다. ‘Size Does Matter’라는 규칙이 파괴되면서 시청자의 도파민이 솟구치는 순간이다.


<피지컬: 100> 시즌 2에 출연했고 이번에 한국 팀 주장을 맡은 김동현은 “참가자를 사점(死點, 운동 중 체력과 에너지가 급격히 고갈되어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멈추거나 집중력이 저하되는 극한의 고통 구간)까지 몰아붙이는 게 이 쇼의 특징”이라고 평한다. 과연 이번에도 퀘스트마다 탈진해 유체 이탈 상태에 빠진 듯한 참가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순간 오롯이 훈련된 근육의 힘으로 괴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의 모습이야말로 이 쇼가 지닌 가장 숭고하고 짜릿하고 아름다운 광경이다. 글래디에이터의 목숨 건 대결을 구경하는 로마 귀족들처럼, 시청자들은 안방에 드러누워 고도로 연마된 신체의 향연과 게임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국가 대항전이라고는 하나 한국 시청자들이 반드시 한국 팀을 응원하게 되지는 않다. 누가 이기든 돈은 넷플릭스와 제작사가 버는 것이고, 한국이 이런 쇼의 호스트가 될 정도로 문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이미 흐뭇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가 얼마나 재미있게 전개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것인가, 그게 시청자의 기대고, 우리가 주목하는 진짜 승부다. 초반 에피소드로 보아 이 승부는 전망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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