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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 박이 뉴욕에서 만드는 패셔너블한 한식 문화

2026.01.09

엘리아 박이 뉴욕에서 만드는 패셔너블한 한식 문화

박정현 셰프와 함께 뉴욕에서 ‘아토믹스 신드롬’을 일으킨 엘리아 박. 브랜드 운영과 경영을 총지휘하는 그녀의 손끝에서 더 정교하고 패셔너블한 한식 문화가 탄생한다.

한식 연구를 위해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엘리아 박. 2024년 한남동에 마련한 한식 연구소 커먼 에라에서 그녀를 마주했다. “가장 집중하는 것은 누룩 연구예요. 한국의 모든 ‘장’ 문화가 누룩에서 출발하니까요.” 비대칭 니트 톱은 포츠 1961(Ports 1961), 플리츠 스커트는 토리 버치(Tory Burch).

당연히 뉴욕일 줄 알았는데 한국에 머물고 있어 반갑군요.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 합류한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을 위해서죠.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이자 미쉐린 2스타를 따낸 아토믹스(Atomix)의 음식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오픈 전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지난여름 루이 비통으로부터 새 레스토랑의 컬리너리(요리) 파트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후 모든 게 서둘러서 진행됐어요. 아토믹스는 미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식을 소개하는 레스토랑이고, 루이 비통은 프랑스에서 탄생한 브랜드이니 새롭게 배우는 소통과 협업 방식이 많아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문화도, 일하는 스타일도 제각각이거든요. 1월 그랜드 오프닝 준비를 위해 지난 11월 말쯤 한국에 와서 꽤 오래 머물고 있죠. 미국에 정착한 후 한국에서 연말을 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토보이(Atoboy), 아토믹스, 나로(Naro), 서울 살롱(Seoul Salon) 등 기존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도 벅찰 텐데 어떤 마음으로 협업에 응했나요?

아토믹스는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유산이에요. 그 맛과 문화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에 금이 가죠. 저와 남편인 박정현 셰프에게 한국은 여전히 집이고, 집에서는 편하게 머물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이제껏 한국에 공간을 열 생각을 안 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루이 비통은 세계적인 브랜드잖아요. 전 세계 최고 그룹과 함께한다는 것, 그게 가장 기대되는 지점이었죠. 이번 협업을 통해 이 브랜드가 어떻게 세계적 위상을 떨치게 됐는지 배우고 싶었어요.

패션계와의 접점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CFDA 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하고, 당신의 패션 및 뷰티 취향이 패션지에 소개됐죠.

저와 남편 둘 다 패션을 너무 좋아해요. 미국 집은 방 하나가 전부 신발일 정도죠. 친구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열심히 돈 벌어서 전부 옷에 쓴다”며 놀리곤 해요. 개인적으로는 프라다와 더 로우를 좋아하고, 스트리트 패션도 즐기죠. 관심 있는 디자이너와의 만남이나 패션쇼를 볼 기회가 있으면 일부러 찾아다니고, 그런 낯선 세계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때도 많아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옷을 즐겨 입더군요.

격식을 갖추면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드레스는 언제나 최고의 선택이에요. 전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라 킴과 친하기도 하고, 제 취향을 잘 알아서 자주 도움을 받죠.

박정현 셰프와 엘리아 박 대표가 한국의 반찬 문화에 집중해 2016년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캐주얼 한식당 ‘아토보이’. 개업 10주년을 맞아 올해 특별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2016년 개업한 아토보이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감회가 드나요?

지금처럼 멋있어지느라 너무 수고했다!(웃음) 이번에 꽤 오래 한국에 머물면서 저와 남편이 함께 만든 건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결혼한 후 이틀 만에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정착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팀과 함께 우리가 뉴욕에 전파해온 문화와 영향력이 대단하다고요. 맨해튼에 있는 수없이 많은 레스토랑 중에서 1~2년도 못 버티고 문 닫는 곳이 태반인데, 10년 동안 꾸준히 잘해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껴요. 훌륭한 출발점이었던 아토보이에 고마운 마음이 크죠.

