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명불허전, 서울 뷰티 투어

2017.10.24

by VOGUE

    명불허전, 서울 뷰티 투어

    최근 전 세계적 뷰티 휴가지로 떠오른 곳이 있다. 대한민국 서울이다. 은밀한 회춘을 갈구하며 내한한 월드 셀럽의 비공식 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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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두 달 전, 슈퍼모델 N이 비밀리에 내한했다. 패션을 1도 몰라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거물급 슈퍼스타다. 이런 인물이 현재 런던에서 가장 잘나가는 오더 메이드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와 함께 내한한 사실을 나는 아주 엉뚱한 경로로 알게 됐다. 청담동 M클리닉에서 그녀를 마주쳤다는 목격담이 흘러나온 것이다. N이 아주 섬세한 테크닉을 요하는 안티에이징 패키지를 체험한 후 근처 항노화 클리닉까지 순회했으며, 못다 한 케어을 받기 위해 곧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는 부연까지 곁들였다. 까다로움이 몸값을 넘어선다는 그녀가 서울에서 시술을 받았다고? 그러고 보니 요 몇 년 사이 월드 클래스 셀럽들이 슬쩍 강남의 클리닉을 오간 흔적이 자주 발견된다. <보그>가 존경심을 담아 인터뷰를 청하곤 하는 세계적 디자이너 A는 논현동 T 클리닉에서 리프팅 시술과 건강관리를 받았고, 4대 컬렉션 패션쇼 프런트 로를 차지하는 디지털 인플루언서 S는 치과 진료를 위해 내한했다. 이뿐인가? 중화권 액션 스타, 조 단위 재산을 보유한 재벌 총수들이 줄기세포 시술을 위해 정기적으로 서울의 항노화 클리닉을 찾고 있다. 생명 연장과 건강, 아름다움에 대해서라면 의사 뺨치는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의사를 주치의로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굳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오는 이유는 뭘까?

    젊음의 샘, 서울

    “젊음 때문이죠.” T 클리닉 K원장의 답은 명료하다. “한국의 안티에이징 수준은 세계 톱이니까요.” 혹시 토털 노화 방지 클리닉, ‘라 클리닉 드 파리’를 알고 있나? 네트워크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병원은 카다시안 가문의 여자들이 몸을 맡기고 있는 뉴욕, 오일 재벌들의 히잡 속 지방 흡입으로 정평 난 중동, 호르몬 치료로 유명한 파리 등 19개국에 지점과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창립자이자 노화방지학회 회장인 쇼사르 박사는 자신의 몸을 누구에게 맡길까? 바로 서울 T 클리닉이다. 작년에 만난 쇼사르 박사가 <보그> 에디터에게 한 고백은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선 모든 것이 가능해요. 못하는 것이 없고 안 되는 것이 없죠. 이런 곳은 세상에서 딱 한 군데뿐일걸요!”

    세계가 열광하는 노화 방지 케어 중 하나는 바로 세포 치료. “예전에는 스위스를 추천했지만 지금은 한국을 더 많이 소개해요.” K원장의 설명이다. 이런 치료를 가장 반기는 건 액션을 업으로 하는 스타들. 떨어져버린 체력과 고장난 장기 때문에 말 못할 고민에 빠진 그들에게 줄기세포 치료는 커리어를 연장해주는 한 줄기 빛과도 같다. 여기에 재활의 영역에서 활용되는 전기적 치료를 더해 근육의 크기가 줄지 않게 케어해주면 놀랄 만큼 체력이 좋아져 전성기를 구가하는 액션이 가능하다. 그들에게 서울은 문자 그대로 ‘젊음의 샘’인 것이다.

    연장된 수명, 닳아 없어지는 신체 부위를 보호하는 케어도 발달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치아 안티에이징 시술, ‘미니쉬’다. 치아의 에나멜층이 더는 손상되지 않도록 초박형 세라믹을 덧대어 영구적인 생명을 부여하는 데다 미백 효과와 치아 성형 효과까지 겸비하고 있어 디지털 인플루언서와 배우들이 특히 열광한다. 게다가 치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하루에 시술이 끝나, 단숨에 깔끔한 인상으로 탈바꿈하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오늘안 치과 강정호 원장이 창시자이고 아직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다. “셀럽들 대부분이 처음엔 앞니 여섯 개만 치료를 받고 자국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몇 달 안에 다시 돌아오죠. 사이드 두 개 치아를 추가로 시술받기 위해서예요.” 치아가 웃음과 표정에 영향을 미쳐 얼굴 근육이 달라져버리고, 그 결과 치아가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게 서울에 있었나 싶은가? 놀라긴 아직 이르다.

