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고 목적 지향적인 요즘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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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고 목적 지향적인 요즘 인플루언서

2021-07-06T14:18:04+00:00 2021.07.06|

개인 전용기를 타고 열대 파라다이스로 날아간 인플루언서가 개념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시대다. 그들 대신 진정성 있고 창의적이며 목적 지향적인 인플루언서가 늘고 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인플루언서가 널려 있다. 요즘 우스갯소리처럼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인플루언서가 늘고 있는 것이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며, 어느 누구보다 화끈한 삶으로 잘 알려진 흑갈색 머리와 볼륨 있는 몸매의 백인 인플루언서가 있다. 캐비아와 샴페인을 즐기면서 자신의 스킨케어 방법을 늘어놓는 콘텐츠에 등장하는 윤기 나는 머릿결의 금발 미녀도 있다. 자신의 식단과 운동 계획을 따라 하면 똥배가 쏙 들어가고 멋진 모습이 된다며 호언장담하는 멋지고 날씬한 몸매의 전문가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인플루언서도 있다. 그들은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뻔하지 않다. 또한 여가 시간에 하는 선행, 일궈낸 성과와 재능을 통해 우리를 끌어들인다. 23세의 미국 출신 시인 아만다 고먼(Amanda Gorman)을 떠올려보자. 그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자작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낭송하면서 지난 1월 인플루언서 스타덤에 올랐다. 시청자의 시선은 그녀가 입었던 ‘햇살 같은 노란색 프라다 코트’로 쏠렸고 이로 인해 하룻밤 사이 ‘노란 코트’라는 단어의 검색 횟수가 1,328%나 폭증했으며, 그녀가 입은 프라다 스칼렛 새틴 헤드밴드 때문에 ‘헤드밴드’에 대한 검색이 560%나 증가했다고 글로벌 패션 플랫폼 리스트(Lyst)가 전했다. 게다가 고먼이 얼마 후 출간한 저서 두 권이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만 하루 만에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00만을 돌파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가 있다. 바로 엘라 엠호프(Ella Emhoff)다. 그녀는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의 의붓딸이며,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야심 넘치며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이너다. 21세인 그녀는 버건디 밧셰바(Batsheva) 드레스 위에 보석 박힌 미우미우 코트를 입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 룩은 LA에서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 질 링컨(Jill Lincoln)과 조던 존슨(Jordan Johnson)의 합작품이었다. 이 드레스와 코트에 대한 검색도 폭증했다. 결국 엠호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역시 5만에서 30만으로 뛰었다. “지금까지는 인플루언서가 열망을 확산시켰어요. 거의 숭배되는 이미지였죠. X세대와 밀레니얼 소비자는 이런 것들을 보고 싶어 했고 실제로 구매했습니다.” 미래 트렌드를 전망해 컨설팅해주는 라이트 이어스(Light Years)의 설립자 루시 그린(Lucie Greene)이 말했다.

그러나 필요와 인내가 중요해진 팬데믹 기간에 그런 인플루언스의 기세가 꺾였다. 트렌드가 바뀐 이유 중 하나는 레드 카펫 이벤트가 굉장히 적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열린 행사에서도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 같은 유명인들이 새 의상을 주문하기보다 소장하던 빈티지 의상을 활용했다. 코로나로 파티가 금지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나가기보다 편한 복장으로 집 안에만 있었던 것이 또 하나의 이유다. 전용기를 타고 열대의 파라다이스와 고가의 럭셔리 휴양지로 떠난 인플루언서는 팔로워가 크게 감소한 채 개념 없는 사람으로 비쳤고 극심한 반발로 고통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세대와 관련된 것이다. “Z세대가 성인이 되었죠. 따라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어요.” 그린이 말했다. 그들은 의미 있고 목적 지향적인 인플루언서 문화를 원한다. ‘그들은 공유하고 모방하고 싶은 브랜드를 애용할 것’이라고 맥킨지앤컴퍼니의 패션과 명품 산업 전문가 아니타 발챈대니(Anita Balchandani)가 전했다. 발챈대니에 따르면 그런 목적은 ‘조금 더 포괄적인 용어 정의’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일 수 있다고 한다. “단지 환경오염뿐 아니라 그 산업이 협력해 이뤄내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와 공정성인 것이죠. 사람들은 그들이 구매하는 것에 대해 더 고심하고 있어요. 일회용이 아니라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하죠. 그래서 리세일의 매출이 늘고 있어요.” 또는 그런 목적은 다양성과 포용성일 수도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죠.” 발챈대니가 말했다. 결과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품질에 관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틴 보그> 에디터 출신이자 팟캐스트 ‘당신보다 더 불경스러운’이라는 뜻의 ‘Unholier Than Thou’의 호스트 필립 피카디(Phillip Picardi)도 같은 의견이다. “‘주목 경제, 즉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곧 돈이에요. ‘어디에다 돈을 쓰면 기분이 좋은가?’ 이것이 바로 핵심 질문입니다. 우리는 문화적 지각을 경험하고 있죠. 소비자는 그들이 어떤 기사를 클릭할지, 누구를 좇을지 선택합니다. 그리고 좀 더 현명하게 그렇게 하고 있죠.”

