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레가시의 ‘완벽한 티셔츠’ 그 후, 그 이상

Fashion

아워레가시의 ‘완벽한 티셔츠’ 그 후, 그 이상

2022-09-23T16:50:14+00:00 2022.09.14|

아워레가시의 첫 번째 목표는 ‘완벽한 티셔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이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아워레가시가 티셔츠를 넘어 패션 전체를 성공적으로 다루는 브랜드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아워레가시는 다음 세대를 위한 옷을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아워레가시의 CEO 리샤르도스 클라렌과 디렉터 요쿰 할린.

지난 9월 2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오픈한 아워레가시 서울 스토어.

아워레가시는 두 명의 디렉터와 한 명의 CEO, 3인 체제로 운영된다.

JOCKUM HALLIN(JH) 우선 이 자리에 없는 크리스토퍼 나잉(Cristopher Nying)이 아워레거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남성과 여성 메인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아워레가시의 크리에이티브 팀을 리드하는 역할이다. 나는 아워레가시 워크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워크숍의 컨셉과 팀을 리딩한다. 리샤르도스 클라렌은 CEO로 전반적인 브랜드의 문화와 전략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다.

아워레가시에서 워크숍은 어떤 존재인가?

JH 처음 워크숍은 아워레가시의 남은 재고를 업사이클링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했다. 업사이클링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메인 라인에서는 할 수 없던, 콜라보레이션 같은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다. 나잉이 리딩하는 메인 컬렉션이 전통적이면서도 진보적인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면, 워크숍은 좀 더 빠르게 창의적인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다른 두 가지 테마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워크숍에 대한 설명 A.0~10 중 7번(Legacy)과 9번(Reference)이 눈에 띈다.

JH 7번 ‘Legacy’는 말 그대로 워크숍에서 아워레가시의 예전 피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9번 ‘Reference’는 우리가 디자인할 때 영감을 받은 제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프린트가 들어간 아주 오래된 셔츠라든가 매우 독특한 디테일이 들어간 재킷 같은 것들 말이다.

클라렌은 아크네에서 아워레가시로 이직했다. 당시 아워레가시는 굉장히 작은 브랜드였는데 말이다.

RICHARDOS KLARÉN(RK) 아크네에서 5년 정도 일하고 난 후 아워레가시로 옮겼다. 그 전부터 크리스토퍼, 요쿰과 친구로 지냈기 때문에 이들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제품도 항상 흥미로웠고, 서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워레가시에 합류하게 됐다.

요쿰은 10대 시절에 밴드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

JH 15세부터 2005년 아워레가시 브랜드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10년 정도 밴드 활동을 했다. 밴드에선 기타와 백업 보컬을 맡았는데,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언더그라운드 뮤직, 하드코어 펑크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밴드를 하면서 레코드도 발매했고, 티셔츠 같은 밴드 머천다이즈도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 그땐 DIY(Do It Yourself) 문화에 심취했던 터라, 유럽과 미국 투어같이 과감한 선택도 할 수 있었다. 지금 되짚어보면 그때가 내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고 할까. 아워레가시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컬렉션을 진행할 수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미국 동부 해안과 유럽 남부 투어다.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생각처럼 화려하진 않고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잠은 늘 소파나 바닥에서 잤고, 공연으로 번 돈은 이동 경비로 쓰기에도 부족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런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음악을 만드는 일은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 것과 비슷해서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는 일이 즐겁기도 했고. 요즘도 이따금 기타를 연주하고 작곡도 한다.

크리스토퍼 나잉과 연주할 때도 있나?

JH 크리스토퍼도 물론 음악을 엄청 좋아하긴 하지만, 한 번도 연주를 같이 해본 적은 없다. 아이스하키는 때때로 같이 하지만(웃음).

아워레가시의 첫 목표는 ‘완벽한 티셔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밴드 활동, DIY가 영향을 미친 것일까?

JH 확실히 아워레가시의 첫 번째 시즌은 DIY와 연관이 많다. 그때는 대책이 없더라도 일단 일을 벌이는 게 더 중요했다. 옷을 만들어야 하는데 작업할 공간이 없어, 밴 안에서 옷을 프린트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시에 만든 옷이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디자인의 관점에서 옷을 만드는 방법을 아예 몰랐기 때문에 제작 기술에만 오로지 집중했다. 이거야말로 딱 DIY 아닌가?

그래서 첫 시즌의 목표가 ‘가장 완벽한 티셔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티셔츠가 가장 만들기 쉬운 옷이니까 말이다. 티셔츠 위에 프린트를 올리면 내가 원하는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기도 쉬웠다. 그리고 밴드 티셔츠를 만든 경험도 도움이 됐고.

