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FOR THANK YOU

‘감사’가 찾아온 뒤, 윤계상은 감사할 일이 많아졌다. 매일 아침이 시작되는 것도, 좋아하는 물건을 함께 나누는 것도,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도 더 소중해졌다. 윤계상은 반려견 감사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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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야~’ ‘윤감사~~!’ ‘이 멍충이!!!!!’
윤계상의 입을 통해 멍충이란 단어가 나오자, 사전적 의미의 멍충이는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멍충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스러운 내 아들’의 다른 말이었다. 감사는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랑팔랑 나비를 따라 폴짝폴짝 잔디밭으로 뛰어갔다.

감사의 나이 8개월, 반년 전 윤계상 집에 왔다. 출신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 견종은 발음이 좀 복잡하다. 코통 드 튈레아르(이하 코통). ‘튈레아르 항구에 피는 목화’라는 제법 낭만적인 뜻을 지녔다. “가족들과 살 때는 늘 강아지를 키웠어요. 첫 번째 반려견 이슬이와는 22년을 함께 살았네요. 군대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어요. 그러고 나서는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죠. 사실 전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어요. 재채기를 하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요. 이제 강아지는 못 키우는 건가 싶었는데 코통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희귀견에 속하는 코통을 찾기 힘들었는데, 우연히 레인보우 재경의 블로그에서 코통을 발견하고, 감사를 분양 받을 수 있었다. 재채기를 유발하지 않는 유일한 강아지 감사는 그렇게 윤계상과 동거를 시작했다.

 

 

감사의 하루는 윤계상과 똑같이 시작된다.
하루의 마무리도 윤계상과 똑같이 끝난다.

윤계상의 발밑이 감사의 잠자리다. “밤 12시 땡 하면 둘 다 자러 갑니다. 아침에 제가 눈을 뜨면 감사도 바로 일어나요. 다음 일정은 둘 중 하나예요. 산책을 가거나 일하러 가거나. 제가 일하러 갈 때는 어머니나 누나네 집에 맡기기 때문에 어쨌든 밖으로 나가요. 그래서 아침에 감사는 굉장히 설레는 얼굴을 하고 있어요.(웃음)” 감사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산책. 매일 20~30분씩 집 앞 공원에 나간다. 아빠 윤계상을 ‘이겨먹고’ 싶어 하는 감사는 아빠와 달리기를 할 때 가장 신이 난다. 기분이 좋아 팔랑거리는 귀는 어느새 뒤로 젖혀져 있다. 산책을 다녀오고 나면 밥을 챙겨 먹고 대본을 보는 윤계상 곁을 서성거린다. 대본 보는 아빠의 시간을 존중해준다. 하지만 참아주는 시간은 최대 50분. 까만 구슬을 박아놓은 듯 반짝거리는 눈과 마주치고 나면 플레이 타임이다. “1시간에 10분꼴로 놀아주는 거 같아요. 마치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처럼요. 소파에서 놀거나 공 던지기를 하곤 해요. 같이 TV도 보고요. 도그 TV를 신청했는데, 일주일 보더니 안 보네요.(웃음)” 때로는 영화 촬영장에 동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윤계상을 제외하고 감독은 물론 다른 스태프들이 촬영에 집중하지 못하곤 한단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감사를 보면 누구라도 ‘오구오구’ 감탄사와 함께 손이 저절로 나가니 말이다. 안기는 걸 좋아하는 감사에게 슬링백은 최고의 이동 수단이다. 윤계상 역시 슬링백에 ‘담겨’있는 감사의 콩닥거리는 숨결과 따끈따끈한 온기를 느낀다.

 

 

윤계상이 갑자기 티셔츠 속에 팔을 스윽 넣고 주먹질을 한다. 꿀렁꿀렁 티셔츠가 움직이고 양 갈래 머리, 아니 탐스러운 귀를 휘날리며 감사가 뛰어온다. “감사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이에요. 감사는 개답지 않게 높은 곳에도 잘 올라가죠. 침대 이불을 되게 좋아하고요. 하지만 목욕한 지 이틀까지만 올라갈 수 있죠. 제가 정한 규칙이에요.(웃음) 감사의 매력 포인트는 눈이에요. 다른 코통에 비해 눈이 큰 편이에요. 부정교합이라서 턱이 좀 짧긴 한데, 눈이 예뻐서 전체적으로 미모가 수려해 보이죠.” 자식 자랑하는 아버지가 따로 없고, 지인들과 팬들은 둘을 보고 ‘진짜 닮았다’며 놀리곤 한다. “강아지들은 주인과 비슷해진다더니 성격도 진짜 저랑 비슷해요. 사람 좋아하고,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소리에 민감해요. 정말 똑같아요. 제가 불안해하면 얘도 그래요. 저를 잘 따른다기보다는 겁이 많아서 시야에 제가 없으면 불안해해요. 목줄을 매지 않아도 잘 따라와요. 둘러보면 늘 곁에 있어요.”

윤계상은 스트레스 없이 긍정의 에너지로 훈련이 된다고 알려진 ‘클리커 교육’ 책을 보며 감사를 훈련시켜보기도 했다. “곧잘 하더라고요. 알려진 것과 달리 개들은 주인 의식이 없대요. 친구로 생각하거나 더 아래로 생각하는데, ‘손’ ‘앉아’ ‘굴러’ 이런 신호에 반응하는 건, 자신이 그 행동을 해줌으로써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모 훈련사의 강의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 친구가 내게 온 것도 운명인데 내 옆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훈련을 끊었어요. 이제 저를 위해 감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아요. 그러고 나니 진짜 지 맘대로 하고 있어요. 휴우…(웃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지은 ‘감사’라는 이름 때문일까.
감사는 윤계상의 일상, 생각, 사는 방식을 많이 바꿔놨다.
감사를 키우면서 소통하는 행복을 되찾았다.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썸띵 제로(Something Zero)’도 열었다. 두 달 전 문을 연 썸띵 제로의 현재 최고 인기 상품은 ‘감사 물건’이다. 감사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려 가방과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고 발자국을 담아 접시도 제작했다. “일상의 행복을 표현하고 싶어서 감사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단지 겉모습만 예쁜 물건은 금방 잊히지만 이야기가 담겨 있는 물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요. 감사는 저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에, 감사 물건을 만들면 그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될 것 같았어요. 그런 마음이었어요.” 감사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유기견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감사로 인해 동물의 생각, 행복, 고통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아무리 주변에서 SNS를 하라고 해도 꿈쩍도 안 하던 그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것도 감사 때문이다. 반려견의 모습을 기록하고 추억으로 남기는 게 너무 소중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던 것도 감사가 커가는 순간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강아지는 8개월까지 가장 예쁘대요. 귀여울 때만 예뻐하고, 크면 버리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요. 예방접종을 강조하는데 사실 병 걸려 죽는 강아지보다 버려져서 죽는 강아지가 더 많대요. 반려동물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다 보면 녀석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유기견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나비 사냥에 실패한 감사가 윤계상 옆으로 돌아왔다. 끊임없이 장난을 치면서도 감사는 윤계상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봤다. “오늘 우리 감사 촬영 잘했어요? 다른 애들에 비해서 어떤 거 같아요? 소질이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윤계상 눈에 하트가 떴다가 사라졌다. 함박웃음에 눈이 반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