“Z세대는 미션 지향적이고 일 처리 방식에 대해 기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일랜즈(Islands) 설립자인 24세의 티파니 종(Tiffany Zhong)이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이 플랫폼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들이 소비자를 통해 수익을 얻도록 돕고 있다. “Z세대는 윤리적 구매 활동을 하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호응하지 않을 겁니다.” 그녀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개념은 이제 끝났고, 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한다. “Z세대는 무엇을 할지 말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 하지 않아요. 뭔가를 창조해내고 싶어 하죠. 심지어 최정상 할리우드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이 유명 인사라서 어떤 물건이 멋지다고 말함으로써 사람들이 구매하도록 설득할 순 없죠. 그리고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시절은 끝났어요.”

요즘 대세로 자리한 이 사람들은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가 이른바 ‘싱크 인플루언서(Think-Influencers)’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이들은 마음을 끄는 매력이 없거나 부적절한 인상을 주는 마케팅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에 대해 정확히 조사해 보고하는 크리에이티브다. 그리고 그린은 이들을 ‘슬래시 세대(Slash Generation)’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윌로우 스미스예요. 그는 자신의 시와 음악을 공유하고 스스로를 여러 분야의 전문가이자 굉장히 열정적인 크리에이티브로 생각하죠.” 또는 로언 블랜처드(Rowan Blanchard)와 야라 샤히디(Yara Shahidi) 같은 배우들도 그런 인물에 속한다고 피카디가 꼭 집어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참정권 박탈과 할리우드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에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노력한다. 모델 애드와 아보아(Adwoa Aboah)는 정신 건강을, 찰리 하워드(Charli Howard)는 자기 몸 긍정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자신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애드와 아보아는 걸스 톡(Gurls Talk)을 시작했다. 이것은 정신 건강을 둘러싼 낙인 근절에 전념하는 커뮤니티 조직이다. 그리고 찰리 하워드는 스킨케어 브랜드 스퀴시 뷰티(Squish Beauty)를 설립하고, 불가능한 뷰티 기준을 거부하고 있다). 시에나 매 고메즈(Sienna Mae Gomez)는 틱톡 스타다. 그녀의 팔로워는 1,500만 명에 달한다. “그녀는 자기 몸 긍정주의의 옹호자로서, 여성이 자신의 피부에 만족하도록 영감을 주고 있어요.” 종이 말했다. 또한 데자 폭스(Deja Foxx)도 있다. 그녀는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며 생식권(Reproductive Rights)을 주창하는 활동가다. 게다가 포드 모델로도 활동했고, 19세의 나이로 부통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선거 캠페인의 소셜 미디어 팀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굉장히 괴짜예요.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아요.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자신감이 넘치죠. 정말 Z세대답죠. 전형적인 팝 스타가 아니에요.” 그러면서 그린이 덧붙였다. “패션에 관심 있고 지적인 사람이라면, 문화 큐레이터처럼 코너서(Connoisseur, 음식과 예술 등의 감정 전문가)로 비치죠.”

Z세대가 인식하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 이렇게 바뀌었기 때문에 고먼과 엠호프의 인기가 급상승할 수 있었다. 고먼은 19세에 미국 첫 청년 계관시인(National Youth Poet Laureate)으로 선정되면서 문학계의 유망주로 부상했다. 그런데 조 바이든 취임식에서 5분간 했던 시 낭송과 프라다 패션을 통해 순식간에 주류로 등극했다. “프라다는 굉장히 지능적인 선택을 한 거죠.” 그린이 지적했다. “사색가들의 패션 브랜드거든요.” 그런가 하면 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만다 고먼은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어요. 그녀는 Z세대가 상징하는 것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녀는 유창하게 말하고, 자신의 시에 모든 주제를 담아낼 수 있어요. 그녀가 Z세대를 대표하다니 정말 굉장하죠!”

한편 엠호프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인스타그램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브루클린 집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독특하고 지속 가능한 니트웨어를 판매해 소소하게 돈을 벌었다. 엠호프의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인기가 급증하면서 그녀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고 더 이상 제품 주문을 받지 않게 됐다. 대신 고먼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IMG 모델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엠호프는 지난 2월 내추럴한 컬리 헤어를 살짝 손질한 채, 정교하게 재단된 파인 그린 트라우저 수트를 입고, 패리시 아트 뮤지엄(Parrish Art Museum)에서 열린 프로엔자 스쿨러 무대에 오름으로써 뉴욕 패션 위크 런웨이 신고식을 치렀다. “그녀는 넉살 좋고 유쾌한 분위기를 풍기죠.” IMG 모델의 대표 이반 바트(Ivan Bart)가 <뉴욕 타임스>에 이렇게 인터뷰했다. “그녀는 패션에 대해 소통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랬다면, 바로 그런 것이 인플루언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