옷을 직접 만들고 팔면서 디자인을 배웠다는 말처럼 들린다.

크리스토퍼와 나는 패션에 대해 정규 수업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옷 만드는 법은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지금이야 우리 브랜드에 전문가들이 많지만, 그땐 우리 둘뿐이었으니까. 다행인 점은 나중에 크리스토퍼의 집에 작은 스튜디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서 옷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잡다한 물건 위에 프린트를 올려보기도 하고, 새로운 옷을 만들기도 했다. 몇 시즌 동안 이런저런 옷을 만들어보면서 실력을 키웠고, 2008년에 제대로 된 컬렉션을 만들 수 있었다.

아르텍의 ‘알토 스툴 60’을 오마주한 아워레가시의 스툴.

브랜드 이름처럼, 직전 세대의 유산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아르텍의 ‘알토 스툴 60’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JH 먼저 아르텍의 스툴을 재해석한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 몹시 좋아한다.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이전 세대의 것들을 반영해 컬렉션을 진행해왔다. 물론 그중에는 패션이 아닌 것도 있다.

브랜드를 시작할 때는 디올 옴므와 같이 록 시크 무드가 트렌드였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의 옷을 만들었다. 스키니, 로큰롤과는 다르게 예의 바른 신사의 옷인 치노 팬츠와 케이블 니트, 버튼다운 셔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때 만든 옷은 그 어떤 것도 유행이 아니었다. 그런 방식으로 우리는 이전 세대에 집중했다.

2022년 F/W 컬렉션은 권위에 대해 새롭게 해석했다고 들었다.

JH 이번 컬렉션에서 옷만 개별적으로 보면 매우 보수적인 느낌을 준다. 이렇게 보수적인 옷을 새로운 방식으로 섞고 조합했다. 경찰과 선생님의 유니폼처럼 권위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의상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보수적이면서도 권위에 대한 반항이 동시에 느껴지는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 캠페인은 토마스 하우저(Thomas Hauser)와 작업했다. 이전 캠페인과 유독 분위기가 다르다.

JH 캠페인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이미 많은 사진작가와 작업을 했다. 그중 대부분이 다소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이었다. 이들과 작업하면서 아워레가시의 DNA와 언어를 좀 더 드러낼 수 있었다. 이번 캠페인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포토그래퍼가 온전히 디렉팅한 결과물을 보고 싶어, 처음으로 본인의 언어가 뚜렷한 작가와 협업했다.

그렇다면 이번 캠페인은 아워레가시의 한 가지 실험으로 볼 수 있을까?

JH 그렇다. 토마스 하우저는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을 지녔다.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처럼 시적이고 깊이가 있다. 깊은 감정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가인데, 이번 캠페인은 그런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의 이미지는 어떤가? 스웨덴과 영국, 독일 다음으로 서울에 아워레가시 네 번째 매장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가?

RK 사실 이전에도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 있다. 이미 한국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문화적으로 활기차고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와 예술 방면의 재밌는 작업물이 많아 자주 보고 있다. 이전에 방문할 때와 지금의 서울은 꽤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아직 서울에 온 지 하루밖에 안 돼서 잘 모르겠다(웃음). 그렇지만 한국은 아워레가시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우리 브랜드의 고객층이 생겼다는 점이 매장 오픈에 고무적으로 작용했다.

워크숍 매장은 아직 스웨덴에만 있다. 서울에서 워크숍 매장 혹은 작업물을 만날 수 있을까?

JH 서울 스토어 오픈 외에도 좋은 뉴스가 있다(웃음). 앞으로 2년 안에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도 오픈할 계획이다. 위치는 여러 곳을 생각 중인데, 아마도 여기에 워크숍이 ‘숍인숍’ 형태로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워크숍의 제품은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워레가시는 매장이 있는 지역 기반의 작업을 진행한다. 서울에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을까?

JH 우리의 바람이자 야망은 새로운 도시에서 기초를 쌓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의 예술가, 사진가, 음악가부터 셰프와 식음료, 내추럴 와인 수입사까지, 커뮤니티를 쌓고 작업을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특히 우리 브랜드의 내부 아티스트로 행크 그뤼너(Hank Grüner)가 있다. 프린트와 관련된 멋진 작업물을 만드는데, 행크 같은 사람을 서울에서 꼭 찾고 싶다. 서울의 밝고 튀는 아티스트를 눈여겨보고 있고,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워레가시가 지금 가장 집중하는 것은 무엇인가?

JH 오랫동안 지속되어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는, 조금은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꿈이 있다. 특히 지금은 2022년이니, 환경친화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것에 집중하고 있다.