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아틀리에 세 곳에서 ‘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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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아틀리에 세 곳에서 ‘몸’이란

2022-04-29T23:38:18+00:00 2022.05.01|

역사적인 아틀리에 세 곳에서 ‘몸’ 중심의 역사에 흥분한 디자이너들이 존경심을 표하며 재미까지 선사한다.

방돔 광장에 있는 스키아파렐리 아틀리에에서 만난 다니엘 로즈베리.

Schiaparelli

2020년 12월 다니엘 로즈베리(Daniel Roseberry)가 킴 카다시안을 위해 틀로 찍어낸 식스팩 모양 가죽 보디스 드레스를 제작했다. 눈에 확 띄는 인크레더블 헐크(Incredible Hulk) 초록색이었다. 2021년 7월에는 벨라 하디드를 위해 블랙 울 크레이프 드레스를 제작했다. 이 드레스는 가슴 아랫부분까지 파여, 기관지 모양의 황동 목걸이가 자태를 뽐냈다. 로드(Lorde)에게는 황동 꽃다발 뷔스티에를 걸어주었고, 리한나에게는 레진으로 만든 호심경(유두 등의 부위를 정말 섬세하게 제작했다)을 둘러주었으며, 카디 비의 얼굴에는 골드 마스크를 씌웠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여성들을 뭔가로 가림으로써 역설적으로 그들이 어느 때보다 눈에 띄게 만들었다. 이 이미지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기 때문이다.

2019년 로즈베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스키아파렐리가 다시 명성을 얻고 있다. 보디 콘셔스니스, 즉 신체 의식에 관심 많은 초현실주의자가 있다면, 바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로즈베리가 그 자리를 맡은 후 하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자서전 <쇼킹 라이프(Shocking Life)>를 읽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36세의 디자이너는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와 협업으로 탄생시킨 유명 작품을 세세히 뜯어보지도 않았다. 그럴 뿐 아니라 그녀가 좋아하는 핑크색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보다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톰 브라운에서 일하며 뉴욕에서 10년간 살다가 파리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책임지는 고독한 미국인이 된 로즈베리는 배짱대로 자신의 직감을 따랐다. 그는 “자신의 본능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귀 기울일 게 뭐가 있죠?”라고 말했다.

로즈베리는 진부하지 않게 품격을 유지하는 재주를 지녔다. “우리는 유두와 엉덩이골만큼이나 얼굴 특징에도 많이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가 아는 정말 시크한 여성들에게 어필할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죠. 우리는 그런 여성들에게 그들이 친숙해질 가슴 부분이 두드러진 케이블 스웨터를 어떻게 어필하게 될까요?” 그들이 트위드 수트에 더한 골드 니플 페이스티즈(Pasties) 착용엔 관심이 없다면? 어쩌면 그들은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Mr. Potato Head)처럼 표현된 금박 입힌 황동 입술, 코, 무표정한 눈이 달린 베스트셀러 핸드백이나 현재 출시 중인 향수 라인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 “패션 하우스 중 상당수가 ‘꿈’이 이 사람들을 패션으로 끌어당긴 것이라는 걸 잊고 있어요. 멋지고 도도해지는 것이 패션의 핵심이 아니에요.” 로즈베리가 말했다. “스키아파렐리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꾸뛰르에 와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 가장 큰 찬사를 보내고 싶어요.”

마레 지구의 알라이아 재단실에서 만난 피터 뮐리에.

Alaïa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가 2021년 2월 알라이아에 처음 합류할 때 그의 컨셉은 심플했다. “저는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움, 몸, 섹스’가 컨셉이라고 말했죠.” 42세의 디자이너가 그때를 떠올렸다. “모두 ‘섹스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돼요. ‘관능적인(Sensual)’이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라고 말했죠. 그래서 ‘아니요, 그것은 섹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섹스는 다른 패션 하우스에서는 음탕한 거죠.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섹스를 합니다. 그것은 마음에서, 내면에서 우러나는 섹스를 말하죠. 그것은 바로 자신감과 관련되어 있어요.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벨기에 출신의 뮐리에가 故 아제딘 알라이아의 몸매를 살려주는 컬트적 디자인을 관리할 적임자임이 확인되고 있다. 그는 라프 시몬스의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질 샌더, 크리스찬 디올, 캘빈 클라인에서 라프 시몬스의 오른팔로 20년 넘게 패션계의 환심을 얻어왔다. “싹 갈아엎고 싶지는 않아요.”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알라이아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천만다행이다. 뮐리에는 1년에 두 개의 컬렉션만 제작하기로 했다. 스니커즈, 푸퍼 재킷 또는 로고 박힌 후디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알라이아를 좀 더 포용적인 브랜드로 탈바꿈시키기로 결단했다. “이 브랜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자격이 있어요. 심지어 파리 마레 지구 무시 거리(Rue de Moussy)에 있는 알라이아의 개인 아파트 아래 알라이아 매장에 들어가려면, 창문이 블라인드로 가려져서 벨을 눌러야 합니다. 사교 클럽 수준이죠. 그렇게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그다지 현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뮐리에는 자신의 데뷔 무대인 2022 봄/여름 컬렉션 쇼를 위해 존경과 혁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쳤다. 물결 모양 드레스, 체형을 살려주는(때로는 속이 비치는) 니트웨어, 훌륭하게 구조가 잡힌 빳빳한 코튼 세퍼레이츠는 뮐리에가 알라이아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강력한 스태프 25명으로 구성된 이 아틀리에는 매일 그를 놀라게 한다. “그들이 구사하는 테크닉이 있어요. 아제딘이 그들에게 가르친 것이고, 다른 곳에서는 본 적 없는 솜씨죠.” 그가 말했다. “그들은 니트웨어를 테일러링한다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인형에 먼저 피팅하지 않아요. 사람 몸에 바로 피팅하죠.”

