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눈꽃 피는 낭만의 겨울 여행, 중국 지린성

2026.02.06

눈꽃 피는 낭만의 겨울 여행, 중국 지린성

라오리커호 옆 숲속 풍경. 눈밭에 사람들이 누워 있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곳곳에 있는 수많은 한국어. 공항에서부터 도시까지 온통 한국어 천지다.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만큼 모든 간판에 한국어가 적혀 있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190만 명 이상의 인구 중 36%가 조선족이다. 그 반가운 마음 하나로 결정한 지린성 여행. 겨울의 지린성은 조금 특별하다. 영하 20~30도를 웃도는 추위. 숨을 들이쉬면 코끝이 얼얼해지고, 내쉬는 숨은 순식간에 하얀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속눈썹에는 금방 얼음이 맺히고, 피부가 벗겨질 것 같은 냉기가 끝도 없이 밀려온다.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기나긴 겨울 동안 이 땅은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다. 중국 동북부 지린성은 겨울을 그렇게 온몸으로 느낀다.

꽁꽁 언 호수, 라오리커호

눈의 나라, 라오리커호.

옌볜 허룽시와 안투현 경계, 고지대에 숨어 있는 이 호수는 ‘북방의 샹그릴라’라 불린다. 옌지시에서 약 101km, 백두산에서 127km 거리로, 시베리아의 찬 기류와 동해의 따뜻한 기류가 만나 폭설이 내린다. 덕분에 이 지역에는 늘 많은 눈이 쌓여 있다. 꽁꽁 언 호수 위로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거나, 말이 끄는 썰매에 올라 설원을 가로지른다. 숲은 종아리까지 올라온 폭신한 눈으로 가득하고, 호수는 새하얀 눈이 덮여 경계를 알 수 없다.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하게 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에 핀 서리꽃이 하얗게 떨어지고 손끝이 얼어붙지만, 감히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겨울 동화 한복판에 들어온 듯하다.

백두산 천지의 감동

날씨 운이 좋아 마주한 백두산 천지.

민족의 영산이라 칭하던 백두산,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 부른다. 해발 2,744m 정상의 천지(天池)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깊은 화산 호수다. 지린성 여행을 결정했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 백두산은 날씨 운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강풍과 폭설로 천지 관람이 수시로 통제되지만, 운 좋게 맑은 날이면 그 어렵다던 천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방향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겨울에는 북구를 추천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단숨에 정상까지 오르기 때문에 누구라도 천지를 보러 갈 수 있다. 뾰족이 선 바위 사이에 움푹 들어간 호수, 천지. 눈이 가득 쌓여 있었지만 그 신비로운 감동은 중국 여행 내내 가시지 않는다.

무송장랑의 서리꽃

서리꽃을 보러 온 많은 사람들.

지린시(吉林市)는 ‘무송의 도시’라 불린다. 수력발전소에서 방류된 따뜻한 강물의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강변 나무에 서리꽃으로 피면서 완성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40~60mm 두께의 촘촘한 얼음꽃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강변을 따라 쭉 늘어선 나무에는 온통 하얀 눈꽃이 피어 있다. 아스라이 피어오른 물안개와 하얀 꽃, 가득 쌓인 눈까지. 겨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꽃밭이 아닐는지. 매번 겨울이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날씨를 확인해야 한다. 아침 찬 공기가 가득하면 자연스럽게 서리꽃이 핀다. 파란 하늘에 하얀 꽃, 이 완벽한 조화를 보기 위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지린시에는 많은 여행자가 찾아온다.

얼음 도시, 창춘 빙설신천지

창춘 빙설신천지 입구의 모습.

하얼빈 빙등제가 너무 북적인다면, 창춘 빙설신천지를 추천한다. 지린성 성도 창춘시 롄화산 생태관광도가구에 자리한 대형 빙설 테마파크다. 2025~2026 시즌으로 7회를 맞이했다. 넓은 부지에 얼음과 눈으로 만든 200여 개 빙설 조각 작품이 밤이면 오색찬란한 조명을 입고 빛난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1,314m 길이의 ‘천미설표류’, 공중에서 눈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짜릿한 체험이다. 520m 길이의 대형 얼음 미끄럼틀, 개썰매, 얼음 자전거 등 30여 종의 겨울 놀이가 준비되어 있다. 곳곳에 얼음 조각, 얼음으로 만든 칼 등도 있으니 하나하나 보고 즐기기에 하루 반나절도 부족하다.

엄지희

엄지희

프리랜스 에디터

여행 매거진 <고 온>, 모두투어 매거진 <모드>, 교원투어 여행 계간지 <여행다움>, 여행이지 웹진 등에 여행 기사를 쓴 10년 차 여행 기자입니다. 현재 여행과 축제 전문 잡지 <가이드미> 편집장으로, 오키나와 및 중국 지역 관광청의 콘텐츠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포토
엄지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