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가슴, 귀, 무릎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법

2022.07.04

by 송가혜

    가슴, 귀, 무릎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법

     (OK)가슴, 귀, 무릎… 우리 여자들의 몸 곳곳이 더 아름답고 건강해지는 여름.

    부각되고 있다 한들, 더는 타인의 시선과 잣대로 대상화되지 않는 여성의 가슴. 데님은 파코 라반(Paco Rabanne).

    Boob

    N년째 브라렛 외길을 걸으며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속옷의 착용감을 추구해온 나의 레이더망에 최근 포착된 신문물이 있다. 이름하여 ‘붑 테이프(Boob Tape)’. 직물 소재의 기다란 스트랩 형태로 생긴 이 제품은 말 그대로 가슴에 직접 붙이는 테이프로,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도 유두를 가릴 수 있을뿐더러 가슴 모양을 원하는 대로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붑 테이프의 본격적인 등장은 2019년. 킴 카다시안의 언더웨어 브랜드 스킴스(Skims)가 내놓은 ‘토널 바디 테이프(Tonal Body Tape)’였다. 그녀는 2008년 당시 몸에 초밀착되는 드레스를 입기 위해 어깨부터 가슴을 강력 테이프로 고정해야 했던 과거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며 제품을 홍보했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이 보디용 테이프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 누드 톤 물건만의 이야기일까? 가슴 피부를 탄력 있게 가꾸는 전용 시트 마스크 또한 인기다. 이 마스크 팩은 콜라겐부터 무려 24K 골드를 함유해 피부의 반짝임을 극대화하고 나이가 들면 주름지는 가슴의 노화를 방지한다. ‘노브라’로 모든 시선과 관념으로부터 해방되자고 외치던 우리 여자들의 몸의 일부분이 다시 드러내고 싶은 대상이 되어버린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만, 이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겠다. 이토록 여성의 가슴이 이슈화되는 흐름에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언더붑(Underboob)’ 패션이 한몫 거든다. 짧디짧은 크롭트 톱이나 컷아웃 디테일 사이로 밑 가슴의 둥근 라인을 드러내는 이 과감한 패션이 최근 ‘젠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언더붑을 실행할 용기는 없지만 나는 뷰티 에디터의 호기심과 의무감으로 몸소 직구 쇼핑을 해봤다. 뷰티 에디터 출신의 스테파니 몬테스(Stephanie Montes)가 2020년 론칭한 브랜드, 누에(Nue)의 ‘빠르고 간편한 가슴 성형수술(A Boob Job On The Go)’이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붑 테이프였다. 한화로 2만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의, 피부 톤에 따라 세 가지 옵션으로 구매 가능한 이 테이프는 생각보다 피부에 직접 탈착하는 과정이 부드럽고 탄성이 매우 뛰어나다(물론 어쩔 수 없이 붙였다 뗄 때는 유두 부위 피부가 살짝 자극되니 보디 오일을 듬뿍 묻히는 게 좋다). 또 가슴골이 드러나는 톱부터 언더붑, 오프숄더, 비키니 톱 등 상의 디자인에 따라 각기 다른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꽤 유용했다. 가슴 아래에서부터 시작해 위로 당겨지도록 어깨에 직접 부착하고 상의를 입어본 결과, 확실히 ‘노브라’ 상태임에도 가슴의 셰이프가 자연스럽게 잡힌다. 특히 언더붑 패션에 도전할 예정이라면 유두 위치를 테이프로 끌어 올리는 동시에 가슴 아래의 봉긋한 라인을 탄탄하게 잡아주는 데 효과를 볼 수 있겠다. 또 하나의 결론은? 슬프게도 가슴 사이즈가 어느 정도 충족돼야 이 제품의 탄성과 커버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는 사실.

    “가슴 성형을 희망하는 여성은 실제로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브라 컵 사이즈 기준으로 꽉 찬 B 또는 C컵 정도를 원했다면 요즘은 C에서 D컵 이상을 선호하죠.” JW정원성형외과 설철환 원장은 말한다. 대담하고 자유롭게 신체를 노출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체형 성형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언더붑 패션 등 과감한 노출을 염두에 두고 수술 방법에 관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여성분에게는 유방 밑선 절개보다 겨드랑이 절개를 통한 수술을 권하죠.” 특히 짧은 톱 아래로 밑 가슴의 봉긋한 볼륨과 가슴선의 깊이감이 눈에 띄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큰 사이즈에 돌출된 모양의 보형물을 찾게 된다는 사실. “지방 이식을 동시에 진행해 밑 가슴의 볼륨을 더 보충하고, 가슴 경계선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설철환 원장은 조언한다.

