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뷰티 키워드
밀레니얼 시대에 발맞춰 피부과 문턱이 낮아졌다. 저렴한 가격과 온라인 예약은 기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기대하는 현세대. 이것은 미래의 방식일까? 아니면 우려할 점일까?
평범한 외관의 트라이베카 빌딩에 자리한 미 해군 모집 사무소에서 3개 층을 더 올라가면 저부조 기법으로 만든 금박 부처상 두 개가 광택 나는 하얀 받침대 위에 놓여 있다. LA 베니스비치의
방갈로와 병원을 합친 분위기다. 로렌 아브라모위츠(Lauren Abramowitz)가 상상한 파크 애비뉴 스킨 솔루션스(Park Avenue Skin Solutions)의 플래그십 매장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다. 그곳에 있는 한 치료실은 공작새 깃털로 만든 드림캐처와 벽돌로 장식되어 있다. 그 방에서는 41세 의사 로렌을 돕는 직원, 즉 PA(Physician’s Assistant)가 레이저와 광선 치료뿐 아니라 보톡스와 필러 시술, 미세 침 치료와 IV 비타민 주입 등과 같은 코스메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방에는 네온 컬러 유니콘 머리가 진열되어 있고 그 옆에 해시태그와 함께 평범한 모양의 주사기 이모티콘이 붙어 있다. “그것은 신비한 경험을 상징화한 것이죠.” 그녀가 빈정거리는 기색 없이 말했다. 아브라모위츠는 한껏 꾸며주는 미용실의 단골로 자랐고 병원에서 미용 시술을 받을 때도 그런 미용실 같은 편안함을 기대하는 세대를 옹호하는 의사다. 37세의 난디타 칸나(Nandita Khanna)는 조금 더 느긋한 분위기가 지니는 매력에 반해 메디컬 스파인 ‘페이슬(Facile)’ 패서디나(Pasadena) 지점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피부과 전문의 낸시 새몰리티스(Nancy Samolitis)가 상주한다. <Goop>에서 편집 프로젝트 디렉터로 일하는 칸나는 미용 시술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페이슬은 달랐다. 마치 스타벅스 메뉴판처럼 이해가 쉬웠다. “가격이 모두 정찰제로 기록되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신청하는 시술에 대해 분명히 알 수 있죠.” 칸나가 설명했다. 그리고 PA인 레나 멧커프(Lena Metcalfe)와 진행하는 세세한 상담은 고객의 마음을 한층 더 편하게 한다. “제 모습 중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어디냐고 레나가
물었죠.” 칸나가 시술받은 다음 날, 멧커프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전화를 걸었다. 이런 친절한 대접은 스케줄을 빽빽하게 잡는 유명 피부과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다. 올해 30세로 뉴욕의 아티스트 에이전시 ‘더 노우
(The Know)’를 운영하는 나타샤 로버츠(Natasha Roberts)도 아브라모위츠의 세세한 개인 맞춤 관리를 받으며 비슷한 편안함을 느꼈다. “피부 때문에 문제를 그다지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굳이 피부과에서 보톡스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의학박사 매크린 알렉세이즈(Macrene Alexiades)는 다르게 충고한다. “이러한 시술 역시 의료적인 것입니다.” 맨해튼에서 피부과 의사로 일하는 그가 말했다.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관리를 받는다면 전문성과 안전성의 수준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곳은 드물어요. 부적절한 곳에서 보톡스 주사를 맞아, 결국 눈이 무거워지거나 눈꺼풀이 떨어지는 부작용부터 안면 마비,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답니다.” 또 최근 보톡스와 필러의 종류가 많아져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은 데다 중국에서는 오리지널 필러와 비슷한 이름의 ‘짝퉁 필러’가 등장하기도 한다. “제대로 인정받은 제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용 치료인 만큼 큰 부작용이 없더라도 주관적으로 맘에 들지 않을 수 있죠. 그러니 처음 시술을 받는 사람이라면 필러 중 히알라제(히알루론산 필러를 녹이는 약품)로 녹일 수 있는 HA(히알루론산) 필러로 받길 권해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전문의 유화정 교수의 설명이다. 