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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앤더슨의 첫 디올 꾸뛰르 쇼장을 가득 메운 곡 6

2026.01.27

조나단 앤더슨의 첫 디올 꾸뛰르 쇼장을 가득 메운 곡 6

조나단 앤더슨의 ‘뉴 디올’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디자인뿐만이 아닙니다. 순수예술에서 받은 영감을 절묘하게 반영하며 로에베의 부활을 이끌었던 그의 컬렉션에는 언제나 문화적 레퍼런스가 숨어 있거든요. 베뉴, 헤어 스타일링, 음악까지 전부 말이에요.

Dior 2026 F/W Mens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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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그가 선보인 디올 첫 남성복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것은 비장한 기타 소리였습니다. 가장 미국적인 아티스트로 꼽히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 ‘State Trooper’였죠. 지난주 선보인 남성복 컬렉션의 주제가는 맥기(Mk.Gee)의 ‘Alesis’였습니다. 몽롱한 기타 사운드와 거친 듯 섬세한 그의 목소리가 담긴 ‘Alesis’는 반항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던 2026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무드와 더없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탁월한 곡 선정 덕분에 쇼의 메시지가 한층 효율적으로 전달됐다고 할까요?

꾸뛰르 쇼에 참석한 존 갈리아노. 조나단 앤더슨은 쇼 직전 공개된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Courtesy of Phil Oh
며칠 전 공개된 2026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 등장했던 코트를 입고 나타난 제니퍼 로렌스. Courtesy of Phil Oh
Dior 2026 Spring Couture
Dior 2026 Spring Co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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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 컬렉션 공개 5일 후인 어젯밤 조나단 앤더슨이 같은 장소(파리 로댕 미술관으로, 디올이 쇼를 자주 개최하는 곳입니다)에서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쇼 노트에 적힌 첫 문장은 “자연을 모방하면 늘 뭔가를 배우게 된다”였습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는 일종의 유기체이고, 오뜨 꾸뛰르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죠. 쇼장 천장에는 푸른 이끼와 핑크색 꽃이 가득했고, 초반부에 등장한 모델들은 모두 큼지막한 꽃 모양 귀고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나단 앤더슨이 자신의 생애 첫 꾸뛰르 쇼를 위해 선택한 여섯 곡과 그 뒤에 숨은 의미를 소개합니다.

비발디, ‘사계’

쇼는 격정적인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유명한 클래식곡 비발디의 ‘사계’였죠. 1725년 공개와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둔 ‘사계’의 주제는 필연적인 순환 구조, 즉 ‘계절’입니다. “자연은 우리를 위해 어떤 결론도 내려주지 않는다. 그 속에는 오직 ‘변화하는 체계’만 존재할 뿐’”이라는 쇼 노트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매시브 어택, ‘Teardrop’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은 영국 브리스틀에서 탄생한 장르, 트립 합을 상징하는 그룹입니다. 트립 합의 특징은 몽환적이고 음울한 사운드인데요. ‘사계’ 뒤에는 매시브 어택의 곡 ‘Teardrop’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곡의 보컬은 원래 마돈나가 담당할 예정이었는데요. 그룹의 두 멤버(로버트 델 나자와 그랜트 마샬. 뱅크시의 정체가 로버트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가 마돈나 대신 콕토 트윈스의 보컬리스트 엘리자베스 프레이저를 택하며 매시브 어택을 대표하는 곡 ‘Teardrop’이 탄생했습니다.

니코, ‘Wrap Your Troubles in Dreams’

이어서 재생된 노래는 니코의 ‘Wrap Your Troubles in Dreams’입니다. 니코는 한때 벨벳 언더그라운드 보컬을 담당한 독일 출신 여가수인데요. 1960년대 중반 앤디 워홀의 소개로 만나게 된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니코는 함께 앨범 <The Velvet Underground and Nico>를 발매합니다. 바나나만 덩그러니 그려진 커버가 아직까지 회자되고, “이 앨범을 산 사람은 모두 자신의 밴드를 결성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앨범이죠.

이후 솔로 앨범 몇 장을 발매한 니코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모델로 활동했고, 밥 딜런과 짐 모리슨 등 전설적인 뮤지션과 짧게 교류한 적도 있죠. 심각한 마약중독에 시달리기도 했던 그녀는 아들과 함께(무려 알랭 들롱이 아버지입니다) 1988년 이비자에서 휴가를 보내다 사고를 당해 사망했습니다. “고민 따위 꿈에 싸서 모두 던져버리세요”라고 노래하는 그녀의 쓸쓸한 목소리는 전원적인 쇼장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렸습니다.

포티스헤드, ‘Glory Box’

매시브 어택과 함께 1990년대 트립 합의 유행을 이끈 그룹 포티스헤드(Portishead)의 곡도 빠질 수 없습니다. 어제 로댕 미술관에는 이들의 대표곡 ‘Glory Box’가 울려 퍼졌는데요. 재즈와 전자음악을 완벽한 비율로 섞어놓은 이 곡은 쇼의 긴장감을 배가시켰습니다.

브라이언 이노, ‘Baby’s on Fire’

이어진 것은 ‘앰비언트 음악의 창시자’로 불리는 브라이언 이노의 곡 ‘Baby’s on Fire’였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앰비언트 음악에 집중하기 전인 1974년 발매된 앨범 <Here Come the Warm Jets>의 수록곡이죠. 브라이언의 첫 솔로 앨범인 <Here Come the Warm Jets>에는 밴드 록시 뮤직을 탈퇴한 직후 폭발하던 그의 창의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디올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는 조나단 앤더슨의 그것처럼 말이죠!

헨 야니 & 모드 제프레, ‘Where Do We Go?’

피날레를 장식한 곡은 파리에서 활동하는 헨 야니(Hen Yanni)의 ‘Where Do We Go?’ 리믹스 버전이었습니다. 리믹스를 담당한 모드 제프레(Maud Geffray)는 프랑스 출신 디제이로, 2인조 그룹 ‘스크래치 매시브(Scratch Massive)’ 소속이기도 하죠. 바이올린 소리가 잦아들고 은은한 전자음이 들려온 피날레는 더없이 싱그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뉴 디올’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우아한 선언이었죠.

Lolita Mang
사진
GoRunway, Phil Oh
출처
www.vogu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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