    이쯤 되니 가슴 전용 시트 마스크가 유행하는 흐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바깥으로 드러낼수록 자외선에 노출돼 피부가 빠른 속도로 노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얼굴의 처짐은 보톡스와 필러로 가릴 수 있지만 가슴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보디 로션이나 세럼을 충분히 바르고 주기적으로 마사지해주는 것은 가슴 피부는 물론, 유방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지방과 유선으로 구성된 가슴은 옆구리와 겨드랑이 뒤에서 가슴 쪽으로 쓸어 올리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미끄러뜨리듯 마사지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다.

    물론 노출을 위해 전제되는 ‘몸’은 결코 없다. 최근 짧은 크롭트 톱으로 가슴 일부를 드러내며 <i-D> 매거진 커버를 장식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Paloma Elsesser)의 대담한 자태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지 않았나. 젖꼭지가 비치고, 밑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그 아슬아슬한 노출을 두고 누군가는 쿨하다고 여길 것이고, 누군가는 선정적이라고 이야기할 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조차 이제는 ‘꼰머’의 고리타분한 유물이라고 간주되는 시대다. 패션에서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것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섹스어필’이 목적이 아니니까.

    바야흐로 여자의 가슴은 부각되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팩트다. 노출 범위 역시 전에 없이 대담해졌지만 확실한 건 더 이상 누군가의 잣대로 ‘대상화’되는 신체 일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이 가슴 성형을 결정하는 이유 또한 전적으로 본인의 만족감에 있다. 추구하는 몸이 다양해진 만큼, 요구하는 모양과 사이즈도 다양해졌다는 것이 전문가의 이야기. 가슴이 크든 작든, 드러내길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기를. 나의 몸을 내 뜻대로, 자유롭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의 메시지니까.

    우리 몸의 지도이자 축소판인 귀를 잘 알수록 스트레스와 면역력, 소화, 호르몬, 근육 통증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다. 곳곳에 붙이는 지압침을 영롱한 보석 스티커로 표현했다.

    Ears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피곤을 달고 살았다. 낮잠 잘 곳이란 없는 학교에 종일 붙잡혀 있는 것이 부당한 처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은 어찌나 피곤했는지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자체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우울증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학 전문가의 소견을 듣던 텍사스를 떠나는 것도 불사했다). 오스틴에서 런던, 맨해튼까지 거처를 옮겨 다니며 겪은 ‘활력 저하’는 아데랄(Adderall)의 처방으로 이어졌다. 각성 효과를 지닌 암페타민을 함유한 이 약물이 처음 내게 안겨준 효과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차츰 떨어지기 시작하고, 약물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 대한 통제권이 대형 제약사 ‘빅파마(Big Pharma)’에 있음을 깨달으면서 나는 좀 더 천연적인 자극제를 찾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나는 시카고에 있는 추안 스파(Chuan Spa)에서 ‘이어 시딩(Ear Seeding)’, 즉 귀 지압침을 처음 접하게 됐다. 그곳은 여러 차례 어워드를 수상한 전통적인 중국 의학(TCM) 치료로 유명하다. 침 치료가 끝나갈 때쯤 아주 미세한 검은 침(간혹 24K 골드로 제작하기도 한다)이 내 귓바퀴를 따라 테이프와 함께 부착됐다. 그 당시 나는 침술이 지닌 특별한 잠재성과 내가 느끼는 행복한 기분, 작지만 영향력은 막대한 귀라는 신체 부위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전통 의학에서 비롯된 귀 지압침은 최근 틱톡과 같은 플랫폼에서 Z세대에게 뜨겁게 회자되었다. 지난한 바이러스 시대의 사람들이 쉽게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으며, 네온 컬러부터 캐릭터 모양까지 피어싱 액세서리처럼 선택의 폭이 넓어진 디자인도 한몫했다. 지난해 집에서 귀 지압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입이 마르도록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찬론자가 됐다. 웨스트 빌리지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했을 때 어리둥절해하는 파티 손님들에게 귀 지압침 키트를 직접 ‘나눔’하기도 했다. 패션 위크에도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크리스털과 골드로 디자인한 지압침을 챙겨 다녔다. 시차를 극복해야 하거나 마감 기한이 코앞으로 닥칠 때면 나는 작은 구슬과 같은 이 스티커를 흔히 피어싱 하는 자리, 귓불 바로 위나 귀 중심 부위에 붙였다. 그러고 나면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부위에서 은은한 열감이 느껴지고, 커피나 앞서 언급한 약물의 효과와 견줄 만큼 안정적인 기의 흐름과 주의력을 하루 종일 유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것을 플라세보(Placebo) 효과라고 부른다 해도 나는 굳이 반박하지 않겠다. 좋아지고 있다는 심리적인 기대 작용으로 실제 좋아지기도 하는 ‘플라세보’야말로 상업적 부작용을 동반하지 않는 과소평가된 영웅이지 않은가. 게다가 이 침술 치료에는 과학적인 면도 있다.