문을 연 해에 미쉐린 스타를 따낸 아토믹스는 2024년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6위에 선정됐다. 한국어 표기를 영문화한 메뉴 카드와 비밀스러운 분위기, 게스트가 직접 젓가락을 고르는 등 섬세한 운영 방식이 뉴요커의 열띤 호흥을 이끌어냈다.

2018년 문을 연 아토믹스는 그해 바로 미쉐린 스타를 획득하고, 이듬해 2스타 레스토랑이 됐어요. 2024년에는 월드 50 레스토랑 6위(미국 1위)에 올랐고요. 아토믹스가 이토록 열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요?

팀워크죠. 레스토랑에 있으면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 정말 뿌듯해요. 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시너지가 되긴 하죠. 그런 기회를 통해 주변에서 “너희 정말 멋있다” “미국에서 1등이라며?” “온갖 상은 다 휩쓰네”라는 말을 들으면 직원들도 더 자부심을 느끼게 되니까요. 다시 성취감을 느끼고, 다음을 위해 더 힘을 내게 되죠.

팬데믹 시기에 록펠러 센터에 문을 연 또 다른 파인다이닝 ‘나로’. 박정현·엘리아 박 부부는 이 상징적인 건물에 한식당이 입성했다는 사실을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꼽았다.

아토믹스는 다른 파인다이닝과 달리 주기적으로 메뉴를 바꿔요. 아무래도 박정현 셰프의 요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먼저 맛보는 게스트가 아닐까 짐작하는데요. 메뉴 개발 단계에서 많은 의견을 주고받는 편인가요?

맛은 전적으로 남편에게 맡기고, 전 대중의 시선에서 피드백을 주죠. 아토믹스가 올해 8년 차인데 지금까지 메뉴가 계속 바뀌었어요. 아토보이, 아토믹스, 나로, 한국의 커먼 에라(Common Era)와 제이피 앳 루이 비통까지, 모든 레스토랑 메뉴를 주기적으로 손봐야 하는데 그걸 척척 해내는 남편을 보면 천재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아토믹스는 올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선보일 계획이에요. 아토믹스 시즌 2가 시작될 겁니다. 덩달아 아토보이 10주년도 제대로 기념할 거고요.

한식 글로벌 앰배서더로 함께 활약 중인 박정현 셰프가 음식에 집중하는 사이, 브랜드 운영과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엘리아 박은 서비스와 환대 측면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레스토랑 경험은 쇼이고, 우리가 제공하는 건 서비스가 아닌 퍼포먼스라 여깁니다.” 재킷은 잉크(Eenk).

박정현 셰프가 음식에 집중하는 사이, 당신은 환대와 서비스 측면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진 마레 아트 오브 호스피탈리티 어워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 호스피탈리티 부문,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최고의 서비스 부문을 수상했죠. 얼마 전 두 사람은 세계적인 미디어 옵서버가 꼽은 호스피탈리티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1위로 선정됐고요.

음식과 서비스 중 하나만 잘해서는 좋은 레스토랑이 될 수 없어요. 아토믹스는 하루에 300명씩 손님을 받는 레스토랑이 아니잖아요. 하루에 딱 40명, 그들의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말 많은 조사를 해요. 레스토랑 경험은 쇼이고, 우리가 제공하는 건 서비스가 아닌 퍼포먼스라 여깁니다. 최고의 순간을 꿈꾸며 우리를 찾은 게스트를 생각하면 대충 할 수 없어요. 그건 셰프가 공들여 만든 음식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죠. 그 조화로움에 관해 평소 남편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눠요.

테이블웨어에도 심혈을 기울이죠.

음식과 공간, 쓰임새를 고려해 식기와 커틀러리를 고르는데, 물론 제 취향도 많이 반영돼요.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에는 나무보다 금속을 선호하죠. 주로 한국 작가의 식기를 사용하기에 평소 디깅을 열심히 합니다. 최근에는 신인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도예학과 전시도 보고 왔어요.

맨 처음 직원 2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총 200명이 넘죠. 거의 다 외국인이고요. 사람을 들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뭔가요?

자격증이나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한 이력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태생적으로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데, 특히 서비스 측면에서 그런 사람들을 편애하죠. 경험과 공부에 대한 욕구도 클수록 좋고요. 반면 현실적인 제약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곤란해요. 도전과 실패를 통한 경험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해치니까요.

