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마돈나의 뮤비 속으로!

2016.03.15

마돈나의 뮤비 속으로!

니키 미나즈, 리타 오라, 마일리 사이러스, 케이티 페리, 비욘세, 디플로, 심지어 알렉산더 왕까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보셨는지. 무엇보다 패션 쾌락으로 충만한 마돈나의 뮤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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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뉴욕에 언제 다녀오셨나? 갈 때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들르는 편인가? 그 ‘힙’한 구역의 스탠더드 호텔에서 숙박한 적 있다면? 호텔 꼭대기 라운지 ‘Top of the Standard’에 못 가봤다면 지금쯤 꽤 아쉬울 듯하다. 이미 가봤다면 여유만만하게 한 편의 화끈한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 있을 테고. 멧 갈라 애프터 파티는 물론 온갖 패션 파티가 열리는 통에 잡지에서나 보던 패션 피플들과 어깨를 부딪치는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마돈나가 13집 <Rebel Heart>의 ‘Bitch I’m Madonna’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통째로 섭외한 그곳. 이뿐인가? 뉴욕의 패션 황태자 알렉산더 왕이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끼를 부리던 그 뮤비 속으로!

사실 마돈나로 치면 ‘Like a Virgin’ 시대부터 무대면 무대(누구보다 많은 45곡의 넘버원 싱글을 갖고 있다), 뮤비면 뮤비(60편이 넘는다), 등장하는 족족 패션과 스타일로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다. 플래티넘 블론드, 미인점, 카우보이, 신부, 여군 등등. 다시 말해 웬만한 패션 디자이너의 기념비적 컬렉션 못지않은 유행의 흥행 실력을 지닌 뮤지션. 그래서 그녀가 새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는 순간, 그 스토리와 스타일은 패션 화보와 광고, 그리고 동시대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에게 엄청난 영감으로 작용했다. 그런 위인이라면 자신의 아카이브를 뒤져 뮤직비디오를 재구성해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번 뮤비 시작 화면에 등장하는 룩이 대표적인 예다. 큼지막한 리본 머리띠에 흰색 레이스 드레스, 여기에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Like a Virgin’을 부르던 그녀의 첫 투어를 기억하는지. 그 옷차림과 판박이인 꼬마 소녀들과 함께 뮤직비디오가 시작된다(‘마돈나 키즈’ ‘마돈나 걸즈’라고 해도 될 정도의 최연소 아이돌 그룹을 연상시킨다).

그 뒤부터 본격적으로 마돈나식 패션 야단법석 ‘쑈’가 펼쳐진다. 일본인 듀오 댄서 아야 밤비를 비롯, 왈패 같은 여자들을 떼로 몰고 나와 스탠더드 호텔 복도 여기저기를 휘젓는 장면을 보시라. 쫙 달라붙는 흑백 호피무늬 원피스는 둘째치고, 스터드에 관한 한 바조우 못지 않게 집착을 보여준 핑크색 바이크 재킷이란(미국 ‘스타일닷컴’은 “옴브레 염색은 이제 지는 유행이라고 판단했지만 마돈나는 다시 옴브레에 도전했다”고 품평했다. “스터드가 박힌 가죽 재킷과 같은 핫핑크색으로 머리끝을 염색한 것”)! 여기에 그릴즈(쉽게 말해 금니 장신구)를 씨익 드러내며 외설적 가사를 줄기차게 지껄이는 것도 모자라(이보다 더 막가는 가사가 또 있을까) 상스러운 표정과 손동작까지. 한때 그녀의 남자였던 워렌 비티의 말이 딱 맞을 만큼 마돈나는 쉴 새 없이 떠든다. “그녀는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계속 떠드는 건 말할 것도 없죠.”

이렇듯 ‘Bitch I’m Madonna’의 여주인공은 도무지 나이와 세대를 가늠하기 힘든,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를 대방출한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그녀는 지난 8월 이후 57세가 됐다. 지구에서 가장 섹시하고 젊은 1958년생 여인은 하루만 빼고 일주일 내내 운동한 덕분에 맨해튼 하이라인과 이어진 스탠더드 호텔의 복도를 폼 나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 그 옷차림은 마돈나의 평소 스타일과 다를 게 없다. 마돈나식 ‘Bitch Look’은 특유의 성적 욕망 위에 거침없이 드러난다. 물론 성욕과 욕정의 맹렬한 표출은 그녀의 선정적 과거사에 비하면 새 발의 피. 4월 캘리포니아 코첼라 밸리에서 열린 뮤직 & 아츠 페스티벌 중 드레이크와 나눈 괴상한 키스 신(마돈나의 일방적 키스 후 구역질하려는 드레이크의 표정을 기억하는지)부터 작년 12월호 <인터뷰> 매거진을 위한 상의 탈의(고티에와 함께 무대에서 가슴을 드러낸 이후 젖가슴 노출은 그녀의 귀나 코를 보듯 익숙하다)까지. 또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취재진의 면전에 대고 엉덩이를 확 들추기까지. 그녀의 말대로 자기 자신을 잘 돌본 덕분에 우리는 마돈나가 뮤비와 무대에서 패션을 통해 어떤 식으로 섹스어필 하는지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마돈나의 비치 룩만큼 볼만한 게 스타 카메오들이다.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배드 블러드’ 뮤직비디오 때 케이티 페리, 비욘세, 마일리 사이러스, 리타 오라, 칸예 웨스트 등이 찬조 출연했기에 마돈나의 뮤비에 등장한 팝 스타들이 겁나게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비욘세, 케이티 페리, 디플로, 니키 미나즈, 크리스 록 등등. 대신 ‘배드 블러드’에서 칼리 클로스, 지지 하디드 등을 볼 때처럼 패션 앵글에서 호들갑 떨며 반가워할 인물은? 단연 알렉산더 왕(누군가는 파티를 즐길 시간조차 없어 보이는 알렉산더 왕이 스트레스라도 풀 듯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호텔 창문 너머로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알렉스는 ‘탑 오브 더 스탠더드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이곳의 ‘죽돌이’. 이 뒷 얘기를 알고 나면 왕의 뮤비 출연이 뜬금없진 않을 것이다(그는 ‘나름’ 호소력 짙은 표정 연기와 약간의 헤드뱅잉과 함께 짧게 립싱크를 한다).

마돈나는 맨 마지막에 자신의 얼굴을 앤디 워홀풍으로 프린트한 옥색 원피스를 입고 복도에 나뒹군다. 정말이지 팝과 패션을 위해 불사르듯 온몸을 다 바친 천하장사 마돈나. “우리가 만난 가장 위대한 비주얼 뮤직 아티스트!” 이 문장은 마돈나를 향한 칸예 웨스트의 칭송이다. 아닌 게 아니라 ‘Bitch I’m Madonna’는 패션 뮤비라고 정의해도 될 정도다. ‘모스키노 신도시’라고 해도 될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제레미 스캇의 아이디어로 도배된 뮤비. 그러나 아쉽게도 니키 미나즈(루이 비통 쇼의 새로운 뮤즈였던 모델 페르난다 리처럼 핑크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렸다)가 언급한 상표와 디자이너, 물건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내 신발은 미우미우!” 그래도 미우치아 여사님, 만약 다음 마돈나 신곡에도 언급된다면 그땐 뮤비에 꼭 한번 등장해주시길!

    에디터
    신광호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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