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지구인을 위한 보양식

2023.02.20

by VOGUE

    지구인을 위한 보양식

    전 세계가 북극 온난화로 인한 폭설과 한파에 시달리고 있죠. 절기상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도 으슬으슬한 겨울의 끝자락. 지구인의 육신과 영혼을 따뜻하게 데워줄 보양식을 소개합니다.

    프랑스식 갈비탕 | 포토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겨울 에너지 충전을 위해 뜨끈한 국물 요리가 사랑받죠. 한국에 삼계탕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포토푀(Pot-au-feu)’가 있습니다. ‘불에 올려놓은 냄비’라는 뜻의 이 음식은 장작불에 커다란 냄비를 올려놓고 오랜 시간 푹 고아 먹는 요리입니다. 12세기를 기원으로 하는 포토푀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서민 음식이죠. 커다란 냄비에 물, 소고기, 당근과 양파, 순무, 파, 셀러리, 파스닙(설탕당근이라 불리는 뿌리채소) 등 각종 채소를 몽땅 넣고 끓이면 되니까요. 고기와 채소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국물, 단백질뿐 아니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데다 여기에 빵과 감자를 곁들여 먹으니 맛도 영양도 고루 챙길 수 있는 ‘혜자로운’ 음식이죠.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파리의 ‘브라스리 립(Brasserie Lipp)’은 포토푀 맛집으로 명합니다. 이곳의 포토푀는 캐러멜라이징한 양파, 향긋한 허브를 투여한 아로마 넘치는 국물 맛이 끝내준다고 하네요.

    러시아의 김치찌개 | 보르쉬  

    영하 70도에 이르는 극강의 한파를 경험할 수 있는 러시아.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보양식은 보르쉬(Borsch)라는 핑크빛 수프입니다. 사실 이 수프는 우크라이나에서 탄생한 음식인데요, 일찍이 러시아를 비롯해 동유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국민 수프’가 됐죠. 기본은 포토푀처럼 고기와 갖은 채소를 넣고 끓입니다. 포토푀에 비하면 양고기, 돼지고기 등 좀 더 다양한 육류를 사용하고 붉은 순무인 비트를 넣어 진한 핑크빛이 감도는 게 특징이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동구권의 사워크림인 스메타나를  얹어 내는데 이를 잘 섞으면 뽀얗고 걸쭉한 연분홍빛 수프가 되죠. 체력 증진을 돕고 해독에 좋은 비트를 더해 러시아의 긴긴 겨울을 건강히 날 수 있답니다.

    독일식 시래기찜 | 그륀콜

    한겨울, 독일의 시장과 슈퍼마켓 한쪽을 푸릇푸릇하게 장식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륀콜(Grünkohl)입니다. 그륀콜은 케일입니다. 케일은 녹황색 채소 중에서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죠. 그래서 한국에선 쌈 채소나 샐러드, 주스로 섭취하지만 독일 케일은 굉장히 억세서 팬이나 솥에 푹 익혀 먹습니다. 겨울철 먹거리 시장이나 식당에 가면 데친 그륀콜을 훈제 돼지고기나 소시지와 함께 끓여낸 메뉴를 맛볼 수 있죠. 그 맛이 신기하게도 우리네 시래기찜과 비슷해 깜짝 놀라게 된답니다.

    싱가포르식 한방 갈비탕 | 바쿠테 

    추위 때문은 아니지만, 습기 가득한 싱가포르의 날씨 또한 진을 홀딱 빼놓죠. 싱가포르인은 원기 회복을 위해 바쿠테(Bak kut teh)를 먹습니다. 바쿠테는 돼지갈비와 마늘, 각종 허브와 향신료를 잔뜩 넣고 끓인 음식으로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어울릴 만한 보양식이죠. 중국 동남부 푸젠성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전해진 요리라는 설이 유력한데, 팔각, 정향, 계피, 회향 씨앗, 당귀 등 중국의 향신료와 한방 재료를 넣었거든요. 차이나타운의 ‘송파 바쿠테’는 잡내 하나 없는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으로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에게도 사랑받는답니다.

    에디터
    조소현
    서다희(칼럼니스트)
    사진
    Jametlene Reskp on Unsplash,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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