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지속 가능한 패션 2.0

2019.12.16

by 우주연

    지속 가능한 패션 2.0

    이전의 지속 가능한 패션은 패션이라기보다 일종의 캠페인에 더 가까웠습니다. 소비자 대부분이 의류에 기대하는 것보다는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쪽에 좀더 중심을 맞춘 모습이었죠. 요즘의 지속 가능한 패션은 이를 넘어 친환경이 패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보다 일상화된 친환경과 패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패션 사이의 절충안을 찾으려 한다. 친환경 소재와 공정을 바탕으로 웨어러블하고도 패셔너블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브랜드와 아이템의 ‘생명 연장’에 기여하는 빈티지 숍을 소개합니다.

    오픈플랜

    오픈플랜의 감성적인 룩북과 피스를 보고 있으면 이 브랜드가 친환경 또는 지속 가능성 같은, 약간의 무게를 가진 패션을 지향한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웃스탠딩오디너리를 이끌던 이옥선 대표는 미세먼지, 분리수거 파동 등 환경 관련 이슈를 몸소 겪으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오픈플랜을 시작하게 됐죠. 리넨과 오가닉 코튼을 주로 사용하고 단추도 뿔이나 목재가 아닌, 상아야자 열매가 익어서 땅에 떨어지면 채취하는 ‘너트 단추’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오픈플랜이 앞으로 보여줄 스타일리시한 지속 가능성이 기대됩니다.

    헬싱키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오픈플랜의 2020 S/S 컬렉션. 헬싱키 패션 위크는 백스테이지에서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행사장 이동 시 이용할 수 있는 킥보드를 제공합니다. 또 이번 패션 위크에서는 에코로직스튜디오(ecoLogicStudio)가 조류의 광합성을 이용해 산소를 생산하도록 제작한 바이오 커튼을 행사장에 설치하는 등 친환경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인스타그램 @openplanstyle

    그래인

    그래인은 같은 패션 회사에서 각각 R&D 팀과 디자이너 팀을 이끌던 두 대표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그래인이 주로 사용하는 원단은 오가닉 코튼과 플라스틱 재생섬유죠.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인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로 우리가 입는 의류에 흔히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와 동일한 성질이 있어 내구성 역시 뛰어납니다.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맨투맨과 지금 입기 딱 좋은 플리스 집업 점퍼 등 옷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실용적인 아이템을 선보여 꼭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시도해볼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 @graenh_official

    수수무(水水舞)

    “두 개의 물이 춤춘다”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수수무.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가족 사업에 사용하고 남은 어닝 자투리 천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수수무를 시작했습니다. 자투리 원단뿐 아니라 100% 한지 소재 같은 독특한 원단을 활용한 의류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수수무만의 매력. 의류 외에 가방과 홈 데코 아이템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배우 정려원이 뮤직 페스티벌에서 수수무의 피크닉 매트를 사용한 모습. 딕슨(Dickson)사의 어닝 원단을 재활용해 비바람에 강하고 오래 사용해도 쉽게 변색되지 않아요.

    배우 이민정이 착용한 수수무의 한지 드레스. 자연스러운 주름 질감이 한지 소매의 매력을 더 잘 살려줍니다.

    인스타그램 @the_susumu

    에버레인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온라인 패션 몰 에버레인(Everlane)은 그동안 패션의 강력한 트렌드로 여기던 패스트 패션과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그들은 10년 이상 입을 수 있도록 의류의 내구성에 수년간 주목하며 고품질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 아이템을 선보이죠. 캐시미어 스웨터, 페루비안 피마 티셔츠가 대표 아이템인데요. 에버레인은 공장 근로자의 ‘지속 가능한 삶’ 역시 고려합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시간이 합리적이고 합법적인지 모니터링하며 브랜드와 공장의 공생에 대해 고민하죠.

    에버레인은 자사 몰 사이트에 협력하는 공장 리스트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해당 공장을 선택한 이유와 이곳에서 만드는 아이템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탈리아 프라토에서 생산한 후 옷으로 제작해 입어서 해진 캐시미어를 베이스로 만든 ‘재생산 캐시미어(ReCashmere)’. 메리노 울과 혼방해 캐시미어의 부드러움은 살리고 내구성을 더했습니다.

    인스타그램 @everlane

    밀리언아카이브

    의류의 ‘수명 연장’에 동참하고 싶거나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에 입을 재미난 아이템을 찾는 중이라면 주저 말고 성수동 밀리언아카이브로 향할 것. 크리스마스 스웨터, 하와이안 셔츠 등 매번 재미난 주제와 이에 부합하는 빈티지 아이템을 선보입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미국과 유럽에서 제작한 다양한 디자인과 감성의 중고 아이템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요. 올해도 지난 11월 23일부터 크리스마스 스웨터 숍을 오픈했습니다. 빈티지 의류뿐 아니라 여성 창작자들의 작품을 파는 공간도 함께 운영할 예정.

    인스타그램 @millionarchive

    졸리레이드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진 여성”이라는 뜻을 가진 졸리레이드는 그 이름처럼 유니크한 빈티지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밀라노로 떠났던 다감 대표는 그곳에서 여러 빈티지 숍과 플리 마켓을 접하고 획일화된 패션과 또 다른 감도를 지닌 빈티지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또 만든 지 오래된 옷을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패션의 한 장르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해 졸리레이드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유럽 빈티지 마켓에서 직접 구입해온 아이템뿐 아니라 시대별 패션의 특징을 살려 자체 제작한 의상 역시 다루고 있어 한 벌 한 벌이 소장 가치가 높아요.

    인스타그램 @jolielaide_official

    라레트로

    합정역 근처에 자리한 라레트로 매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오너가 감도 높은 안목으로 고른 빈티지 의류와 여러 패션 잡화, 테이블웨어와 인테리어 아이템 등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니까요. 판매 중인 아이템을 활용한 스타일링 컷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빈티지 패션 초심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거주지가 서울에서 멀어 매장을 방문하기 힘들어도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멀리 있는 이들을 위한 온라인 숍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인스타그램 @laretro_seoul

      에디터
      강혜은(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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