    시카고에 있는 문 래빗 침술원(Moon Rabbit Acupuncture)의 설립자 구드룬 스나이더(Gudrun Snyder)는 자신의 할머니를 통해 접한 중국 의학에서 영감을 얻은 전문 침술사로, 자신의 환자에게 귀 지압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가정용 키트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은 귀 지압침으로 치료하는 가장 일반적인 증세에 해당됩니다.” 그녀는 침을 놓는 자리에 따라 두통, 디톡스, 소화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압요법은 수많은 문화권에서 수천 년 동안 활용했죠. 집중력 강화, 통증 완화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에요.” 스나이더는 귀 지압침이 전통 중의학의 침술과 같은 원리로 온몸의 에너지 통로에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귀는 우리 몸의 지도 또는 축소판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얇디얇은 귀의 피부는 활성 신경이 쉽게 작용하도록 만든다. “우리 몸의 혈 자리를 자극해 기가 흐르는 방식을 통제할 수 있어요. 에너지가 막혀 있을 때, 통증이나 질병 혹은 감정적인 장애가 발생하죠. 지압요법은 이 에너지의 막힌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스나이더가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주로 양약으로 치료할 문제를 이 방법으로 완화할 수 있으며, 심지어 남녀노소,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에 안전하다고 한다.

    시카고의 럭셔리 웰니스 클럽 비양(Biân)에서 활동하는 침술사이자 한의사 산드라 서보티치(Sandra Subotich)는 집과 직장을 가리지 않고 귀 지압침을 규칙적으로 활용한다. 그녀는 귀(그리고 무릎 옆쪽 같은 다른 신체 부위)의 다양한 부분을 자극해 서로 다른 자극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귀 신경은 뇌의 반사 중추와 연결돼 있어요. 그래서 자극을 받으면 적절한 신경 연결 통로를 통해 필요한 신호를 보냅니다. 정말 놀랍죠.”

    서보티치 박사가 제안한 바에 따르면 3일마다 귀 지압침을 교체하고(종종 접착력이 이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기도 한다), 몸이 지속적인 지압에 면역이 생기지 않도록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귀를 쉬게 하면서 ‘명백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사용해야 한다. “지압침이 부착된 자리를 눌러주며 그 부분을 더 강하게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술과 스킨케어의 조합,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는 무릎. 컷아웃 탱크 톱은 닙그너스(Nibgnus).

    Knees

    “물어볼 게 있어요.” 트리니 우달(Trinny Woodall)이 말했다. 나는 뉴욕 소호 거리의 크로스비 스트리트 호텔(Crosby Street Hotel)에 있는 트리니 우달의 스위트룸에 놓인 꽃무늬 소파에 앉아 그녀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화장품을 정신없이 테스트해보고 있었다. “작가님은 뷰티에 관한 글을 쓰잖아요.” 그녀가 은빛 스팽글로 장식한 크림색 아소스(ASOS)의 나팔바지를 한껏 끌어 올려 무릎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무릎 좀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을까요?” 그녀가 무릎 주변의 늘어진 살을 장난스럽게 짓눌렀다. “양 무릎끼리 서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예요.” 58세의 그녀는 한탄했다. 나는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면밀히 조사해보겠노라 약속했다. 실은 다분히 개인적인 관심사였음에도 말이다. 나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하며 팔다리를 관리하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도 몇 년 동안 무릎 윗부분은 도톰한 주머니처럼 부풀어 올랐고, 내가 이름 붙이길 ‘서서히 생겨나는 크레이프(주름진 비단의 일종)’로 가득 주름졌다.

