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밴드 잔나비, <보그>와 그 첫 번째 만남
극적인 사건이나 흔한 ‘한 방’은 없었다. 무대 아래 관객을 눈으로 세며 노래한 지난 시간이 ‘잔나비’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분당구 돌마로에서 자란 92년생 동갑내기들이 만든 그룹 사운드 잔나비. 이들이 인터뷰마다 “멤버 다섯 명 모두 원숭이띠, 그룹명 잔나비는 원숭이의 순우리말입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2집 앨범 <전설>은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처음 개최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는 단 2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라디오, 방송으로부터 쏟아지는 섭외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잔나비는 이제 완연한 ‘대세 밴드’다.
VK 화보 의상을 피팅할 때 바지 핏부터 작은 액세서리 하나까지 스타일리스트와 꼼꼼하게 의논하는 걸 봤다. 옷에도 꽤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도형, 정훈 옷을 잘 입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패션에 관심이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빈티지 의상처럼 잔나비 음악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르려고 한다. ‘멋지게 보이기’가 목표는 아니다(웃음). 옷은 우리 음악을 보충 설명해줄 표현 방법 중 하나다.
VK 잔나비를 반짝 뜬 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2014년에 싱글 앨범을 냈고, 정훈, 도형, 영현 셋이 분당에서 밴드를 시작한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정훈 분당 연습실에서 먹고 자며 함께 음악을 만들었다. 처음엔 홍대에서 활동하는 밴드처럼 서로 교류하면서 얻은 정보나 인맥이 전혀 없어 정말 힘들었다. 메이저 ‘씬’에서 잔나비는 ‘인디 밴드’인데, 홍대에 가도 아웃사이더가 되더라. 어디서도 주류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VK 2015년부터 다섯 명이 함께 활동했다. 마지막 멤버이자 유일하게 분당 출신이 아닌 드러머 윤결은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도형, 정훈 결이를 제외한 멤버 넷은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냈고 밴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상태였다. “지금은 우리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될 때까지 음악만 해보자”고 의기투합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조각인 드러머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만나서 음악 얘기를 하려고 하면, 돈 얘기부터 꺼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몇 년 동안 대여섯 명이 스쳐 지나가듯 바뀌었고, 어떨 땐 공연으로 번 돈을 모두 드러머에게 준 적도 있다. 그러다 결이를 만난 거다. 실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해야겠다’는 우선순위가 우리와 잘 맞았다. 사실 멤버들이 다 ‘관종’인데 주목을 갈망하는 눈빛마저 마음에 들었다. 다들 관심받고 싶어 음악을 ‘선택’했다(웃음).
VK 특별한 프로모션이나 홍보 활동 없이 순수하게 공연과 음악만으로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경준, 정훈 1집을 내고 우리 음악이 아주 조금씩 알려졌다. 그렇다고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있었던 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밴드가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행사를 많이 뛰었다. 늘 관객이 몇 명인지, 그중 몇 명이 우리를 좋아하는지 세어가며. ‘아무도 우리를 모르더라도 어디든 불러주면 가자! 잔나비라는 이름만이라도 알려주고 오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를 거듭하면서 한두 명씩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과정을 다 목격하며 여기까지 왔다. 어느 날 갑자기 관객이 확 늘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VK 잔나비 하면 ‘무대 매너’를 빼놓을 수 없다.
도형, 정훈 예전엔 이렇게 공연을 가리지 않고 하면, 혹시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이미지가 나빠지진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다. 우리가 꿈꾼 밴드가 이런 모습이었나 자격지심도 생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경험이 우리의 무기가 된 것 같다. 선캡을 쓴 아주머니들만 가득한 행사장에서 ‘이분들도 우리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가졌던 마음이 내공으로 쌓인 것 같다.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게 정말 좋은 건, 잔나비를 보러 온 분들로 꽉 찬 공연장에 갔을 때 무대가 수월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긴장하지 않고 우리의 모든 걸 관객에게 다 보여줄 수 있다. 한마디로 공연장에서 날아다닐 수 있게 됐다.
VK 몇 시간 후면 보컬 정훈이 출연한 <나 혼자 산다>를 방송한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정훈 아직 잘 모르겠다. 시작할 땐 ‘2년만 해보자’였다. 그러다 1년이 지나면, 거기서 또 ‘2년만 더 해보자’, ‘마지막 2년만 더’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감사하게도 뒤돌아보면 늘 상황이 조금씩은 나아져 있었다. 요즘은 ‘최대한 오래 하자’로 목표를 바꿨다. 그동안 우리를 알릴 방법은 오로지 공연밖에 없었다.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사람들이 알아주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방송에 나왔다고 결코 머리가 붕 뜨거나 ‘이제 됐다’고 여기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늘 꿈꿔온 상황이 닥쳤는데도 우리가 들뜨지 않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차분하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줄 자신감이 생겼다._____________________
- 에디터
- 황혜영
- 포토그래퍼
- 박현구
- 스타일리스트
- 김민지
- 헤어
- 이소연
- 메이크업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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