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n Breeze

옥택연은 무엇에도 훼손되지 않을 단단한 성품을 가진 배우다. 한여름 무더위에 그루브를 날리는 리듬감도 가졌다. 드라마 〈구해줘〉에서 누군가를 구할 만반의 준비를 끝낸 옥택연의 한날한시.

그레이 체크 패턴의 수트 재킷과 팬츠는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슈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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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택연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뷰를 할 때 그는 좀 만담꾼 같다. 문장과 문장 중간에 혼잣말과 대화 사이 어딘가 있을 법한 문장이 브리지처럼 튀어나온다. “예… 구차한 변명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네~ 뭐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엄청나네요!” 에피소드를 들려줄 땐 시놉시스보단 대본 스타일에 가까워진다. 상황과 감정에 따라 눈을 찡긋거리고, 손사래를 쳤다가, 틈만 나면 그루브를 탄다. 이런 그의 태도는 인터뷰 분위기를 5단계 정도 밝히고, 심각함을 다섯 스푼 정도 덜어낸다. 또 인터뷰어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아보고 왔을까 실눈을 뜨고 의심하기는커녕,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캬~ 정리를 참 잘하시네요!” 같은 감탄사를 날린다. 그와 얘길 나누다 보면, 곧 입대해야 할 신세라든가, 착하고 모범적으로 굳어진 이미지라든가, 그의 앞에 주어진 숙제가 금방이라도 해결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에너지는 아주 강력해서 브라운관 밖으로 삐져나올 때도 있다. 올해 지리산 정기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예능 <삼시세끼>나 <어느 날 갑자기 백만 원>의 옥택연 편을 다시 보시라. 대체제로 제법 유용하다.

셔츠는 버버리(Burberry), 블랙 와이드 팬츠는 릭 오웬스(Rick Owens), 벨트는 구찌(Gucci), 샌들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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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택연의 세상을 밝히는 건강함은 역사가 유구한데 2PM 데뷔 초에는 신체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정신 건강의 지분이 높아졌다. 극 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인 메소드 연기가 최고의 연기로 추앙받지만 배우와 캐릭터는 천성을 주고받으며 스며드는 관계라는 점에서 옥택연은 극 중 온도 조절에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시간위의 집>에 함께 출연한 김윤진은 최신부 캐릭터를 두고 굉장히 진지한 캐릭터였는데 옥택연이 이 역할을 맡으면서 가벼운 설정으로 바뀌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대사나 인물의 성격이 바뀐 건 아닐 것이다. 시종일관 죽음의 그림자로 짓눌리던 스크린에서 최신부의 등장은 잠시나마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작년에 출연한 tvN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 웹드라마 <널 만질거야>에서는 각각 귀신을 보는 퇴마사, 터치로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도사로 등장했는데 초인간적이며 초자연적인 소재가 현실과 섞이는 데는 옥택연의 건강한 에너지가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싸우자 귀신아> 박준화 PD 역시 당시 제작 보고회에서 이야기 자체가 어두운데, 옥택연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 귀신이 들끓었던 아이, 사랑을 느낀 여자의 죽음을 미리 본 남자… 우울하고 끔찍한 상황이지만, 옥택연은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통찰을 지니기라도 한 듯 운명과 싸워나갔고 이 지점이 연기돌 8년 차에 획득한 설득력인 것 같다.

셔츠는 버버리(Burberry), 블랙 와이드 팬츠는 릭 오웬스(Rick Owens), 벨트는 구찌(Gucci), 샌들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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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택연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름마다 TV 브라운관에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내복 두 벌을 겹쳐 입고 어그를 신고도 추위를 타더라는 김윤진의 목격담처럼, 옥택연은 추위를 엄청 탄다. “<드림하이>를 겨울에 찍었는데 그때 너무 힘들어서 속으로 다짐을 했거든요. 다시는 겨울에 작품 안 하겠다고.(웃음) 추위보다는 모기한테 뜯기는 편이 나은 것 같아요.” 그리하여 우리는 올해 여름 또 한번 그의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8월 방송을 목표로 한창 촬영 중인 OCN 드라마 <구해줘>다. OCN의 설명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촌놈들의 좌충우돌 고군분투기”란다. 치밀하고 완벽한 짜임새를 갖추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이단 종교의 문제점을 꼬집었던 조금산의 웹툰 <세상 밖으로>가 원작이다. “굉장히 독특한 내용이었어요. 지금까지 해본 드라마와 호흡이 굉장히 달랐는데, 서사가 있는 느낌이었어요. 처음 대본을 4회까지 받았는데 굉장히 베이스가 넓게 펼쳐져 있었죠.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 드라마와 달랐어요.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위의 집>에 함께 출연한 조재윤 선배님이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출연하시거든요.”