    무릎은 미용적으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이브 생 로랑은 한때 “제 무릎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관절 기능만큼은 크게 인정받고 있다(몇 년 전, 연골 연화로 고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무릎에 고마워하게 됐다). 그러나 적절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다 보니 피부가 늘어지고, 마모와 중력 때문에 무릎 주변은 더 처지는데 기온과 함께 옷 길이마저 점점 짧아지는 이 여름에는 차마 무릎을 간과할 수가 없다. 자기 관리 우선순위 목록에 무릎의 회춘은 포함되지 않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치료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죠.” 베벌리힐스의 피부과 전문의 해롤드 랜서(Harold Lancer) 박사는 자주 등한시되는 이 신체 부위를 되살리고 매끈하게 만들기 위해, 탄력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부담은 적고 회복은 빠른 여러 시술에 대해 알려주었다. “제 생각에 사람들이 무릎을 더 많이 의식했다면, 관심이 훨씬 높았을 거예요.”

    나의 흥미를 곧바로 사로잡은 치료법이 있다. 나는 짧은 여행으로 떠난 칠레 사막에서 무릎을 가리기 위해 묵직한 트레일 팬츠를 입고 다녔고, 덕분에 땀으로 목욕을 해야 했다. 그 여행에서 돌아온 후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 셰렌 이드리스(Shereene Idriss) 박사가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에 새롭게 문을 연 ‘이드리스 더마톨로지(Idriss Dermatology)’에 진료를 예약했다. “몸이 근육질인지, 마른 체형인지 여부는 중요치 않아요. 특정 연령이 지나면 무릎 피부는 늘어지기 마련이죠.” 두아 리파의 ‘IDGAF’가 흘러나오는 진료 대기실에서 38세의 이 활달한 의사는 자신을 찾는 40대 환자 상당수가 무릎과 관련된 상담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치료실 안으로 들어서자, 이드리스 박사는 동굴 속 물고기처럼 창백한 내 허벅지를 손으로 잡아보며 흐뭇하다는 듯 말했다. “세상에나,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했나 보군요!”

    이어서 그녀는 나의 무릎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무릎의 피부 톤부터 집중하세요.” 이드리스 박사는 서로 얽힌 거미 정맥류를 가리켰다. “무릎이 아무리 스판덱스처럼 팽팽해도, 색깔이 일정하지 않으면 소용없죠.” 그녀는 혈관 경화요법(Sclerotherapy)을 제안했다. 용액을 주입해 통증을 크게 유발하지 않으면서 울퉁불퉁하거나 색이 짙은 혈관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하지 정맥류를 치료하는 데 쓰이곤 한다. 다음에는 그 부위의 콜라겐 생성을 돕는 탄력 증대 치료법과 생체 자극 필러를 시술받게 된다. “제가 좋아하는 시술은 ‘울쎄라(Ulthera)’죠. 이 요법은 근육 수축과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기 위해 초음파 에너지와 열을 사용합니다. 이때 ‘하이퍼딜루트 래디어스(Hyperdilute Radiesse)’ 필러를 함께 시술하면 지속력이 특히 높아지죠.” 그녀는 무릎 주변의 피부 재생에 특화된 필러에 대해 설명했다.

    나는 중론을 모아보고자 여러 전문의에게 선호하는 무릎 치료법을 물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의 부교수 애시시 C. 바티아(Ashish C. Bhatia) 박사는 최근 새롭게 출시된 ‘시크릿 프로(Secret PRO)’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미세침 고주파 기기와 프락셀 CO₂ 레이저가 내장된 이 기기는 새로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노화된 콜라겐을 증발시켜, 신체가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그는 3개월 정도 이 시술을 꾸준히 받으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최근 몇몇 기기가 새롭게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의 힘으로 무릎 피부를 되돌리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사람들은 그냥 짧은 반바지와 스커트를 입지 않는 쪽을 택했죠.” 그가 말했다. 이브 조지아디스(Evee Georgiadis)가 딱 그랬다. 58세의 조지아디스는 결국 매크린 알렉세이즈(Macrene Alexiades) 박사를 찾아가야 했다. 맨해튼과 더 햄프턴(The Hamptons)에서 활동하며 고주파 미세침 기기인 ‘프로파운드(Profound)’를 주로 사용하는 알렉세이즈 박사는 그 기기를 연구하며 무릎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두 권의 서적에 프로파운드에 관한 글을 썼다. “피부나 혈관의 체질이 강해야 해요. 멍들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단 한 번의 치료에도 피부 늘어짐이나 지방 축적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죠.” 그녀가 내게 말했다. 조지아디스 역시 그것을 확인해주었다. “프로파운드 시술을 받는 시간은 딱히 유쾌하지 않아요. 아프니까요. 부분 마취를 했음에도 그렇더군요. 그렇지만 감내할 가치가 있죠. 이제 제 다리는 30대 후반일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어요. 감동 그 자체죠. 피부 처짐도 눈에 띄게 줄었어요.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반바지를 입었으니까요.”

