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라시드의 보금자리
스타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뉴욕 중앙에 위치한 그의 보금자리는 카림 라시드 디자인의 결정체다. 컬러와 절제, 센슈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이 만난 공간은 천재 디자이너의 명성에 꼭 어울린다.
커다란 뿔테 안경,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컬러풀한 옷차림, 그리고 자극적인 타투.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Karim Rashid)의 외모는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과 꼭 닮아 있다. 호텔부터 주택, 백화점, 가구와 전자 제품 등등 수천 개의 물건을 디자인해온 이 이집트 출신의 디자이너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스타일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스타가 되었다. 실용적인 미학으로 자극적인 요소로 가득한 그의 디자인은 특히 컬러풀한 컬러와 조형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여기에 혁신적인 소재와 새로운 시각은 우리를 둘러싼 평범한 사물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뉴욕에 자리한 그의 집 역시 그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집은 크고 넓은 야외 정원과 거실, 다이닝룸과 부엌으로 나뉜다. 그리고 위층은 모두 개인적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대담한 네온 컬러를 사용한 공간 속에는 도자기, 나무, 에폭시 수지, 메탈, 천연고무, 벨벳, 유리 등 다채로운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다. 이 모든 건 그의 원칙과 동일하다. ‘무엇보다 검은색은 배제한다’가 그의 첫 번째 원칙이다.’ 그리고 컬러야말로 그에게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다. “두 번째 원칙은 ‘감각적인 미니멀리즘, 혹은 센슈얼리즘’이라 부르는 제 신념을 그것에 적용시키는 거죠.” 미니멀하지만 인간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느끼면, 그건 유기적으로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즉 주변 환경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느끼고자 한다.
이 원칙을 머리에 새겨두고 그의 뉴욕 아파트를 살펴보자. 우선 눈에 띄는 건 야외 정원의 네모난 타일 위에 자리한 핑크색 카펫. 그 위엔 라시드가 디자인한 철제 구조 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담한 배치는 지극히 그답다. 그곳에서 그는 아내인 이바나(Ivana)를 비롯,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가진다. 한쪽 벽에는 식물들로 장식된 벽이 있고, 그 벽에는 라시드 특유의 컬러 믹스가 돋보이는 프레스코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이라면, 그 어떤 곳도 빼놓지 않는 디자이너의 고집이 돋보이는 디테일들이다.
집 안의 모든 가구와 소품들은 대부분 라시드가 직접 디자인한 소중한 컬렉션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대변하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함께 배치했다. 1층 거실에는 피터 핼리(Peter Halley)와 라이언 맥기네스(Ryan McGinness), 피터 짐머만(Peter Zimmermann)등의 컬러풀한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도 좋아하는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화병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멤피스의 화병과 조명들도 라시드가 소유한 몇 안 되는 ‘이국적인 오브제’들이다.
화이트는 그의 집을 관통하는 주제다. 눈부실 정도로 원색이 넘쳐나는 이곳의 베이스는 모두 화이트. 미래적인 풍경의 거실은 물론, 부엌, 욕실과 침실까지 모두 화이트 컬러가 훌륭한 배경이 돼준다. 그 순백의 공간 속에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핫핑크, 침실 바닥의 네온 컬러 카펫, 부엌의 네온 컬러 유리 등은 강렬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만약 벽과 천장마저 컬러로 넘쳐난다면? 아무리 라시드의 집이라 해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긴 어려웠을 것이다.
넘치는 듯 자연스러운 공간의 비밀은 따로 있었다. “저의 세 번째 원칙은 ‘버릴 줄 아는 것’입니다.” 라시드가 말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 90%는 사실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세상은 못나고 필요 없는 물건들로 가득해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남겨둘 필요가 있어요.” 그는 자신의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그의 집은 바로 자신이 꿈꾸던 공간 그 자체다. 컬러와 절제가 공존하는 행복한 공간. “가볍지만 위트 있는 공간, 바로 그거였어요.”
- 에디터
- 글 / 마크 헬덴스(Marc Heldens)
- 포토그래퍼
- MARK SEE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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