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백의 잠금장치에서 영감을 얻은 ‘켈리모르포스’ 컬렉션의 다이아몬드 초커. 화이트 골드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491개를 세팅했다.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와의 인터뷰는 에르메스(Hermè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대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편안하고 밝은 미소로 영상통화에 응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인터뷰를 위해 보내준 질문지를 읽어보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평소 질문지를 절대 미리 읽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에르메스에서의 경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는 에르메스에서 35년간 다양한 직책을 맡아왔으며 패션, 신발(그는 에르메스에서 구두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상징적인 가방, 그리고 요즘에는 주얼리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어휘를 구사한다. 아르디는 보석에 대해 말할 때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신체 감각에 대해 얘기하듯 풀어냈다. 투자 권유나 금 시세, 상업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에게 보석은 새로운 예술 형식과 같다. 그리고 에르메스를 위해 이 예술을 실천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장인 정신이 있다. 에르메스가 왜 30년 넘게 그와 함께해왔는지, 그 역시 왜 에르메스와 함께해왔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에르메스는 흔들림 없는 일관성을 상징한다. 오늘날처럼 경제적 압박이 심한 세상에서 이런 태도는 거의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에르메스의 비밀이 무엇이든 간에(그는 우리에게 몇 가지를 공개했다), 그 비밀은 여기에 있다.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판매 수치는 그 성공을 입증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신체 부위가 디자인에 가장 큰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지,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가 에르메스 세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다이아몬드라고 여기는 이유, 작은 가방 잠금장치에 상징성, 장인 정신, 감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담아내는지 밝혔다.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 ‘켈리모르포스(Kellymorphose)’는 이런 그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이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가방 켈리를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그는 전체보다는 디테일, 특히 ‘잠금장치’에 집중했다. 익숙한 요소를 새로운 맥락으로 옮기되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정체성은 유지하는 것. 이것이 그의 방식이다. 어쩌면 그것이 피에르 아르디의 가장 큰 강점일지도 모른다. 그는 에르메스 메종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차분한 자신감으로 그 경계를 확장해나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마지막 답변에서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의 매력적인 프랑스식 여유로움이다.
당신은 36년 전 에르메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에르메스는 변함없는 가치를 중시하는 브랜드인데, 그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나? 나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처음과 똑같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에르메스에서 구두 디자이너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25가지 모델로 구성된 컬렉션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 네 배가 넘는다. 그래서 우리 회사를 식물에 비유하곤 한다. 본질은 늘 변하지 않고, 우리는 계속 성장한다.
에르메스 역사에서 주얼리가 갖는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해주기 바란다. 차이점은 역사에 있다. 다른 많은 브랜드는 역사적으로 패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여성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완전히 다르다. 에르메스의 이야기는 승마와 그 미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는 오뜨 꾸뛰르와는 다른 영역이다. 나는 새로운 컬렉션을 구상하거나 영감을 구할 때 이를 기준으로 삼곤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상징을 단순히 장식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각적 매력을 활용해 새로운 맥락에 배치할 뿐이다. 여기서 나는 예술의 정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포장도 하나의 오브제로 간주한다.
보석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생각해본 적 있나? 오히려 정반대다. 창립 당시부터 이 분야에 특화되어 매우 간결한 역사와 사명을 고수해왔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돔 광장의 대형 보석상에서 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에르메스에서 주얼리를 디자인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고객을 위해 디자인할 때 우리의 자유를 늘 염두에 둔다. 고객을 장식으로 치장하며 나약한 존재로 만들고 싶지 않고, 오히려 현대적이며 자유를 사랑하는 그들의 개성을 반영하고 싶다.
