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KB MEETS HIROSHI

2018.09.27

by VOGUE

    KB MEETS HIROSHI

    〈보그〉 객원 에디터이자 패션 프런티어 KB가 일본 패션계의 대부 히로시 후지와라를 만났다.

    새로운 프로젝트 ‘The Conveni’ 오픈을 축하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컨셉을 만들곤 하는데, 이번에 시도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 이전까지는 그 공간의 특성을 살린 프로젝트가 많았다. ‘The Pool’은 아오야마의 수영장이었고, ‘The Parking Ginza’는 소니빌딩 지하 주차장을 활용했다. ‘더 콘비니’는 나만의 가상공간을 원했다. 그렇다고 편의점 자리에 내 컨셉을 대입한 게 아니다. 나만의 새로운 편의점을 만들어야 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에서 쇼핑할 거라고 예견한다.
    매우 슬픈 현실이며 예견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에서 새로움을 느낀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다.

    1982년을 기억해보자. 당신에게 매우 중요한 해였다.
    처음 런던에 간 해다. 어릴 때부터 펑크에 빠져 지내다 말콤 맥라렌을 만나러 무작정 런던으로 갔다. 현지에서 만난 그는 “솔직히 런던은 요즘 재미없어. 뉴욕에서 힙합이라는 조류가 형성 중인데 멋진 것 같아. 이게 내 뉴욕 매니저 연락처야. 그곳으로 가봐, 뉴욕!”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뉴욕에서 힙합을 접했다.

    당신이 힙합을 일본에 처음 전파한 건가?
    처음 도입한 인물 중 한 명? 하지만 일본에서 맨 처음 나만의 레코드를 갖고 다니며 음악을 튼 디제이는 맞다. 당시엔 디제이가 클럽이 보유한 레코드만 틀었다. 그러나 나는 내 레코드를 갖고 다니며 자유롭게 음악을 틀었다.

    얼마 전 당신의 라이브 공연에 갔다.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며 밴드와 함께 등장했다. 이젠 디제잉을 하지 않나?
    그렇다.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언제부턴가 레코드 가게에 정기적으로 들러 그들이 추천하는 레코드를 사고, 그 음악을 잘 알지도 못한 채 클럽에서 디제잉하곤 했다. 어느 브랜드의 큰 파티에서 음악을 틀던 중 문득 내가 어릴 때 싫어하던 그런 디제이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음악을 틀지 않았다. 집에는 마지막으로 튼 디제이 세트의 레코드가 가지런히 남아 있다.

    그동안 브랜드를 전개해왔다. 그런데 ‘Fragment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가 아닌 디자인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
    작은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그게 좀 부담스러웠다. 얼마 후 생각을 정리하고 브랜드를 떠났다. 그런 뒤 하고 싶은 것을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디자인 회사를 설립했다. 디자인, 아이디어, 비전을 제시할 그런 회사. 성과에 구애받지 않는.

    나이키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나이키와도 협업했다.
    전 세계에서 처음이 아닐까. 일본 나이키를 통해 신발 몇 켤레를 디자인했고 얼마 후 나이키 사장 마크 파커를 만났다(당시에는 사장이 아니었다). 히로시 후지와라, 팅커 햇필드, 마크 파커의 이니셜을 딴 ‘HTM’이란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 후 꾸준히 협업을 잇고 있다.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아티스트부터 루이 비통, 슈프림, 언더커버, 스타벅스 등 색깔이 각기 다른 브랜드와 함께.
    웬만큼 친분이 있어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브랜드 특성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떻게 일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만남을 중요시하고 오래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통처럼 전통이 깊은 하우스와 일할 때도 킴 존스와 작업실에서 단둘이 일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일하는 사례가 많다.

    전통 패션 하우스가 스트리트 문화에서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언젠가 그렇게 될 거라 예측했다. 다분히 남성 위주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자를 위한 스트리트 브랜드는 없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라나 셀린, 아니면 그 둘을 잘 섞어 입는다. 여성 패션은 중간이 없다는 느낌이다. 누군가 여성을 위한 멋진 스트리트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

    오모테산도 힐스에서 키스 해링 전시를 봤다. 80년대 해링이 일본에 왔을 땐 사진과 그의 아카이브 작품이 많았다. 서양인들이 일본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생각하나?
    패션 측면으로 볼 때, 요지 야마모토나 꼼데가르송 등이 일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경제적 요소도 큰 몫을 했다. 특히 80년대 일본은 거품경제 시기를 거치는데, 문화적 요소를 일본 시장에 맞게 잘 풀었다. 많은 예산 덕분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본을 방문해 TV 광고에도 자주 출연했다. 앤디 워홀 역시 일본에서 TV 광고를 찍었다.

    워홀을 만난 적 있나?
    뉴욕에서 한 번 만났다. 해링과 바스키아도 일본에 들렀을 때 만난 적 있다.

    당신은 일본 스트리트 패션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일본에는 많은 브랜드가 있었지만, 주로 유럽 영향을 받은 브랜드였다. 스트리트 패션은 도시 특성을 잘 반영한다. 뉴욕, 런던, 도쿄 등에서 자기 색깔을 갖고 비슷한 시기에 성장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도쿄가 지닌 색깔을 잘 드러낸 브랜드와 시장을 만들었다.

    당신이 관심을 갖거나 좋아하는 것이 일본인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제품이든 문화든.
    내가 유행을 만든다고 하는데, 난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보다 좀더 일찍 발견하고 연구할 뿐이다. 매우 운이 좋았다.

    얼마 전 고급 스시집에 갔는데, 동행한 사람이 히로시 후지와라의 단골집이라고 귀띔했다. 이제 당신의 영향력은 레스토랑 비즈니스에까지 미치는 것 같다.
    음식은 참 특이하다. 직접 가서 체험하고 느껴야만 한다. 어떤 설명이나 사진으로는 대신할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비싼 음식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파는 저렴하고 간단한 음식도 좋아한다.

    오늘 지구가 멸망한다고 가정하자. 마지막으로 먹을 음식은?
    편의점 음식이 아닐까, 주먹밥 같은. 하하!

    당신은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한다. 인간은 죽기 전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어느 경지에 도달하면 더는 학습하지 않아도 될까?
    어려운 질문이다. 죽기 전까지 늘 연구하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한국에 가본 적 있나?
    몇 번 있지만 제대로 체험해본 것 같진 않다. 다시 가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싶다.

    한국과 일본이 많이 다른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얼마 전 영화 <부산행>을 봤는데, 정말 대단했다. 한국 특성을 아주 잘 아우른 작품이었다.
    사실 이런 영화는 일본에서는 보기 힘들다. 일본인의 지적 자부심으로는 그런 에너지가 나오기 힘들다. 한국은 언제부턴가 매우 세계적인 곳으로 발전한 것 같다.

    지금 준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는 뭔가?
    비밀리에 진행 중이지만, 포켓몬 협업이다. 10월에 공개한다.
    왜 포켓몬인가? 피카츄가 번개를 무기로 사용한다. 프라그먼트 디자인의 로고도 번개 마크다. 하하!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Daisuke Hamada
      글쓴이
      KB Lee (Contribut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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