    뷰티-코스터

    젊어지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그것보다 앞서는 원초적 미덕, ‘아름다움’. 월드 셀럽들은 서울에서 뷰티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형 미모, 엔터테이너 A는 결혼 준비를 서울에서 했다. 물론 처음 시작은 건강이었다. 각종 항노화 치료를 받다가 우연히 ‘보디 실루엣’ 케어를 맛보았다. 드라마틱한 S라인이 섬세하게 조각되는 신세계에 눈을 뜨자 끊을 수가 없었고, 그녀는 가족을 대동하고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게 됐다. 모델 N, 여배우 H 등 한국을 찾은 셀럽들 대부분이 가장 탐닉하는 것 역시 예뻐지는 시술이다. 울세라, 서마지, 실루엣 소프트, 히알루론산계 필러, 보톡스, DNA 주사, 혈청 시술, 복합 영양 재생 주사… 아름다움의 고도는 높아져만 간다. “그들은 한국 의사들이 복잡한 시술의 정교한 디테일을 모두 구현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게 팩트였다는 걸 확인하고 돌아가죠.” M 클리닉의 H원장은 그들이 한국 여성들의 생기 있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부러워하고 있으며 자신들도 일찍부터 이걸 경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탄식한다고 귀띔한다. 세심하고 테크니컬한 주사 놀림, 부기나 멍이 거의 들지 않는 레이저 시술 등, 그들의 감탄사는 끝이 없다. 시술의 디테일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행여 멍들고 부었을까 걱정해주고, 아주 약간 남은 부종이라도 더 빨리 제거하려 각종 애프터 케어를 마련해뒀다. 림프 배농 마사지에, 항산화 수액을 맞으며 컨디션 조절까지 할 수 있는 시술 후 케어는 마지막까지 그들의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번갈아 분비시킨다. 그러니 모두 입을 모아 말할 수밖에! “세상에 이런 곳은 없다”고. “발전한 안티에이징은 온 세상에 있어요. 하지만 안티에이징과 미용이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며 공존하는 곳은 서울이 유일무이하죠.” B원장의 설명은 지금 한국의 국경이 이다지도 붐비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가장 힙한 뷰티 휴양지

    이쯤 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을 거다. 이런 거물급 셀럽들은 어떻게 서울의 ‘그곳’을 알게 된 걸까? 답은 간단하다. ‘알음알음’! 의사들은 글로벌하게 퍼져 있는 한인들의 잘 관리된 몸이 세계 각계각층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모델 N의 경우 처음 방한 목적은 K–뷰티의 시장조사였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그녀를 에스코트한 한국인의 피부에 감동했고 병원 이름을 묻기에 이른다. 다른 셀럽들의 경우도 거의 유사하다. 모두 지인의 소개를 통해 서울로 온다. 의심 피라미드 최상층에 위치한 VVIP들이 이곳을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과 구전의 체인이 이어졌을지 추적하긴 쉽지 않다. 다만 한국 클리닉의 명성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지 모른다고 짐작해볼 뿐.

    한 가지 명확한 것이 있긴 하다. 서울이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뷰티 휴가지로 떠오른 이유 말이다. “현재 한국의 의료 수준은 일본을 넘어섰어요. 이 속도감의 원인이 뭔지 아세요? 바로 의사와 환자 모두의 과감함이에요.” H원장의 설명대로 한국은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의사와 그걸 똑똑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환자가 환상의 시너지를 내는 시장이다. 둘이 같이 쓴 드라마가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는 셈.

    명불허전, 강남 의술

    까탈과 앙탈마저 세계적 수준인 셀럽들이 안티에이징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희소 도시, 서울의 시술대에 눕고 있음을 <타임>지에 제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들이 젊음만큼 지키고 싶어 하는 다른 한 가지가 바로 비밀이므로 이 정도 이니셜 파티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보그>가 이 칼럼을 통해 전하고 싶은 얘긴 그들의 파파라치가 아니니까. 언제부턴가 청담부터 신사를 아우르는 ‘강남 의술’은 크게 오해를 받고 있다. 물론 ‘외국인’과 ‘병원’의 조합이 가장 먼저 연상시키는 건 의료 관광일 거다. 병원 가까이 숙소를 잡은 후 붕대를 감은 채로 가로수길 쇼핑에 나선 외국인을 마주치는 건 이제 흔한 일이니까. ‘얼굴도 고치고 여행도 즐기는 환골탈태 뷰티 휴가’로 인식되기 쉬운 의료 관광. 하지만 이것이 서울 뷰티 투어의 모든 것은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의사들은 월드 클래스 셀럽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디테일한 미감과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뷰티 의료 시술은 최상급이에요. 기술과 속도는 물론, 무엇보다 인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움이 돋보이죠.” 세계로 뻗어가는 명불허전 강남 의술, 이름이 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VVIP들은 세상 좋은 건 다 알고 있다. 맛있는 것, 즐거운 것, 아름다운 곳, 그리고 그걸 즐길 시간까지 가졌다. 그러나 끝내 채워지지 않는 단 한 가지, 시간의 역류! 모두 가진 그들이 그 답을 서울에서 찾고 있다니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나? 명의들이 집요하게 발전시킨 뷰티 판타지와 그것이 선사하는 역대급 감동을 알아본 월드 셀럽의 비공식 스케줄을 조용히 응원할 수밖에.

      에디터
      백지수
      일러스트레이션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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