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B.N.A!

Beauty

D.N.A? B.N.A!

2020-08-13T11:36:43+00:00 2020.07.14|

서기 2020년, SF 영화보다 스펙터클한 ‘DNA 뷰티’ 신세계.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유전자 과학의 시대가 도래하며 뷰티 생태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트렌드 분석 기관 마켓워치는 2023년까지 DNA 검진 산업 규모가 450억 달러에 이르고 그중 뷰티 영역의 성장 속도는 가히 독보적일 거라 예언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DNA 검사 기업인 테라젠바이오(Theragen Bio), 23앤드미(23andMe), 진투라이™(Gene2Life™) 등은 가족 관계, 질병 가능성을 넘어 피부와 이너 뷰티를 포괄하는 상세 진단을 제공하고 스킨지니(SkinGenie), 스킨시프트(SkinShift) 같은 피부 전문 유전자 확인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유전자에 새겨진 타고난 피부 특성을 확인하는 것은 현재 피부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최근 부쩍 민감해진 피부가 외부 오염 물질과 스트레스로 면역 저하 혹은 트러블을 일으키는 염증이 쉽게 생겨서인지, 유전자형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부 노화를 예측, 예방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피부 색소침착, 모공 늘어짐, 주름 등 어떤 증상에 취약한지 미리 알고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으로 개별 스킨케어 루틴과 최적의 스파 트리트먼트를 제안하는 리사 프랭클린은 DNA 연구가 고도화될수록 기존 안티에이징 시술의 효과를 뛰어넘는 혁신을 이룩할 거라 단언한다. “DNA는 모든 세포의 재생 방향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체내에 쌓인 활성산소는 DNA 이상을 일으켜 피부 재생을 가로막고 노화 시기를 앞당기죠. DNA 관리는 의학계와 뷰티업계가 함께 연구 개발해야 하는 최대 과제예요.”

‘아이오페 랩 지노 인덱스’는 아시아 최초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론칭, 풍부한 동양인 유전형질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여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DNA 진단을 내리는 테라젠바이오와 협업의 산물이다. 내친김에 아이오페 웹사이트를 통해 ‘피부미래 솔루션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러자 손바닥만 한 상자가 나에게 배송됐다. 양치 후 30분 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강 상피세포 채취용 플라스틱 막대로 입안을 쓱쓱 긁어 다시 보냈다. 2주 뒤, 메일로 도착한 검사지는 24장에 달하는 리포트(알기 쉬운 인포그래픽과 친절한 설명으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형식으로 색소침착과 여드름, 기미와 주근깨, 주름 등의 7가지 피부 문제에 대한 선천적 대항력을 특정 유전자형으로 평가한 점수가 적혀 있었다. 내 피부의 강점과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피부 탄력을 관장하는 엘라스틴 섬유 합성 유전자가 이상적인 상태이기에 나이가 들어도 튼살 발생 확률이 낮다는 희소식과 함께 햇볕에 노출했을 때 멜라닌 색소를 과도하게 합성하는 유전인자가 포착됐다. 365일 자외선 차단제를 가까이하고 충분한 보습만이 살길이라는 스킨케어 솔루션과 매일 1.5L 이상의 물과 자외선 방어력을 높이는 비타민 C, E 등 항산화 성분 섭취로 색소침착을 예방하라는 전문가의 소견까지 덧붙어 있었다. 즉시 안티에이징 세럼과 크림의 지분이 높던 나의 화장대는 매일 피부 상태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는 보습제와 성능 좋은 자외선 차단제로 힘이 실렸다. 번외 편으로 13가지 유전자 변이를 통해 건강과 생활 습관 차원의 진단을 내려주는데, 꽤 유용하다. 남들보다 비타민 C 흡수율이 낮아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실질적 조언부터 생체 시계가 아침형 혹은 저녁형(지금껏 아침형인 줄 알았는데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시간은 밤이었다!)인지 카페인이나 알코올에 취약한 정도 등 알아두면 쓸모 있는 내 몸 지식이 정리되어 있다.

신개념 안티에이징 케어를 위해 뷰티 월드가 주목하는 분야는 후성 유전학이다. DNA 정보가 같은 일란성쌍둥이도 성장 배경과 주거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처럼, 후성 유전학이란 타고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자질은 우리 몸의 35%에 불과하며 나머지 65%는 삶의 방식에 달려 있다고 믿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로 오염된 대기, 오존층 파괴로 인한 강한 자외선 등 도시형 노화로 DNA 손상이 가속화되는 요즘, 피부 재생의 핵심을 DNA 복원에서 찾는 것이다. 때마침 에스티 로더 7월 신제품 역시 후성 유전학에 기반한 안티에이징 에센스다.

여전히 DNA 검사를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나 흉악범을 색출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면 솔깃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최근 두 가지 DNA 검사를 추가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먼저 이너 뷰티를 위한 스키니랩 ‘DNA 맞춤 솔루션’. 아이오페와 동일한 방식으로 구강 상피세포를 채집해 안내된 연구소로 반송하면, 영양 유전학(Nutrigenomics)을 기반으로 3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대사 능력부터 미각 수용체 및 포만감을 느끼는 유전자 변이까지 종합 분석하여 건강 기능 식품을 추천한다. ‘가인 패드’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인유두종바이러스)와 질염 등의 여성 질환 발병 유무를 자가 검진하는 도구로 엄밀히 말해 나의 DNA가 아닌 자궁 속에 머무는 미생물의 DNA를 검사하여 병증 유무를 확인한다.

한 달 동안 유전자 월드를 신나게 여행하고 난 지금, DNA 뷰티 & 헬스 검진에 대한 총평은? ‘간단명료’. 내 몸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적 혜안 덕에 잊고 지낸 ‘기본’에 충실한 뷰티 라이프를 만끽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