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한류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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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한류 안에서

2018-11-27T11:06:08+00:00 2018.11.27|

베를린의 한류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예술, 디자인까지 깊이 파고든다.

아티스트 이불과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지난 9월 말 베를린의 대표 미술 행사 ‘베를린 아트 위크’가 열렸다. 이때 가장 큰 이슈를 모은 것은 다름 아닌 아티스트 이불의 회고전 <충돌(Crash)>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로피우스 바우는 베를린은 물론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올라퍼 엘리아슨, 아이웨이웨이, 필립 파레노 등 동시대가 주목하는 현대 작가들의 기획전을 선보여왔다. 2019년 1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불의 <충돌(Crash)>은 그로피우스 바우의 중앙 홀 천장과 1층(국내 기준으로 2층)을 몽땅 차지한 대규모 전시다. 이불은 역사와 대중문화, 기술과 미래, 유토피아,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를 파격적인 오브제, 퍼포먼스, 드로잉 등으로 펼쳐 보이는 작가다. 이번 회고전에는 여성성과 신체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꼬집는 사이보그 시리즈, 기술에 대한 인간의 희망과 좌절을 보여주는 ‘Willing to be Vulnerable’,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Scale of Tongue’ 등을 비롯, 작가의 대표작과 미공개작, 신작 등을 아우른다. 특별히 베를리너들의 눈길을 끈 부분은 전시 중간에 <한국의 여성과 예술: 1960-2000>, <한국 분단과 DMZ>의 역사를 연대기로 정리해놓은 것이다. 그로피우스 바우는 작가가 북한과 끊임없는 대치 상황과 함께 군사 독재에서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발전을 목격해온 것에 주목했다. 그로피우스 바우의 디렉터 슈테파니 로젠탈은 오프닝 인터뷰에서 “이불의 작업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그 잠재적 실패를 함께 다루는 방식이 특히 흥미로우며, 이 주제에 접근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불 작가의 전시와 함께 광주비엔날레 김선정 대표이사의 강연이 있었다. 비무장지대에서 펼쳐지는 아트 프로젝트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한국의 분단 상황과 통일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https://www.berlinerfestspiele.de/de/aktuell/festivals/gropiusbau/aktuell_gropius_bau/start.php

 

대한독립영화제

갤러리와 셀렉트 숍,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미테의 로자 룩셈부르크 슈트라세. 여기에 1929년에 개장한 예술영화 전용관 바빌론(Babylon)이 있다. 바빌론은 맞은편에 자리한 극장 폴크스뷔네(Volksbühne)와 함께 바이마르 시대부터 나치 시대, 동독 시절을 거쳐 베를린의 주요 문화 중심지로 명성을 날렸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 독립영화 축제, 이름도 입에 착 붙는 ‘대한독립영화제’가 지난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바빌론 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축제지만 개막 당일 상영관의 400석을 꽉 채운 것은 물론 연일 매진을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개막식에는 개막작 <시인의 사랑>의 김양희 감독과 배우 양익준이 참석해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축제 담당자인 주독일 한국문화원의 언론 홍보 담당이자 <대한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이동준은 “여타 아시아 영화와 다른 한국 영화만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많다. 평소에 보기 힘든 한국의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집중적으로 접할 수 있어 현지 관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을 비롯해 김태리, 류준열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 임수정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당신의 부탁> 등 독립영화 6편, 다큐 영화 4편까지 총 10편을 상영했다.

www.kulturkorea.de

 

페이싱 노스 코리아 : 이너 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엄두도 못 낼 전시이며 행사가 이곳 베를린에서 열렸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에 관련된 것이다. 북한에 다녀온 사진작가의 프레젠테이션, 북한을 담은 화보집 발간 론칭 파티, 탈북 청년 단체의 강연 등 베를린에선 서울에서보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훨씬 더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베를리너들이 북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베를린은 동독과 서독이 함께 공존하던 도시이기 때문이다. 전시 <북한을 향하여(Facing North Korea: Inner View)>가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 플랫폼 ‘NON 베를린’에서 12월 3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한국 아티스트 두 명과 독일 아티스트 두 명이 참여해 북한과 그 경계에서 담아낸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작품 등을 소개한다. 최찬숙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그녀는 DMZ 지역의 민북마을 양지리 사람들을 인터뷰해 감각적인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마찬가지로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은 북한과 가까운 섬 교동도의 비극적 역사를 다룬 사운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또 베른하르트 드라츠(Bernhard Draz)는 오랜 준비 끝에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게르하르트 클라인(Georg Klein)은 북한에서 녹음한 사운드와 촬영 영상, 북한에서 가져온 물품으로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www.nonberlin.com

 

노크 스토어×가베 스튜디오

지난 7월 베를린 힙스터들의 아지트 크로이츠베르크에 한국 디자인 컨셉 스토어인 노크 스토어(Knok Store)가 문을 열었다. 베를린의 패션 관련 미디어는 물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타게스 슈피겔> 등 독일의 유력 일간지에 오픈 소식이 실릴 만큼 화제를 모았다. 노크 스토어는 한국의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베를린에 소개할 뿐 아니라 베를린 현지의 한국 디자이너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도 기획한다. 현재 노크 스토어 한쪽엔 천연 소재 직물과 그래픽 요소를 접목하는 가베 스튜디오(Gabe Studio)의 조명, 달력, 스테이셔너리 등이 진열되어 있다. 가베 스튜디오는 섬유 디자이너 최재희와 그래픽 디자이너 곽은정이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디자인 제품을 제작할 뿐 아니라 설치 작업 또한 진행한다. 이번 협업은 ‘반복(Reiteration)’을 테마로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도형과 다양한 색의 변주로 가베 스튜디오가 제안하는 가을의 형상을 보여준다. 가베 스튜디오만의 색감이 담긴 ‘베를린 달력(베를린 시 해당 휴일 표기)’, 정확히 대칭으로 배열한 도형이 담긴 카드 등은 손수 염색하고, 오리고 자른 정성까지 돋보인다. 크로이츠베르트 매장에선 11월 29일까지, 온라인 숍에서는 연말까지 만날 수 있다.

www.knoksto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