주얼리 작업을 할 때 친밀감이라는 개념을 고려하나? 결국 맨살에 직접 착용하는 것이니까. 물론이다. 내게 가장 큰 동기는 몸을 위한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지만, 주얼리는 몸에 직접 착용하는 여러 방식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주얼리를 느끼고, 머리에 꽂고, 몸을 감싸기도 한다. 하루 종일 우리 몸에 닿아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주얼리와 피부의 조화도 그렇고 시각적 균형과 비율 또한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나는 늘 컬렉션을 통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는 다른 옵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분은 무게와 크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어떤 분은 주얼리를 착용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싶어 한다. 사람마다 우선순위와 욕구는 다르니까. 주얼리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 느끼고 싶은지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완벽한 보석을 디자인하려면 어느 신체 부위를 가장 많이 연습해야 할까? 단연코 귀! 귀 모양은 사람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귀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동시에 무게와 모양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변의 머리카락과 민감한 피부도 감안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철저하게 조용한 환경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나? 아니면 음악이나 다른 배경 소음을 들으면서 작업하나? 기분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가끔 음악도 듣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고요함 속에서 작업한다. 디자인 작업은 재밌지만 집중력과 온전한 주의력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계획되는 순간이다. 처음 스케치할 때는 주변 환경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종이나 천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공공장소 어디서든 할 수 있었다. 내 창의력은 순간순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다행히 어떤 의식을 치르거나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
‘켈리모르포스’의 시각적 참고 자료는 분명하다. 명확한 영감이 작업에 도움이 되었나, 아니면 더 어렵게 만들었나? 솔직히 말하면 둘 다 해당된다. 에르메스의 상징적인 가방 디자인을 참고하는 것은 이번 작업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큰 그림보다는 세부적인 부분에 더 집중했다. 잠금장치가 있는 켈리모르포스는 어떻게 하면 이 요소를 소중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목표였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결과물이 예측 불가능하게 보일 수 있을까? 당신은 작업 방향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더 창의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영감은 이후 모든 것의 틀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감한 시도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내게 영감은 알파벳과 같다. 26개의 서로 다른 글자로 멋진 시를 쓸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모욕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크기, 모양, 재료, 배치,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매우 자유롭게 작업한다.
주얼리의 화려함을 어떻게 판단하나? 다이아몬드를 더 이상 추가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특정 순간이 있나? 그렇다, 너무 비싸고 무거워지면.(웃음) 물론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늘 아주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케치를 통해 다듬어나가고, 초기 모델을 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과정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여러 번의 수정과 조정을 거쳐 최종 디자인에 도달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내가 ‘디자인이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그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냥 보기 좋은 비주얼이 완성됐을 때다.(웃음)
이번 컬렉션을 작업하면서 켈리 백의 시각적 DNA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새로운 건 없다. 하지만 작은 변화를 통해 디자인에 새로운 느낌을 더하는 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뭔가 달라진 게 느껴지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한 것이다. 결국, 그것은 진정한 아이콘이 됐다. 변화 속에서도 본질은 그대로 유지됐다.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사용한다는 것이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컷은 무엇인가? 나는 바게트 컷을 정말 좋아한다. 손가락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만 끼고 다닌다.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달리 면이 적어서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반짝임은 있지만 과하게 화려하지 않아서 아주 우아하다.
이 컬렉션에는 켈리 백의 미니어처 버전인 ‘삭 비주 켈리’도 포함되어 있다. 순은으로 제작된 작고 실용적인 가방이다. 가방 기능을 하는 이 오브제에 무엇을 넣고 싶은가? 아마도 작은 사랑의 편지?
이 컬렉션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테일은 뭘까? 모든 섬세함과 디테일에도 이 컬렉션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나는 하이 주얼리의 이런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다시는 주얼리를 보지 못하는 것’과 ‘다시는 느끼지 못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겠나? 다시는 느끼지 못하는 쪽을 택하겠다. 나는 시각적인 사람이라 아름다운 물건을 보는 데서 가장 큰 기쁨을 얻는다. 꼭 착용하지 않더라도 주얼리를 영원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보그>에서 일하고 피에르 아르디를 인터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 어떤 질문을 하겠나? 도대체 왜 이 일을 하는 건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이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웃음) 농담이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경험도 풍부해졌지만, 여전히 이 아름다운 오브제를 창조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며, 그들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또 귀한 재료를 더 특별한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사치이자 행운이다. 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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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Patrick Pendiuk
- 사진
-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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