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Kingdom
베르사체 왕국은 38년간 패션계에서 그 성역을 공고히 해왔다. 중심에는 지아니보다 더 오래 브랜드를 이끌어온 한 여자, 도나텔라가 있었다.
VOGUE KOREA(이하 VK)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기록한 책을 만들고 싶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브랜드 북 혹은 디자이너 전기와 어떻게 다르게 만들고 싶었나요?
DONATELLA VERSACE(이하 DV) 우선 다양한 관점에서 베르사체를 바라본 책을 원했어요. 물론 아름다워야 했죠! 그래서 사진을 고르고 배열하는 데 정말 숙고했어요. 책을 준비하던 초기에는 그저 연대순으로 책을 편집하지 말자고 팀과 결정했어요. 사진의 흐름으로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려면 분명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야 했거든요. 자부하는데, 이 책에 나온 사진만 감상해도 몇 시간은 보낼 수 있어요. 물론 글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VK 말이 나왔으니 필자 이야기를 해보죠. 이들과 당신이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해요.
DV 우선 제 오랜 친구이자 작가 잉그리드 시시가 ‘가족 관계’ 부분을 맡은 건 제가 아끼는 가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에요. (시시는 베르사체의 ‘금발’이 열한 살 때 오빠 지아니의 강요에 의해 처음 탄생한 것이라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밝혔다. 당시 지아니는 도나텔라에게 자신의 뮤즈인 가수 패티 프라보처럼 머리를 염색하라고 설득했다.) 그녀에게 이 챕터를 맡길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비즈니스 오브 패션>의 팀 블랭스, <W>의 편집장 스테파노 통키, <T 매거진>의 알렉산더 퓨리는 패션계에서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에디터들이죠. 이뿐 아니라 패션 사학자이자 큐레이터 소넷 스탠필이 자신의 관점으로 아틀리에 챕터에 대해 서술해준 점도 정말 좋았어요. 총 여덟 명의 인물이 여덟 개의 챕터를 구성했고, 각각의 글로 새로운 면을 더했어요. 저 역시 그들의 글을 통해 베르사체라는 세계에 새로 눈을 뜨게 됐어요.
VK 얼마 전 브루노 마스가 새 뮤직비디오 ‘24K Magic’에서 베르사체 옷으로 쫙 빼입고 나왔어요. 두바이에 오픈한 호텔 팔라초 베르사체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베르사체를 위한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DV 브루노와는 정말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어요! 무대에서 정말 폭발적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뮤지션 아닌가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천재, 그리고 그 재능을 숨기지 않고 발산하는… 제가 사랑하는 모든 요소를 지녔어요. 브루노를 위한 무대의상을 디자인할 때, 좀더 편하게 안무를 펼칠 수 있는 옷에 대해 그와 의견을 나눴어요. 또 베르사체를 입고 자신이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지도 들었죠.
VK 프린스와 브루노만큼 슈퍼모델들 역시 베르사체 가문의 역사에 중요해요. 지아니와 당신은 90년대 잡지 화보 모델이었던 나오미, 신디 크로포드 등을 런웨이에 올려 ‘슈퍼모델’ 시대를 열었어요. 2017 S/S 컬렉션에서 당신은 소셜 미디어 스타인 지지 하디드, 90년대 모델 나오미 캠벨,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테일러 힐 등 다양한 모델을 기용했죠.
DV 오늘날 유효한 건 ‘개성’입니다. 지지, 벨라, 켄달 같은 모델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 방식대로 성공을 만드는 여성들이기 때문이에요. 진정한 힘을 가진 여성들이에요. 그녀들이 베르사체 세계의 일부분이기에 행복할 뿐입니다. (얼마 전 도나텔라는 영국에서 열린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모델 상’을 지지 하디드에게 수여했다. 지지는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은빛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그러자 도나텔라의 인스타그램엔 “지지가 받을만하죠!”라는 글이 올라왔다.)
VK 그런가 하면 조나단 앤더슨, 안토니 바카렐로, 크리스토퍼 케인 등 베르수스 베르사체를 거쳐간 젊은 디자이너들이 럭셔리 패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그들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셈이네요.
DV 새롭고 재능 넘치는 이들은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에요. 저는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거든요. 바카렐로나 케인 같은 친구들이 세계적인 패션 인물로 성장해서 기뻐요. 저는 갓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해요. 전 세계 패션 스쿨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제 스튜디오에서 일합니다. 덕분에 저는 그들의 열정, 에너지, 창의성을 얻죠. 패션계에는 유명한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그 이면에서 현재 패션을 만드는 사람이 더 많아요.
VK 그렇다면 21세기에 패션 디자이너로서 살면서 힘든 게 있나요?
DV 패션 비즈니스 자체가 디자이너에게 너무도 다양한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이에요. 더불어 저희 팀원들이 열심히 일하기에 그들이 일을 통해 행복하길 원해요. 저는 스튜디오가 조용하면 싫어요. 그래서 늘 음악과 웃음이 흘러넘쳐야 해요. 이를 위해서라도 저 자신이 가려는 길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자 해요. 그 자신감을 어디서 얻냐고요? 지금 브랜드의 성장을 바라보고 전 세계 여자들이 베르사체에 열광하는 걸 볼 때죠. 디자이너로서 여성의 힘과 개성을 이끌어내고, 또 좀더 공평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걸 소임으로 여깁니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VERS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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