매크린은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은 코스메틱 스파는 사기성 제품을 쓰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 보톡스와 필러를 의미하는 것인지 묻자, 그녀가 ‘그렇다’고 말했다. “필러의 한 종류인 쥬비덤이 병당 50달러라면 의심할 만해요.” 의학박사 딘 므라즈 로빈슨(Deanne Mraz Robinson)과 론다 클라인(Rhonda Klein)은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에서 부티크 피부과 ‘모던 더마톨로지(Modern Dermatology)’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의견을 모은다. “필러처럼 겉보기에 안전한 시술도 부적절하게 주사를 맞으면, 잠재적으로 실명을 유발할 수 있어요.” 호기심으로 에스테틱 숍에서 시술을 받고 싶다면 직원 중에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미국 피부과학회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레이저나 시술 기구 등 FDA로부터 규제를 받는 의료 기기를 사용하는 시술 등 모든 형태의 의료 행위는 적절한 훈련을 받은 의사가 실시해야 한다. 혹은 각 지역이나 주 정부의 법 혹은 연방 법에 준거하여 의사가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상황에서 비의료인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파크 애비뉴 스킨 솔루션스 같은 메디컬 스파 혹은 뷰티 숍 모두 의사를 두고 있다. 파크 애비뉴 스킨 솔루션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의학박사 에리카 월터스(Erica Walters)다. 그녀는 일주일에 두세 번 이곳에서 일한다. 홈페이지에 움직이는 GIF 파일 형태로 게재한 의료진 소개에 따르면 그녀는 응급의학과와 미용의학과에서 의사 면허를 받았다. 문제는 알렉세이즈가 지적했듯 “실제로 부티크 스파에서 일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챙기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비싼 값을 부르는 미용 관리사들은 ‘숙달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 명단을 늘려간다. 그들의 능숙함은 오로지 미용 시술을
함으로써 연마된 기술이다. 의술이 아닌 미용 시술만 반복적으로 말이다. “한 분야에 오래 있었던 전문의의 감각도 시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필러나 보톡스를 시술할 때 직후의 반응이라든지 레이저를 피부에 쬐는 순간의 느낌으로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는 오랜 경험의 전문 의료진이 아니면 결코 알아챌 수 없죠.” 유 교수의 설명이다.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알리 웹(Alli Webb)이 말했다. 헤어 살롱 ‘드라이바(Drybar)’의 창립자인 그녀는 LA에만 지점 네 곳을 둔 에스테틱 숍 ‘알케미 43(Alchemy 43)’을 자주 찾는다. “그 안에 들어가면 편안함이 느껴져요. 사실 그것이 그들이 해주는 전부예요.” 이것은 피부암 진단이나 수술 등 의료에 중점을 두는 일반 피부과 의사가 하는 일과 완전히 반대다. 웹은 ‘포어러너 벤처스(Forerunner Ventures)’의 유리 킴(Eurie Kim)을 이사회 이사로 등재시킨 알케미 43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뷰티 분야에서는 엄청난 혁신과 소비자 행동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킴은 이렇게 설명하면서, 알케미 43이 일상적 뷰티 관리를 일상으로 끌
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투명성의 추구는 보다 완벽한 경험을 갈망하는, 호기심 충만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장점으로 비친다. 초고속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하고 굳이 서점에 가지 않아도 최신 잡지를 정독할 수 있는 데다 서비스 음료로 녹차와 간단한 스낵을 제공하는 밀레니얼 핑크빛 대기실. 한 손에 차트를 쥔 채 웃는 얼굴로 들어온 상담 직원을 향한 당신의 한마디는? “실례지만 전문 의료진이 직접 진료하시나요?”
- 에디터
- 이주현, FLORENCE KANE
- 포토그래퍼
- 김보성
- 모델
- 한성민
- 헤어
- 이혜영
- 메이크업
- 이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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