    랜서 박사는 스컬트라(Sculptra,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볼륨을 높이는 주사액)와 환자의 혈장을 혼합한 ‘플라스마스컬프트(PlasmaSculpt)’를 즐겨 사용한다. “이 시술은 정교한 혼합을 가능케 하죠. 그리하여 불규칙하거나 혹은 덩어리질 가능성을 완전히 피할 수 있거든요.” 그는 이렇게 설명하면서, 최적의 효과를 위해 2~3회 시술받을 것을 추천했다. 나는 피부를 매끈하게 하고 탄력을 높이는 혼합물과 혈액을 정교하게 섞는다는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끼고,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 블레어 머피 로즈(Blair Murphy-Rose) 박사가 능숙하게 다루는 ‘소프웨이브(Sofwave)’라는 매력적인 신상 기기로 마음을 정했다. 미드타운에 있는 병원에서 머피 로즈 박사를 만났을 때 그녀는 “소프웨이브는 비침습적이고 회복 시간이 필요 없는 초음파 기기로, 1.5mm의 진피층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그것은 피부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죠. 그에 따라 섬유질이 즉시 팽팽해지면서, 1년에 1% 정도 손실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생성을 강력하게 촉진합니다.” 그녀가 내 무릎 위쪽에 45분 정도 지속될 부분 마취를 하고 나서, 목표치로 설정된 강도의 길고 좁은 기기를 능숙하게 움직였다. 머피 로즈에 따르면 시술 후 6~8개월에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세션당 한화로 약 376만원짜리 시술이지만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추가 시술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시술 시작 후 30분이 지나고, 나는 아무런 통증 없이 살짝 발그레한 무릎으로 시술 베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두 달 후, 내 무릎 주변의 피부가 눈에 띄게 팽팽하고 매끈해졌다. 무릎 주름 또한 완화됐으며 피부 톤 또한 균일했다. 나는 또 한 번 무릎 아래 혈관을 위해 혈관 경화요법을 예약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피부 세포 재생과 성장 촉진 효과를 지녀 그동안 얼굴에만 투자하던 레티놀을 무릎에도 바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확연한 변화를 체험했다. “스킨케어는 늘 얼굴, 목, 가슴 부위에 국한된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 개척해야 할 부분이 우리의 몸입니다.” 이드리스 박사가 말했다. 그녀는 환자에게 평소 즐겨 사용하는 페이스용 레티놀을 보디 로션에 섞으라고 조언한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선호하는 조합은 아비노의 보디 로션과 로레알 ‘리바이탈리프트 덤 인센티브 0.3% 퓨어 레티놀(Revitalift Derm Intensives 0.3% Pure Retinol)’! 그렇지만 나는 앨라스틴 스킨케어(Alastin Skincare)의 ‘트랜스폼 보디 트리트먼트(TransFORM Body Treatment)’와 섞었을 때 가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았다. 이 제품은 피부 재생과 엘라스틴 생성 촉진 효과를 지닌 펩타이드를 함유하고 있으며, 피부과에서 국소 부위 시술 후 추천하는 연고 타입의 크림. 매끄러운 무릎 피부를 가꾸는 데 신의 한 수였다. 내가 이토록 무릎을 부지런히 관리하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한 가지 더! 나와 이야기를 나눈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자외선 차단제 바르기. 무릎이 드러나는 옷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올여름 내내 그 조언을 되새길 것이다. (VK)

    에디터
    송가혜
    포토그래퍼
    오재광
    모델
    선혜영
    헤어
    임안나
    메이크업
    오성석
    스타일리스트
    김보라
    ARDEN FANNING ANDREWS, JANCEE D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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