현재 그는 신발에 주력하면서, 2000년대부터 활동하던 오리지널 이탈리아 신발 팀을 불러 모았다. 가방 비즈니스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하트 모양 코어(Coeur) 백을 이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색상별로 판매하고 새로운 하프문(Demi-Lune) 백의 실적 호조 덕분이다. 뷰티 라인도 한창 논의 중이다. 칭찬 일색이었던 2022 가을/겨울 쇼를 통해 그 브랜드가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큐레이터십(Curatorship)’을 줄이고 ‘나다운 스타일’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할 건 없다. “알라이아는 어떤 것이든 해낼 시간이 있거든요.” 그가 미소를 지었다.

 

샹젤리제 부근의 꾸레주 사무실에서 만난 니콜라 디 펠리체.

Courrèges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는 복고풍 오렌지빛 피터 팬 칼라가 달린 깔끔하고 작은 1964년 트라페즈 코트를 들고 있었다. “이 옷의 구조가 완벽해요. 아름다운 몸매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신체 부위를 어디든 가려주죠.” 그가 감탄하듯 말했다. 그러나 갑자기 논조를 바꿨다. “하지만 이 옷은 위험한 물건이에요. 너무 근사해 보이니 모든 것을 보관하고 유지하고 싶어질 정도니까요. 그러나 몸이 변화하고 있어요. 이 코트는 살짝 유치하죠. 어떤 힘도 부여하지 않아요.” 그는 그것을 다시 옷걸이에 걸었다. “세세한 디테일이 마음에 쏙 들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절대 그 고전 작품을 그대로 카피하지는 않습니다.”

2022년 꾸레주로 온 것을 환영한다. 밑단이 짧아지고, 컷아웃은 대담하고, 매끄러운 패브릭이 흥을 돋운다. 모두 앙드레 꾸레주(André Courrèges)와 코클린 꾸레주(Coqueline Courrèges)가 1961년 설립한 이 패션 하우스를 규정짓던 특징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패브릭에 환경 의식이 담긴 점이다. 현재 그 시그니처 비닐은 오가닉 코튼과 재생 식물을 바탕으로 한 폴리우레탄 70%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클래식 리브 니트(Rib Knit)에는 비스코스 원단이 70% 섞여 있다. 쉽게 구매 가능한 빈티지 스타일의 옷이라는 방침에 따라, 기준 소매가격을 낮췄다. 완벽에 가까운 비닐 재킷의 소비자 가격은 현재 750유로로 4년 전의 1,090유로보다 상당히 저렴해졌다. 그리고 이 브랜드는 ‘자유’에 초점을 맞췄다. 연령대, 신체 유형과 정체성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첫 봉쇄 후 파리는 더 개방적이고 더 민주적인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38세의 디 펠리체가 혼잣말하듯 말했다. 그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제자로 발렌시아가와 루이 비통에서 12년간 교육받았고 2020년 후반 꾸레주를 책임지게 됐다. 그는 현재 사는 곳과 가까운 파리 북동부의 색다른 구역 벨빌(Belleville)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두 대담하죠. 획일적이지 않은 모습, 스타일 믹싱, 빈티지를 입은 모습, 그 이상입니다.”

꾸레주에 대한 조짐이 벌써부터 좋다. 벨기에 출신의 이 디자이너가 데뷔 무대였던 2021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피카부 드레스는 연령대가 더 높고 오랫동안 이 브랜드를 선호하던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42와 44 사이즈가 먼저 매진됐다.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그가 이렇게 말을 맺었다.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니까요.”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