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연기의 신’을 만날 수 있는 영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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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연기의 신’을 만날 수 있는 영화 #2

2022-07-15T10:21:48+00:00 2022.07.14|

올여름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성과 사랑, 모성을 얘기하는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엇비슷하게 구질구질할 것 같지만 천만에. 전혀 다른 장르, 전혀 다른 분위기, 전혀 다른 즐거움이 있다. 모든 여성이 두 편의 영화가 보내는 시선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가능하지도 않다. 여성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 배우들의 연기에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로스트 도터>의 올리비아 콜맨과 제시 버클리,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엠마 톰슨을 극장에서 지켜보는 건 우리 눈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완벽한 섹스 파트너를 구하는 법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도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호주 출신 소피 하이드 감독은 성전환 수술을 앞둔 엄마와 16세 딸의 관계를 그린 <52번의 화요일>(2013)로 베를린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작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5%를 기록 중인 코미디다.

독특하게도 이 영화는 러닝타임 대부분이 호텔 방 한 군데서, 배우 두 명만으로 진행된다. 촬영에는 단 19일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도, 빈틈이 느껴지지도, 옹색해 보이지도 않는다. 엠마 톰슨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한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전라 노출도 불사했다. 그가 연기한 ‘낸시’는 학생들에게까지 금욕을 강요하는 보수적인 교사였고 평생 남편하고만 섹스했다. 남편과의 섹스는 지독하게 단조로웠다. 남편이 죽은 지 몇 년 후, 낸시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며 성 매수를 시도한다. 호텔 방에 나타난 건 얼굴, 몸매, 목소리, 지적인 언변, 부드러운 매너, 인내심, 젊음까지 모든 게 완벽한 리오 그랜드(대릴 맥코맥)다. 하지만 낸시는 성에 관한 무지, 편견, 금기, 강박, 두려움, 죄책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 첫 시도가 쉽지 않다. 그는 러닝타임 30분 동안 온갖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이랬다 저랬다 한 끝에야 대릴의 리드로 간신히 스킨십을 시도한다.

엠마 톰슨과 대릴 맥코맥, 단 두 배우가 이끌어가는 솔직하고 웃긴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두 번째 만남에서 낸시는 조금 더 과감해진다. 그는 리오 그랜드에게 “아마 수녀들 중에도 나보다 경험 많은 사람이 있을걸. 나도 평범한 여자들처럼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라면서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오럴 섹스 해주기, 오럴 섹스 받기, 69 자세, 도기 자세 등. 심지어 순서도 바꾸면 안 된다고 한다. “너는 비싸고 나는 돈이 없으니까 오늘 다 해치우자”며 덤벼드는 낸시를 이번엔 리오가 저지한다. 리오 그랜드는 낸시에게 섹스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이번에도 엠마 톰슨은 노련하고 용감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후반부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성별을 떠나 성매매를 긍정적으로 그리는 이 영화가 불편한 관객도 있을 것이다. 낸시가 성매매의 윤리성을 논하던 교사라는 설정이 아이러니를 더한다. 영화는 성매매의 위험을 암시하면서도 섹스는 쾌락을 위한 것이니 그리 심각할 필요 없다는 사고를 전제한다. 한편 디지털 세계에 별도의 자아를 두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 리오의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를 집요하게 일치시키려 드는 낸시가 오싹할 수도, 그에 대한 리오의 반응이 석연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시대착오적인 인물 낸시의 해방일지라는 점에 주목하면 그 아찔한 해프닝도 이해가 간다. 무엇보다 신선한 소재와 연출, 엠마 톰슨의 노련한 연기, 대릴 맥코맥의 치명적 매력, 신랄하고 재치 넘치는 대사가 그 모든 논쟁거리를 뛰어넘어 관객을 홀린다. 용감한 시도였고 기억할 만한 작품이다. 여자의 성에 대해, 호기심과 열정과 선입견과 강박에 대해, 욕망의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 이처럼 솔직하고 웃기게 묘사한 영화도 드물 것이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한국 개봉은 8월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