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로저 비비에와 이자벨 위페르의 사랑스러운 게임

2023.02.20

by VOGUE

    로저 비비에와 이자벨 위페르의 사랑스러운 게임

    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가 인터랙티브 플랫폼을 기획했다. 짧지만 사랑스러운 게임에서 여섯 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인물은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로저 비비에의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는 건 영화 한 장면으로 발을 들이는 것과 같다. 게라르도 펠로니(Gherardo Felloni)는 컬렉션을 발표하기 위해 늘 ‘호텔 비비에’로 우리를 초대하곤 했는데, 코로나19는 호텔 비비에도 잠시 문을 닫게 만들었다. 결국 2021 S/S 컬렉션을 위해 물리적 공간 대신 선택한 것은 가상의 공간 <호텔 비비에 시네마테크>다. “영화라면 코미디부터 슬픈 영화, 스릴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해요.” 랜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같은 인터랙티브 게임 방식을 차용했다. 관람객은 매번 두 개의 열쇠 중 맞는 것을 택해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여섯 개 단계에서 전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이자벨 위페르 그리고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라르도 펠로니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GHERARDO FELLONI

    2018년에 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습니다. 로저 비비에는 매우 풍요로운 유산을 가진 하우스입니다. 무슈 비비에가 발명한 슈즈와 힐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들과 맺은 끈끈한 관계도 포함되죠. 나 역시 로저 비비에 못지않게 영화, 건축과 예술에 애정이 깊습니다. 같은 관심을 공유한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호텔 비비에처럼 캠페인에 가상의 이야기나 연극적인 무대가 자주 등장합니다. 호텔 비비에의 경우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고, 그중 영화도 많죠. 호텔 비비에의 여성 캐릭터들은 슈즈에 대한 나의 비전을 설명합니다. 동시에 스토리를 통해 내가 디자인한 슈즈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호텔 비비에 시네마테크> 주인공으로 이자벨 위페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로저 비비에는 꾸준히 여배우들과 일해왔습니다. 무슈 비비에는 <세브린느>의 카트린 드뇌브를 위해 슈즈를 디자인했죠. 이자벨 위페르를 선택한 이유는 화려한 수상 경력의 훌륭한 배우일 뿐 아니라 프랑스인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여배우였을 수도 있지만 로저 비비에는 프랑스 하우스니까요. 지금 같은 시기에 사람들이 집에서 프랑스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로저 비비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어떤 목표가 있나요? 로저 비비에가 계속 진화하면서 동시대적 하우스가 되는 데 일조하는 겁니다. 하지만 로저 비비에의 유산이 담긴 코드는 파괴하지 않으려고 해요. 늘 하우스의 코드와 동시대를 사는 여자들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죠.

    아카이브 중 기억에 남는 모티브나 디자인은 뭔가요? 어릴 때 우리 가족은 고급 슈즈 작업실을 운영했습니다. 거기서 일하다 우연히 로저 비비에 책을 발견한 적 있죠. 그 책에서 본 핑크색 ‘버귤 힐’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요.

    여자들에게 슈즈는 어떤 존재일까요? 그리고 당신은 어떤 슈즈를 디자인하고 싶나요? 슈즈는 개성과 스타일의 표현입니다. 로저 비비에를 신은 여자는 강렬하고 독립적이죠. 늘 바쁜 그녀와 함께할 슈즈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컬렉션을 여러 높이의 힐로 구성합니다. 하이힐과 키튼 힐뿐 아니라 스니커즈와 부츠도 있죠. 동시대 여자들을 위해 다양한 선택항을 주는 겁니다.

    ISABELLE HUPPERT

    로저 비비에의 <호텔 비비에 시네마테크>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여러 여자를 연기했습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상징적 인물들을 참고했죠. 특히 나 같은 배우에게 그런 역할 전부를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멋진 일이기에 매우 즐거웠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역할을 꼽을 수 있나요? 오, 전부 마음에 들었답니다! 사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넘어가는 과정이었죠. 반나절 만에 촬영을 전부 마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쉴 새 없이 몰아쳐야 했거든요. 전혀 다른 캐릭터였기에 매번 옷, 헤어, 메이크업까지 전부 바꾸며 순식간에 변신하는 게 정말 신났어요.

    영화 속 배역을 슈즈에 빗대어 설명한 적 있습니다. 이번 영화를 여러 여자 캐릭터와 여인상으로 구성하는 건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로저 비비에를 신은 여인을 단일한 캐릭터로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로저 비비에는 다양한 여자와 소통합니다. 우아한 슈즈가 있는가 하면, 지극히 실용적이거나, 저녁 모임에 어울릴 디자인도 있죠. 우리는 로저 비비에를 신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여러 명의 감독과 작업했습니다. 영화계에서 특히 배우에게 중요한 자질은 인내입니다. 기다림과 실패, 기만, 실망을 견딜 능력 말이죠. 그런 부정적 상황에 대응하고 버틸 힘을 지녀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여배우를 ‘감상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 이후로 나 스스로 그런 인식에 사로잡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제나 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고, 그런 점에서 특권을 누렸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동시에 나에 대한 인식은 나 스스로가 쌓아왔기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책임 또한 100% 나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 자신을 표현하는 다섯 단어를 골라주세요. 인내, 관찰, 외로움, 명랑함, 유머.

      에디터
      송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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