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 하디드의 최애, 스톰퍼 부츠
벨라 하디드에게 스트리트 스타일이란 일종의 스포츠 아닐까요? 하디드는 얼마 전에도 파리에서 남성 패션 위크 쇼와 오뜨 꾸뛰르 쇼 사이를 뛰어다니느라 정신없었는데요. 쇼와 쇼 사이 그녀가 보여준 스트리트 스타일은 참으로 다채롭기 그지없습니다. 천 조각으로 가슴을 두른 듯한 루이 비통 크롭트 톱, 개나리색 자크무스 가방,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90년대 룩 등 거리에 나설 때마다 새로운 룩으로 등장했죠. 어느새 2020 F/W 패션 위크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길거리 사진가들을 위해 무심한 듯 용의주도한 OOTD를 연출하는 건 모델들에게 마라톤과도 같습니다. 아마 하디드의 트렁크에는 닥터 마틴 같은 편안한 신발이 대부분일 텐데요. 신진 브랜드 노달레토(Nodaleto)의 두툼한 스톰퍼 부츠도 최근 한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노달레토는 2019년에 줄리아 톨레다노(Julia Toledano)와 올리비에 레온(Olivier Leone)이 함께 설립한 브랜드로, 톨레다노의 성을 재조합해 지은 이름입니다. 줄리아의 아버지가 바로 LVMH 그룹의 CEO 겸 회장인 시드니 톨레다노죠. 그 덕에 줄리아는 장인 정신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 법조계와 언론계에서 쌓은 경력을 뒤로한 이유에 대해 “제품이 주는 매력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죠. “사람들은 내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두 눈으로 목격한 아름다운 작업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노달레토를 론칭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내가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맞추지 못할까 봐 두려웠거든요.”
톨레다노는 3년 전, 한창 스니커즈 붐이 일었을 당시 브랜드의 시그니처 슈즈인 메리 제인 스타일의 ‘베이비스 불라(Babies Bulla)’를 처음 디자인했습니다. “당시 패션계 상황은 ‘트리플 에스 게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브랜드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는 레온이 당시 발렌시아가 스니커즈 유행을 떠올렸습니다. “어딜 가든 그놈의 대디 슈즈뿐이었거든요!” 스니커즈 트렌드에 염증을 느낀 톨레다노는 “쿨하고 섹시하면서 색다른” 여성스러운 신발에 마음이 갔습니다. 물론, 착용감이 편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죠. “요즘 여자들은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레온은 노달레토 슈즈를 신은 젯셋족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해시태그 #노달레걸스(#Nodalegirls)의 탄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벨라 하디드는 검은색 불라 레이스업(Bulla Lace-Up) 부츠와 불라 솔랄(Bulla Solal) 니하이 부츠를 번갈아 신으며 파리 거리를 쿵쿵 활보했죠. 하지만 톨레다노와 레온은 신발을 신어달라고 하디드에게 부탁하거나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띄는 뭔가를 욕망합니다.” 레온은 왜 그 슈즈가 거리에서 그토록 눈에 띄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세대는 모든 걸 원하죠. 제조와 유통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스타일은 독창적인 동시에 분명한 메시지 또한 전달하길 원하니까요.” 카미유 샤리에르(Camille Charrière)와 커트니 트롭(Courtney Trop) 같은 인플루언서와 관계를 맺는 것도 홍보 면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레온은 이렇게 주장하죠. “우리는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일을 즐기고, 우리 제품의 힘을 믿죠. 우린 속물이 아닙니다.”
지난해 3월 론칭한 톨레다노는 긍정적인 반응에서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틴 앤 더 퀸스(Christine and the Queens)의 엘로이즈 아델라이드 레티시에(Héloïse Adelaïde Letissier)도 얼마 전 남성복 쇼에서 흰색 불라 레이스업 슈즈를 신었죠. “모든 것에 지나치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는 성공적인 전략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우리는 그저 유행에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신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부츠와 뮬, 메리 제인 타입의 시그니처 슈즈 라인을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선보이는 게 주된 전략입니다. 충분히 즐기면서 발전하기 위해 SNS 광고를 가능한 한 늦추는 것 또한 이들의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의 일부분입니다.
-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 글
- Alice Newb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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