“어릴 때부터 워낙 사람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스타일이라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려웠다”고 고백하는 당신이 이토록 대범한 리더가 된 비결이 있나요?

지금도 어렵지만, 남편의 ‘아트’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저잖아요. 그러니 용기를 내야죠. 제 노력도 있지만, 감사하게도 우리가 전개하는 음식과 공간이 지닌 힘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끌어당겼어요.

당신에게도 롤모델 같은 존재가 있나요?

뉴욕 최초의 호스피탈리티 그룹인 유니언 스퀘어를 만든 대니 마이어(Danny Meyer)요. 쉐이크쉑 창시자이기도 하죠. 맨 처음엔 책에서 그 존재를 접했고, 뉴욕에 갔을 때 그분의 레스토랑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제 레스토랑을 오픈한 후 대니가 우리 레스토랑을 방문한 적 있는데, 그때 저에게 이런 말을 편지로 써서 줬어요. “네가 뉴욕에 있어서 뉴욕이 더 빛난다”고요. 삶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죠.

박정현 셰프가 정식당에서 근무할 당시 당신은 홀 서버로 근무하며 생활비를 벌었죠. 팬데믹 때는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위기를 돌파했고요. 위기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회복력이 인상적이에요.

함께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남편이 엄청난 긍정주의자라 그 영향을 많이 받죠. 어느새 결정도 빠르고, 도전도 빠르고, 포기도 빠른 사람이 됐어요.(웃음) 그리고 팀을 감안하면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팀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거든요.

K-컬처가 모든 면에서 팽창하며 정말 많은 외국인이 일상적인 한식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당신에게 어떤 미션을 부여하나요? 한식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더 정교한 교육과 시스템을 갖춰야죠. 교류도 더 활발해져야 하고요. 최근 분자 요리의 대가 페란 아드리아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듯, 요즘 한국을 방문하려는 위대한 해외 셰프가 정말 많은데 그들이 한식을 배우고 소통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안타까워요.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것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죠. 한식을 배우고 나눌 수 있는 더 편리한 환경이 필요해요. 한국과 뉴욕을 잇는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 ‘난로 넥스트’도 그런 믿음으로 2024년 시작했죠.

<보그> 촬영을 위해 특별히 개방한 커먼 에라는 한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죠.

미국 내 한식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을뿐더러 깊이 공부한 사람도 별로 없다 보니 직접 움직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올리브 오일은 세밀한 기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참기름이나 고춧가루는 그렇지 않잖아요. 가장 집중하는 것은 누룩 연구예요. 한국의 모든 ‘장’ 문화가 누룩에서 출발하거든요. 누룩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공부한 결과를 아토믹스 메뉴에 반영하기도 하고, 여기 팀들이 뉴욕에서 트레이닝을 받기도 하죠. 하반기에 런던에 새로운 공간을 선보이는데, 그와 관련된 연구도 이곳에서 많이 진행했어요.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만만찮은 체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웃음)

다행히 운동을 너무 좋아해요. 웨이트 트레이닝, 필라테스, 사이클··· 하루 2시간 정도는 꾸준히 운동을 하죠. 체력도 체력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뉴욕은 미식을 넘어 정말 다양한 문화가 크로스오버되는 도시죠.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뉴욕의 매력은?

에너지죠. 세계 최고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까요.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가서 멋지게 부딪혀볼 만한 도시 같아요.

한국에 오면 잊지 않고 꼭 방문하는 장소가 있나요?

우래옥이요. 남편과 함께 갈비와 평양냉면을 먹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뉴욕에는 평양냉면집이 없거든요.

올해는 뭘 목표로 움직일 계획인가요?

일단은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의 문을 잘 열자’가 눈앞의 과제고요, 그다음으로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자’는 것이 가장 꾸준한 목표예요. 감사하게도 저와 박정현 셰프가 한식 앰배서더처럼 활약하고 있는데, 사명감을 갖고 올해 앞둔 도전을 잘해내야죠. 전 세계 미식 업계와 고국인 한국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워라밸’은 기꺼이 포기할 생각입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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