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 배우는 직장 생활
김봉석은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를 만들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친 영화 평론가다. 영화 평론가 김봉석은 10여 개 회사를 거치며 힘들 때마다 만화를 봤다. 만화에서 발견한 직장 생활의 지혜를 에세이집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에 담았다. 그중 몇 편을 발췌해 소개한다.
<소라닌>
<소라닌>의 20대 남녀들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그저 그런 따분한 회사의 평범한 사무직으로 적당히 다니고 있는 대졸 2년 차의 메이코. 일러스트를 그리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뮤지션을 꿈꾸는 다네다. 메이코와 다네다는 동거를 하고 있다. 아버지의 조그만 약국에서 일하는 빌리와 졸업하지 못한 대학 6년생 가토는 다네다와 함께 밴드를 하고 있다. 아직 자작 싱글곡 하나 내지 못한 아마추어 밴드다. 메이코의 어머니는 다네다에게 하나에만 매달려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자유롭게 해보라고 말한다. 빌리는 아버지의 약국을 물려받아 적당히 살 수 있지만 무언가 부족한 게 아닐까 고민한다. 안정과 모험. 어떤 길로 접어들든 위험은 따른다. (중략) 20대 초반에는 그 모든 것의 무게가 너무나 클 수 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중이 조금 달라질 뿐이지. 하지만 결국은 살아가야 한다. 앞으로 가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확실한 인과관계는 단 하나뿐이다. 미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
<불가사의한 소년>
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인정을 받고 그것을 동력으로 살아가는 길을 원한다면 그렇게 가면 된다. 하지만 다른 길도 있다. 그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택하면 된다. 그렇다. 결국은 선택이다. 그들의 인정을 거부하고 다른 길로 간다면 어느 정도 거칠고 힘들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갈 수는 있다.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더욱더 가능하다. “남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런 것은 뭐 상관없어.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굴 향해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은가 하는 것이었어.” 그러니까 시공을 초월해 인간 세상을 관찰하며 고뇌하는 소년의 이야기 <불가사의한 소년>의 이 말처럼 깨끗하게 포기해도 된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고. 게임의 룰은 다양하니까. 나는 다른 룰을 익히고, 그것으로 승부할 거니까. 그렇게 믿고, 그렇게 가면 된다.
<슬램덩크>
자아 성취를 원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만들어서 해야 한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전체의 목표를 위해 달려야 한다. 강백호가 혼자 골을 넣을 수는 있지만 팀이 이기기 위해서 패스를 해야 하는 것처럼. ‘나는 팀의 주연이 아니라도 좋다’는 마음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 우승한다면, 내가 중심이 아니어도 좋다. 그런 자의식이 필요하다.
<요츠바랑!>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해답을 찾는 것이다. 화를 내면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이성적 사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최대한 감정을 밀어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중략)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을 완수하면 묘하게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원상태로 되돌아갔을 때 편안함도 느낀다. 요츠바의 즐거움에 비견할 수는 없지만, 때론 ‘이걸 해결하면 예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어’라는 생각이 고통을 줄여주기도 한다. 당장의 문제보다는 회복될 상황에 몰입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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