그가 연기하는 ‘한상환’은 촌놈 백수 4인방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 해본 캐릭터 중에서 가장 ‘쓰레기’입니다.(웃음) 군수 아들이라 동네에서 일어난 일은 아빠가 해결해주리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보니 안하무인처럼 행동할 때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그동안 촬영 현장과 가장 다른 점은 정말 동네 백수 청년들처럼 몰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함께해온 듯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피드백과 조언이 많이 오고 가요. ‘내가 이렇게 할 테니까 넌 이렇게 해봐’ 이런 식이죠.” 대기 시간도 덜 심심할 것 같아 무얼 하며 보내는지 물었다. “그냥 시간 죽이는 놀이를 많이 합니다. 이를테면 브랜드 말하기! 아이스크림 이름 대기라든가, 과자 이름 대기 같은 거죠. 틀리면 맞기.(웃음) 김성수 감독님이 굉장히 재미있으세요. 의견도 잘 받아주시고 그래서 ‘라이블리’한 연기가 나올 수 있을 거 같습니다.(웃음)” 반전 스릴러보다 더 충격적인 서른 살 남자들의 놀이법을 들려준 그는 밸런스를 맞추는 게 고민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내용 자체가 굉장히 심오하다 보니까 진지하게 들어가다 보면 분위기가 다운되어서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요즘 그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걸 믿을 수 있게 할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자수 장식의 니트 톱은 미쏘니(Missoni), 베이비 핑크 컬러의 핀턱 와이드 팬츠는 카루소(Caruso), 샌들은 버켄스탁(Birken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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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은 착하지만 조금 삐뚤어져 있는 아이’. 연기를 시작한 이래 택연이 가장 자주 제안을 받은 캐릭터다. 필모그래피가 두둑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미지로 캐스팅이 이루어지니 순전히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면도날 좀 씹었을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반항심’은 택연이 표현하기에 가장 어려웠던 감정이다.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특별히 일탈을 해본 적이 없어요.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릴 때 담배를 피운다거나 술을 마셔본 적도 없고, 부모님한테 소리를 지른 적도 없거든요. 아직도 부모님한테 존댓말 쓰고 용돈 받고 그래요.” 몇 번의 반항심 어린 캐릭터를 겪고 나서야 좀 편안해졌다. <구해줘>에서는 오토바이 레이싱도 시원하게 벌일 예정이다. 캐릭터를 통해 경험하고 성장하고 다듬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그는 성장이라는 가치에 마음이 움직이는 편이기도 하다. “<구해줘> 한상환은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하며 도망가지만 첫사랑을 구출해내면서 성장해가요.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귀신을 보는 아픔을 딛고 성장했죠. <참 좋은 시절>에서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인물이었어요. 조금씩 성장해가는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고르게 되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좀더 타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사악하게 생겼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건강하고 바른 이미지는 장점이자 단점 같아요. 친한 연예부 국장님이 ‘너는 진짜 나쁜 역할을 맡아봐라. 사람들에게 그걸 믿게끔 할 수 있는 감독을 만나면 진짜 더 잘될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그만큼 나쁜 역할을 못할 거 같다는 얘기가…(웃음) 언젠가는 착한 줄 알았는데 사악한, 반전 있는 역할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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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게 옥택연은 ‘저 청년, 참 잘 자랐네’라는 감탄사를 부르는 배우여서 그의 성장 과정이 궁금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에는 어려움 없이 살았던 거 같아요. 사랑받는 막내였죠. 연년생 누나와는 맨날 치고받고 싸웠고요. 사춘기쯤 미국으로 갔는데 완전히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좀 열려 있는 느낌으로 자란 것 같아요. 언어 장벽을 겪고 나니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조금 더 배려하게 되었고요. 가훈은 ‘덕으로 살자’인데 아버지는 어릴 때 경제적으로 힘드셨던 때가 있어서 경제관념에 대해서 많은 얘길 해주세요. 여러 가르침을 받고 자랐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가 부모님이 말씀해주신 삶에 가장 가까운 문장 같네요.” 결석하는 날이 드물 정도로 학업에 충실한 생활, 혼자서 신청해서 떠났다는 해외 패키지 여행, 매니저 없이 달려왔다는 새벽 문상… 가끔씩 들려오는 미담과 목격담 사이 에피소드는 옥택연으로부터 가수, 2PM, 배우, 작곡가 등 수식어를 다 떼어내도 청년 옥택연이 온전하게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케 한다. 실제로 그는 보여주는 면에 있어서 놀랍도록 무심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에이, 그런 거 신경 쓰면 어떻게 살아요. 제 직업이 보여주는 직업인 건 확실한데, 서른 살 옥택연의 모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보여주는 부분을 계속 걱정하면서 살고 싶진 않아요.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좀더 표출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해요”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스터드 장식의 브라운 스웨이드 재킷은 알쉬미스트(R.shemiste), 멀티 컬러 슬리브리스는 미쏘니(Missoni), 빈티지 네크리스는 노스웍스(North Works at 8Division), 그레이 파이톤 패턴 쇼츠는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스터드 장식의 브라운 스웨이드 재킷은 알쉬미스트(R.shemiste), 멀티 컬러 슬리브리스는 미쏘니(Missoni), 빈티지 네크리스는 노스웍스(North Works at 8Division), 그레이 파이톤 패턴 쇼츠는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10년 차 가수로서 작사작곡에 열심인 가수(연기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리며 가사를 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뼈를 깎는 창작의 과정을 거친다기보다는 놀이처럼 한다고.), 군 입대를 앞두고 일상이 더 소중해진 대한민국 남자 연예인, 현재 배우로서 자신의 쓸모를 묻는 질문에 “해외파인 점이 강점입니다. 해외 판권 판매 가능하고요~ 경상도 사투리도 가능합니다”라며 농담을 던질 줄 아는 배우, 언제 또 나영석 PD로부터 호출당할지 모를 예능인. 2017년 여름 한복판에서 만난 옥택연의 대중문화 부문 좌표다. 드라마 <구해줘>가 끝날 즈음이면 좌표는 어딘가로 움직여 있을 테지만 또 보고 싶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흘러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막거나 피하기보다 그루브를 타며 즐기는 자의 여유보다 더 보기 좋은 것이 있었나. 부디, 그가 잘생긴 얼굴을 계속해서 함부로 사용하길, 극 중에서 마음껏 삐뚤어지길. 옥택연의 엔딩신은 무조건 해피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