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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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에서 아침을

2022-03-17T16:25:58+00:00 2022.03.18|

디올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과 확장을 마무리하고 몽테뉴 거리에 역사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다시 열었다.

몽테뉴가 30번지에 자리한 디올의 역사적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2년간의 재단장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을 공개했다.

“한 의뢰인이 코네티컷에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가장 순수한 제퍼슨식(Jeffersonian)으로요. 그건 미국 독립 혁명 시기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당시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프랑스식 흰색 가발을 쓰고 그곳에 살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해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역사적인 건물을 재해석할 때 단순히 옛것 그대로 모방할 것을 요구하지는 마라. 디올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플래그십 매장의 세 번째 리노베이션 작업을 맡은 이 건축가에게 ‘시대는 변했고, 진화는 거침없으며,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이제 프랑수아 1가(Rue François I)와 몽테뉴 거리(Avenue Montaigne) 모퉁이에서 2층짜리 디올 부티크를 비롯해 레스토랑과 파티스리, 세 개의 정원, 크리스챤 디올의 서사를 연대순으로 기록해둔 약 2,000m² 규모의 박물관과 함께 최근에 추가된 오뜨 꾸뛰르와 보석 공방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능성으로 가득한 이곳은 역사, 창의성, 노하우가 한데 어우러진 명품 세계에서 독보적인 공간이다. 마리노는 현재에 기반을 두되 나무 몰딩과 노출된 강철 빔으로 빛나는 로톤다(Rotonda, 원형 건축) 양식을 통해 디올 하우스 역사에 경의를 표했다. 헤리티지와 현대성의 대조는 약 1만m² 규모의 단지 전체에 걸쳐 드러난다. 이는 다양한 흰색으로 물든 돌부터 진귀한 직물까지 100가지가 넘는 자재의 조합 덕분이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장에서, 건축가는 기존 매장에서 복원한 목조부, 상징적인 베르사유 쪽매 마루 패턴, 의자의 등나무 깔개, 연분홍색 투알 드 주이(Toile de Jouy, 밝은색 바탕에 단색의 꽃이나 풍경화를 프린트한 장식용 천)와 같은 요소를 가리키며 ‘추정 영향력(Assumed Influence)’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사실 저는 저런 투알과는 거리가 좀 멀어요.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디올답습니다. 1950년에 무슈 디올이 추가한 거죠. 그래서 그것을 재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리지널 요소가 디올 정신을 저보다 더 잘 전달하니까요. 과거에 빠져 살기 위한 것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늘 그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대 건축가인 내가 이 시대를 반영한 건축물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빛의 작용과 공간 감각에 대한 초점은 새롭게 디자인한 설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리스챤 디올에게 소중한 자연과 꽃 또한 보편적인 테마다. 디올이 노르망디에 있는 그랑빌 집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지내는 것을 그 무엇보다 사랑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야 합니다. 정원보다 더 보편적인 행복의 상징이 있을까요? 그것은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중국 등 모든 문화권에서 긍정적인 상징이죠.” 마리노가 말했다. 이를 위해 조경 디자이너 피터 워츠(Peter Wirtz)의 도움으로 세 개의 정원이 탄생했고, 매월 다른 식물로 교체할 예정이다. 테마와 조화를 이루도록, 향수 전용 공간 곳곳은 장미로 꾸몄다. ‘모든 것은 예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이 건축가는 메인 계단에 독일 개념 미술 작가 이자 겐츠켄(Isa Genzken)의 작품 ‘로즈 II’를 배치했다. 또한 슈즈 전용 공간을 위해 영상 미디어 설치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에게 <마담 퀴리>의 영상 제작을 의뢰했으며, 조명 디자이너 폴 콕세지(Paul Cocksedge)가 나뭇잎을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 ‘부라스크(Bourrasque)’를 이 로톤다 양식 건물 위쪽에 설치했다.

“일주일에 갤러리 50군데를 돌아봅니다. 저는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고, 개인 소유의 아트 재단도 있죠. 예술은 제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렇지만 예술가들의 영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예술가들은 어떻게 사고할까요? 그들은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인 것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생각 말이죠.” 마리노가 말했다. 화이트, 베이지, 브라운 컬러 소재에 프린트된 패턴은 마리노가 피카소를 비롯한 입체파 화가들의 회화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마무리 작업으로 그는 조아킹 텐헤이루(Joaquim Tenreiro), 한스 올센(Hans Olsen), 지오 폰티(Gio Ponti), 아도 샬레(Ado Chale), 클로드 라란(Claude Lalanne), 델로스 앤 유비에도(Delos & Ubiedo), 가브리엘라 크레스피(Gabriella Crespi) 등 여러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을 신중히 골랐다. 또한 조셉 앙드레 모트(Joseph-André Motte)의 1940년대와 1950년대 가구와 18세기 소파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빈티지 작품과 현대적인 작품이 조우하는 장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거대한 공간의 갤러리는 거의 75년 역사에 달하는 디올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패션의 진화가 어떻게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하는지, 또한 사회가 어떻게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구상된 이 갤러리는 나탈리 크리니에르(Nathalie Crinière)가 구성한 다양한 컬렉션과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의 사무실, 피팅 마네킹 룸 등 디올과 관련된 일부 상징적 장소도 이곳으로 옮겨와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계단 벽은 특별한 컬렉션으로 장식했다. 무지개색으로 3D 프린트한 디올 제품을 착용한 약 1,500개의 미니어처는 감탄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스위트 디올(La Suite Dior)에서의 숙박은 프랑스식 환대를 위한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준다. 투숙객들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하는 마리노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몽테뉴 30번가에서의 하룻밤에 들어서는 열쇠를 받아 들게 된다. 공간, 빛, 정원만큼 이곳을 경험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시간이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